[홍승희 칼럼] 흔들리는 금융환경
[홍승희 칼럼] 흔들리는 금융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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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기반은 안정과 성장의 균형이 웬만큼 맞춰지는 지점에 있다. 그러나 지금 전 지구적으로 그런 안정성은 위협받고 있다. 성장도 최소한 앞으로 몇 년간은 그다지 기대할 수 없는 지경으로 몰려가고 있다.

국제질서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투자 위험도는 높아져가고 거래질서에도 혼돈이 일기 시작했다. 국내 언론들은 그런 세계적인 흐름을 외면한 채 국내 상황에만 코를 박고 있어서 세계적 흐름은 오히려 외신들을 통해 접해야 하는 참담한 현실이다.

전쟁은 새로운 세계질서를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전쟁의 크기만큼 혼돈의 시간도 길어진다. 아직은 국지적 전쟁 단계에 머물고 있지만 유럽은 계속 2차 대전의 진행과 비슷한 양상으로 발전해나가고 있다.

3차 대전으로 치달을까 두려워 주저하면서도 과거 구 소련의 영향권 안에 있던 동유럽 국가들은 이미 임전태세를 갖춰가고 있다. 이는 유로존으로 묶여있는 서유럽으로도 확산될 가능성이 점차 커져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당초 기대와 다르게 길어져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차츰 패색을 보이기 시작한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자국 내에서 불안해진 정치적 입지를 지켜내기 위해 어떤 무리수를 둘지 쉽사리 예측하기 어렵다. 이미 미국은 러시아를 전범국으로 낙인찍었고 서부 유럽 역시 민간시설을 의도적으로 폭격하는 러시아의 행위를 전쟁범죄로 받아들이는 변화를 보인다. 러시아가 여기서 한발만 더 나아가면 유럽이 위협받는다는 판단을 내리는 것은 자연스러워진다.

가뜩이나 미·중 갈등으로 촉발된 글로벌 밸류체인이 손상을 입은 상태에서 우크라이나 전쟁만으로도 세계 금융환경은 리스크가 매우 커졌다. 그런데 유럽에서 확전이 될 경우, 그래서 미국이 참여를 늘릴 경우 동아시아만 조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미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미국이 정신을 판다고 생각되는 순간 대만 침공을 시작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그럴 경우 이는 단지 시작에 불과할 뿐이다. 중국의 야망에 더해 국제적 고립에 저항하기 위해서라도 여러 방면으로의 확전을 도모할 공산이 몹시 크다.

남북 관계가 제대로 풀리지 못한 상태에서 남과 북이 직접 전쟁을 벌이지 않더라도 한반도가 다시 전화에 휩싸일 위험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너무 선명하게 미국 뒤로 줄 선 일본에 대해서는 러시아나 중국 모두 선명한 적대감을 표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우리만 중립을 지킬 가능성은 사실상 전무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한반도를 전장화하지 않기 위해서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전황을 주도해 나가야 할 수도 있다.

모든 게 다 불확실한 시대다. 세계 경제는 코로나19 팬데믹과 더불어 곤두박질쳤고 각국의 일반 시민들은 경제적 곤궁함과 불안함을 다스리기에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이런 판국에 세계적인 전운이 짙어지면 인류는 또다시 광기에 휩싸일 수 있다.

무력충돌이 아니어도 생산시스템은 이미 자원 독점을 둘러싼 싸움이 시작됨으로써 어그러지고 있다. 세계 3대 곡창지대라는 우크라이나의 전 국토가 초토화되면서 국제곡물시장도 수급부족으로 불안정성이 극대화될 전망이다.

이 와중에 일본 엔화는 안전자산으로서의 지위가 붕괴되기 시작했다. 안전자산이라는 믿음 하나로 막대한 정부 부채를 쌓았던 일본 경제 자체가 위기로 치닫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선진국들의 단합된 금융공격에 러시아 루불화는 걷잡을 수 없이 폭락했고 중국의 위안화도 요동친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 러시아와 중국이 단일 통화를 추구한다거나 중동 산유국과의 거래를 자국통화로 하기 위한 협상을 시도하는 등 돌파구를 찾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안정성을 잃은 통화로 결제하려는 시도가 얼마나 통할지는 미지수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라 대부분 국가의 화폐가치가 하락하고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특히 심한 이들 국가들이 한국으로서는 중요한 거래 상대라는 점은 국내 금융기관들로서도 상황을 긴장하고 지켜봐야 할 숙제다. 금융정책 지도자의 국제적 감각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국내 정치권력이 금융정책에 객관성을 보장하지 못하면 한국 경제 또한 언제 나락으로 떨어질지 모른다. 과거의 외환위기도 그렇게 왔었다는 점을 명심해야만 한다. 현재의 일본 상황 또한 반면교사로 삼아 정치적 간여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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