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아베노믹스의 재앙
[홍승희 칼럼] 아베노믹스의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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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말하는 잃어버린 30년의 늪에 빠진 일본 경제는 아베노믹스의 등장 이후 그 위험성을 극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80년대 호황기를 지나며 형성된 일본 엔화는 '안전자산'이라는 신화는 최근까지 힘을 받았으나 이제 그 종말을 맞고 있다.

일본이 겁 없이 자신들의 나라를 MMF(현대경제이론)의 실험장으로 만든 결과는 일본을 세계 최대의 국가부채를 가진 나라로 귀결시켰다. 경제성장 정체기가 길어지며 호황기의 추억을 되살리기 위한 구원투수로 등장했던 아베는 미국과 체결한 무기한 통화스왑을 뒷배로 거의 제약 없이 통화를 발행할 수 있었다.

위태로운 국가부채 증가에 대해서도 일본 정부나 국민들은 일본 엔화는 안전자산이므로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했고 미국과의 통화스왑이 있으니 위험한 상황이 닥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공유했다. 그런데 근래 외국 자본들이 일본 엔화는 더 이상 안전자산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리고 일본에서 빠져나가고 있다는 보도들이 이어진다.

게다가 최근 미 재무부 대변인은 CNN 방송에서 일본의 무모한 통화정책을 우려하며 미·일 통화스왑의 미래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팬데믹 과정에서 금리를 인하하고 통화량을 늘렸던 세계 여러 나라가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며 금리 인상과 통화량 환수에 나서는 추세에 역행해 마이너스 금리에 도달한 일본은 오히려 추가적인 금리인하를 추진하고 양적완화를 확대해나가려는 데 대한 우려를 표한 것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각국이 팽창된 통화의 환수에 나서는 것은 여러 이유로 치솟고 있는 물가를 잡아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디플레이션을 걱정하던 일본 또한 엔화가치 하락과 국제 원자재가 상승 등으로 최근 물가가 폭등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경제성장이 여전한 정체를 보이자 매우 위험한 도박에 나섰다.

현재 달러가 강세를 보이며 거의 모든 국가의 통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특히 일본 엔화의 가치는 그 하락폭이 극심한 수준이다. 오랜 기간 달러당 100엔 선을 유지하던 것이 최근 125원 정도로 치솟고 있다.

일본 엔화가 이토록 힘을 잃은 이유는 장기간의 경기침체에 더해 일본 내 기업활동의 부진과 세계적 기술발전 흐름에서 이탈해가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의 이런 무기력한 상황은 한때 세계적 기업으로 위용을 과시하던 대표기업들의 잇단 해외매각 등을 통해 여실히 보여준다.

한국전쟁으로 얻은 경제적 기회를 통해 패전 후의 폐허 위에서 매우 빠르게 재도약하며 한때 세계 2위의 경제 강국으로 올라섰던 일본 경제가 상승 탄력을 잃은 것은 일단 플라자 합의 이후로 알려져 있다. 정부의 환율 개입이 제한되면서 그 직전의 호황이 순식간에 버블경제로 치환되는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버블붕괴로 인한 일본 금융 및 제조업 등 산업 전반의 타격이 충격적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당시까지 일본이 갖고 있던 기술적 자산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매뉴얼 사회로 불리는 일본사회의 특성으로 인해 기업 활동은 장기간 위축을 면치 못했다.

그러던 일본 경제를 더욱 나락으로 떨어뜨린 것이 아베노믹스였다. 물론 당초 기대는 기업에 대한 재정 및 금융지원을 확대함으로써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이를 통한 고용확대와 소비 증대를 꾀한 것이었지만 이 지원 확대는 결과적으로 기업이 생산활동과 기술개발을 늘리는 대신 금융투자에 몰두해 더 높은 수익을 꾀하도록 유도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경기가 조금만 침체되면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들이 매번 반복적으로 나오지만 지금과 같은 담보대출 위주의 여신관행이나 산업의 미래전망과 무관한 광범위한 금융지원은 단지 좀비기업의 증가를 초래할 뿐이다. 뿐만 아니라 기업이 생산활동 대신 금융이나 부동산 투자에 몰두하게 만들고 결국 돈은 사회계층 상 상층에서만 머물며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일이 거듭됐다.

최근 몇 년 사이 글로벌 경영을 하는 몇몇 국내 대기업들이 세계적 기술경쟁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첨단산업의 신생기업 중에 돌출하듯 유니콘 기업들이 몇몇 나타나는 등 긍정적 흐름이 나타나고 있어 고무적이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정책이 과거의 이론에 사로잡히는 순간 그 흐름은 순식간에 뒤집힐 수도 있다는 것을 일본의 사례가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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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영 2022-04-01 09:53:16
아베노믹스의 재앙이란다.
지금 플라자 합의 이후에 천정부지로 오른 엔 환율을 아베가 겨우겨우 잡아서 떨어뜨려놨는데 그걸 아베노믹스의 재앙이라고 입을 털다니...
수준참~
향후 무역경쟁력에서 대한민국이 일본하고 게임이 될거라보냐?

환율이 약세라는건 기술강국에겐 최대의 호재다.
지금 대한민국이 이병철 정주영같은 영웅들과 원화약세로 겨우 여기까지 왔는데도 아직 기초과학이나 기술력에서 일본을 못 따라간다. 근데 엔화약세가 아베노믹스의 재앙이라고?
지나가던 개가 웃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