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프레스 프렌들리'보다 '피플 프렌들리'
[데스크 칼럼] '프레스 프렌들리'보다 '피플 프렌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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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권력과 언론 간 관계를 정의할 때 가장 많이 인용되는 고사성어다. 둘 관계가 너무 멀어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너무 가까운 사이가 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미다. 언론의 정치와 권력, 자본으로부터의 중립과 견제도 여기서 비롯된다. 

권력이 견제와 비판의 사각지대에 놓일 경우 오만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권언유착은 비판의 날이 무뎌져 권력 남용마저 눈감아 버린다. 언론의 '비판과 견제의 칼날'이 어떤 이유에서든 무뎌져선 안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최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언론 관련 행보는 이전과 비교될 정도로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파격적인 언론행보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실제 윤 당선인은 지난 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광장에서 열린 제58회 한국보도사진전 개막식에 이어 지난 6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66회 신문의 날 행사에 참석했다. 당선인 신분으로 신문의 날 행사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당선 직후부터 이어온 보도·편집국장들과의 '식사정치' 역시 눈에 띈다. 윤 당선인은 주요 매체별로 보도·편집국장을 3명씩 그룹핑해 식사 자리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해진 순서는 없지만, 주요 매체를 중심으로 하루 혹은 이틀 전에 참석여부를 체크해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한 언론사 편집국장은 "윤 당선인이 시간이 빌 때마다 하루나 이틀 전에 번개 형식으로 보도·편집국장을 3명씩 그룹핑해 식사 자리를 갖고 있다"며 "최근 참석한 한 편집국장 전언에 따르면 점심 식사 자리에서 폭탄주도 몇 잔씩 돌릴 정도로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고 전했다.

이 역시 당선인 신분임을 감안해도 파격적인 행보라는 게 언론계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앞서 윤 당선인은 지난달 23일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 앞에 설치된 일명 '프레스다방'을 찾아 취재진과 즉석 차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취임하면 기자들에게 김치찌개 끓여준다고 하셨다'는 질문에 "청사를 마련해서 가면 구내식당에서 한번 저녁에 감독을 해서 양 많이 끓여서 같이 한번 먹자"고 했다.

윤 당선인이 이런 행보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지만, 역대급 비호감 대선을 치르면서 겪었던 시행착오 등을 통해 언론과의 관계개선이 필요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민주당이 장악한 국회 의석수(300석 중 172석)를 감안해 향후 새 정부가 추진하려는 여러 정책을 밀고 나가는데 '우호세력'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을 것이다.

당선인이 언론과의 스킨십을 자주 갖는다는 자체가 비판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국민을 대변하는 언론과 소통의 기회를 늘리는 게 바람직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려스러운 부분은 이런 행보가 언론 간 '편 가르기'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역대 대통령마다 정부 출범과 함께 다양한 언론정책을 쏟아냈다. 이 중 이명박 전 대통령은 비즈니스 프렌들리는 물론 '프레스 프렌들리(Press Friendly)'로 대표된다. 기자와 스킨십을 자주하고 언론을 각별히 챙긴 데서 비롯됐다. 

이 전 대통령의 잘못된 언론관의 출발점은 프레스 프렌들리를 넘어 언론을 '편 가르기'했다는데 있다. 급기야 마음에 들지 않은 언론에 대해선 '언론 장악'까지 시도됐다.

윤 당선인은 이런 과거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유념할 필요가 있다. 언론은 정권을 비호하거나 홍보하기 위한 수단이 아닐뿐더러 언론을 '내편'과 '네편'으로 갈라치는 편협한 사고는 경계해야 마땅하다. 국민 통합이 요구되는 작금엔 더욱 중요한 접근 방식이다.  

국민의 관점에서만 국정을 운영한다면 식사정치가 아니더라도 언론은 박수치고 격려할 것이다. "국민만 바라보겠다"는 당선인의 말처럼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피플 프렌들리'에 집중할 시기다. 다음 대통령을 뽑은 국민은 이제 공약과 말이 실행으로 옮겨지는 지 지켜보고 있다. 국민의 입과 눈, 귀 노릇을 하는 언론 또한 그러하다.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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