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재 공석에도 물가 급했다···한은, 기준금리 0.25%p 인상 (종합)
총재 공석에도 물가 급했다···한은, 기준금리 0.25%p 인상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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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0.25%p 오른 1.50%···코로나19 이전 수준 상회
"통화정책 완화 정도 적절히 조절···금리 상단 전망 다양"
주상영 금융통화위원(의장 직무대행)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주상영 금융통화위원(의장 직무대행)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유은실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행 1.25%에서 1.50%로 인상하기로 했다. 당초 선제적 금리인상과 사상 초유의 총재 부재 리스크 등을 고려할 때 동결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으나, 점증하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내외 경제가 흔들리자 한은도 급히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분기 내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이달 시현된 가운데 한은은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절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물가와 성장을 균형있게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4일 4월 정례회의를 열고, 현재 연 1.25%인 기준금리를 1.50%로 0.25%p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금리인상기 속 네 번째 금리인상이며, 올해 들어 두 번째 인상 결정이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1.25%를 넘어 지난 2019년 8월(1.50%) 이후 처음으로 1.5% 수준까지 올라섰다. 

이번 금통위는 정권 교체기와 맞물려 차기 총재 후보 지명이 지연되면서 사상 처음으로 총재가 부재한 가운데 진행됐다. 총재 직무대행은 주상영 금통위원이 맡았다. 이번 금리 인상 결정은 6명 금통위원 전원 만장일치로 진행됐다.

◇ 시장 전망, 동결 우세···점증하는 물가상승압력에 선제 대응

앞서 시장에선 이번 금리 결정을 두고 인상보다 동결 예측에 더욱 무게를 실었다. 작년부터 선제적으로 세 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한데다, 사상 처음으로 총재가 부재한 가운데 금통위가 열린다는 점, 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는 점, 경기 둔화 가능성 우려 등과 같은 리스크 관리에 더욱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시장의 기대에도 한은이 인상 결정으로 선회한 데에는 물가상승압력이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과 비교해 4.1% 뛰었다. 물가상승률이 4%를 돌파한 것은 지난 2011년 12월(4.2%) 이후 10년3개월 만이다. 이 뿐만 아니라 근원인플레이션율(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 3.3%),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2.9%) 모두 오름폭이 확대됐다.

한은 역시 수출과 소비의 회복세는 견조한 흐름을 보일 것이란 전망을 내놓으면서도, 높은 물가 오름세에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지난 2월 전망치(3%)를 다소 하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회의를 주재한 주 위원은 물가가 이번 금리 결정에 가장 주요한 요인이었다고 설명했다. 주 위원은 "지난 2월 말 금통위를 진행한 뒤 이번 금리 결정까지 대내외 경제 및 금융여건에 큰 변화가 발생했다"며 "특히 그 전에도 강했던 물가상승압력이 한 달 새 더욱 강해졌고, 예상보다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총재 공석에도 불구하고 대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가 강해지고 있다는 점도 상당한 금리상승압력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오는 5월 0.5%p 금리를 인상하는 '빅스텝'을 예고하고 있고, 가장 강력한 긴축 수단인 대차대조표 축소(양적긴축)까지도 언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차기 정부가 물가 안정을 우선 순위로 내세우면서 한은과 정책적 공조가 가능했다는 점도 금리인상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짐작된다.

주상영 금융통화위원(의장 직무대행)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주상영 금융통화위원(의장 직무대행)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 "향후 물가상승압력, 성장하방위험 동시에 고려할 것"

금통위는 당분간 이처럼 높은 물가상승압력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우려했다. 주 위원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전에는 1분기, 최소 2분기가 지나면 정점을 찍고 내려올 것으로 예상했다"면서도 "하지만 현재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국제유가가 상당히 높고, 대외 불확실성에 물가가 언제 정점에 달할 것인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지난달 중순까지 오미크론 확산에 소비가 잠시 부진했지만, 성장률이 하향 조정된다고 해도 2% 중후반 정도는 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높은 물가 오름세에도 수출·소비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네 차례의 금리인상이 단행된 만큼, 향후 인상 속도에는 보다 신중한 기조가 감지됐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물가상승압력이 상당하지만, 금리인상에 따른 경기하방압력도 동시에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다. 주 위원은 "시장의 기대가 다양해졌다는 측면도 있지만, 향후 금리인상과 관련해 금통위의 전망도 다양해진 것 같다. 물가를 보면 더욱 높여야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경기하방압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연준의 강력한 긴축 행보에 한은도 중립금리 수준 이상까지 금리를 올릴 것이란 관측에도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주 위원은 "연준은 물가와 고용 안정을 동시에 고려하는데, 노동시장은 완전고용에 가깝고 물가상승압력은 매우 높은 상황"이라면서 "이에 미국은 빠른 금리인상을 필요로 하지만 우리나라의 상황은 다르다. 적어도 지금 판단에서는 중립금리 이상 수준으로 금리를 올려야 할 만큼, 우리 경제가 한계에 놓인 상황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되면 환율상승압력과 동시에 자본유출압력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국내 경제성장세가 양호하고 경상수지, 정부부채비율, 대외순자산규모 등을 고려하면 펀더멘탈은 양호한 편이다. 내외금리차에 따른 대규모 자본유출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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