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한미동맹을 보는 엇갈린 시각
[홍승희 칼럼] 한미동맹을 보는 엇갈린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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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역대 어느 정부도 한미동맹을 중시하지 않은 사례는 없다. 미국의 입장은 물론 한국과 확연한 차이가 있다.

미국이 보는 한미동맹은 문맥이 어떻게 표현되든 결코 고정된 내용으로 지속되지 않았다. 시기별로 미국 내에서 한국의 위상은 계속 변해왔고 그에 따라 한미동맹에서 한국의 비중이 끊임없이 달라졌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그런 미국에게 있어서 한미동맹의 비중은 그 이전 어느 때보다 커졌다. 과거 미국에게 있어서 한미동맹은 한일동맹의 하위변수였다면 이제 한미동맹은 독립변수이면서 한일동맹과 동일선상에 놓이게 된 것이다. 해방 후 한미관계는 패전국 일본의 일부를 점령하러 들어온 점령군 미국과 강대국들 간의 탁상논의로 실효적 독립 여부가 결정될 처지에 놓였던 한국의 불평등한 관계로 출발했음은 국내 보수세력들이 뭐라 부정하든 말든 남아있는 문서들도 증명되는 바다.

일단 남북 분단이 고착화되고 남북 각각의 정부가 수립되면서 일단 남과 북에 주둔했던 미국과 당시 소련은 일단 한반도에서 물러났다.

소련은 물러나면서 북한에 점령 당시의 무기들을 남겨두고 떠난 반면 미국은 갖고 들어왔던 무기마저 거의 대부분 회수해갔다. 이것을 둔 해석은 엇갈릴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6.25가 발발하면서 남한이 짧은 기간에 힘 한번 못써보고 경상도 지역까지 일방적으로 밀린 주요 이유가 됐다.

이 때까지 미국에게 있어서 남한은 그다지 중요한 지역이 아니었다. 그러나 일단 남북한 간 전쟁이 터지며 일본을 방어선으로 여겼던 미국의 방어라인에 전략적 위기감을 느끼게 되어 참전하고 전쟁은 물론 휴전까지 이끌었다. 이후 한국 정부로서야 6.25 전쟁 중 꺼지기 직전의 촛불 같던 국가가 유지되도록 지켜준 은인으로 여겼다지만 미국으로서는 버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지키기에는 건질 것도 없이 비용만 드는 계륵이었던 셈이다.

그러던 한미관계에 첫 변화는 월남전 한국 파병이었다. 일방적으로 지켜줘야만 하는 성가신 나라에서 적어도 미국의 세계전략에 최전방 행동대로서의 쓸모를 발견한 것이다. 지금도 툭하면 한국군을 어디 파병하라는 둥 미국의 요구가 끊이지 않는 그 출발점이 바로 월남전이다.

그러면서도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 있어서 한국은 일본의 하위변수로만 취급돼왔다. 적어도 2017년 이전까지는.

한국을 보는 미국의 시각이 변하기 시작한 것은 빠른 경제성장에 이은 촛불혁명의 성공으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급격히 높아진 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성장으로 국제관계에 있어서도 한국이 좀 더 자신감 있는 태도를 갖게 됐고 일본의 경제공습에 과거와는 다른 대응을 펴나가며 한일 관계에 역전의 기운이 강해지자 미국에게 있어서 한국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것이다.

물론 한국의 산업구조가 현재의 일본보다 미국에게 더 유용하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이 전작권 환수를 위해 독자적 국방시스템 구축에 열을 올리면서 미국에게 있어서 한국은 더 이상 예전처럼 일방적으로 지켜줘야 하는 귀찮은 나라가 아니라 미국과 더불어 국제사회에서 발맞춰 나갈 수 있는 동반자이자 적으로 돌리면 손해가 큰 진정한 동맹으로 격상된 것이다.

한미동맹을 중시하면서도 어찌 보면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그 어느 때보다 주도적으로 판을 까는 한국 정부가 불편할 것처럼 보이지만 미국 입장에서 이런 한국의 변화는 내심 반가운 현상이기도 하다. 세계 최강국으로서 미국의 전략에 트럼프 같은 별종이 아닌 한 세계경찰국가로서의 미국의 역할을 쉽사리 내팽개칠 정부는 나오기 힘들고 그렇다고 예전처럼 팔팔한 힘을 쓰기도 힘겨워진 미국에게 있어서 일방적으로 기대기만 하는 이름만 동맹인 우방이 달가울 리 없기 때문이다.

이런 미국의 입장 변화를 무시하고 한미관계를 다시 과거로 되돌리려는 맹목적 미국 추종적 태도를 보이면 일본이 대미 외교에서 점차 소외되어가는 것처럼 귀찮아 할 게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미외교를 ‘실패’라고 규정하며 과거와 같은 똘마니 자세로 한미동맹을 운위하는 차기 정부의 외교 자세는 상당히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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