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지방이전 논란上] 찬반논쟁 속 '경쟁력 약화·인력 유출' 우려
[산은 지방이전 논란上] 찬반논쟁 속 '경쟁력 약화·인력 유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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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지방선거 앞두고 이전 추진 동력 약화
2·3금융중심지 우후죽순···금융허브 물거품
인력유출 현재진행형··· 2030직원 엑소더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2일 부산 해운대구 반송큰시장을 방문해 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2일 부산 해운대구 반송큰시장을 방문해 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부산 이전이 논란이다. 지방 중 부산을 콕 집어 추진하는 것도 그렇지만 지역균형 발전의 목적 달성이 될지, 더욱이 분산 추진으로 금융허브(금융중심지)를 더욱 약화시키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많다. 산은 등 소속 노동자의 삶 터전 문제도 도외시될 수 없다. 금융보다는 서울·수도권에 몰린 대학 등 교육기관을 옮기는게 국가 미래에 도움이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파이낸스는 지난 '2020 서울파이낸스 포럼'에서도 [금융중심지 발전 및 차별화 전략]을 주제로 논의한바 있어 이번 사안을 우선 상하(上下)로 연재하며 추후 사안 진전에 따라 더욱 심도있게 다룰 계획이다. /편집자 주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산업은행 부산 이전 추진이 각종 부작용 우려 등으로 동력을 잃고 있는 가운데,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찬반 논쟁이 재가열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시와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은 금융경쟁력 저하 등 부작용을 내세우며 부산 이전을 반대하는 반면, 부산시와 부산경제단체는 지역균형발전을 이유로 부산 유치에 고삐를 죄고 있다.

다만, 국책은행을 비롯한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실제 지역발전으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연구결과가 없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27일 정치·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2일 부산에서 열린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대회'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대해 말을 아꼈다. 박람회에는 전국 상공회의소 회장단과 10대 그룹 대표 등 경제인 80여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윤 당선인은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민관 협력을 당부했으나 산업은행 부산 이전 입장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윤 당선인이 부산을 방문할 때마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주요 의제로 끌고 갔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란 평가다. 이를 두고 윤 당선인이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책은행 지방 이전 부작용 논란과 서울·수도권 표심을 의식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정책금융 지원 대상 기업이 대부분 수도권에 밀집된 상황에서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데 따른 업무 효율성 악화 우려가 계속되자 지방 이전 강행 명분을 잃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상장사 2485개 가운데 72.2%의 본사가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다. 산업은행과 거래하는 기업 중 수도권에 위치한 기업의 비중도 69.2%에 달한다. 국내 상장기업의 대부분이 수도권에 위치한 상황에서 산업은행이 홀로 부산으로 이전할 경우 그 피해가 산업은행과 거래하던 기업들에 돌아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부산으로 이전할 경우 기업, 금융회사, 유관기관과의 원활한 네트워킹이 필요한 국가 경제 위기상황에서 산업은행이 제 역할을 못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정책자금을 운영하려면 기업고객, 펀드 등 자금수요처와 채권금융기관, 금융위원회 등 정부기관과 밀접한 의사소통이 필수적이다. 그런 점에서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인적·물적 인프라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지역으로 본점을 이전할 경우 산업경쟁력은 물론,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업무 수행능력도 저하될 것이란 우려다.

집적 효과가 큰 금융산업을 지방으로 분산시킬 경우 정부가 서울을 중심으로 추진해온 국제 금융중심지 조성 계획도 동력을 잃을 것이란 시각이다. 금융은 자본의 흐름으로 크는 산업인 만큼 자생이 어렵고, 다른 산업을 지원하면서 함께 발전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해외 주요 정책금융기관과 글로벌 은행이 각국 수도 또는 경제금융 중심지에 위치한 것도 이같은 금융업의 특성에 기인한다. 부산, 전주 등의 지역이 제2·3의 금융중심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이유도 금융기관이나 금융산업이 시너지를 내면서 함께 클 수 있는 산업·인적 인프라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지방 금융중심지 조성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자산관리공사, 한국거래소 등이 부산으로, 국민연금이 전주로 본점을 옮겼으나 금융중심지로서의 뚜렷한 성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현재 산업은행 이전을 유치하고 있는 부산의 국제금융센터 지수는 30위 수준으로, 서울(12위)은 물론 주변 주요 도시인 홍콩(3위), 상하이(4위), 도쿄(9위) 등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핵심인력 유출 우려도 여전하다. 대표적인 예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난 2017년 서울 강남에서 전북 전주로 본사를 이전한 후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과거 한 자릿수였던 퇴사자 수는 전주 이전에 결정된 2016년부터 두자릿수로 늘었다. 최근 5년간 평균 퇴사자 수도 29명으로 크게 늘었다.

산업은행에서도 인력 유출은 현재진행형이다. 산업은행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이달 초까지 퇴사할 특별할 이유가 없는 직원 총 10명이 회사를 떠났다. 이들 가운데 2030세대는 8명으로, 지방 이전 가능성이 없는 다른 기업으로의 이직 의사를 밝힌 경우가 대다수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산은의 역할과 위상을 감안할 경우 기업 및 은행, 증권·보험사, 글로벌 투자자가 위치하고 있는 서울의 자본시장 네트워크와 함께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며 "치밀한 계획 없는 부산 이전은 국가 전체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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