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이어 직원 거액 횡령···우리은행 부실 관리 '도마위'
DLF 이어 직원 거액 횡령···우리은행 부실 관리 '도마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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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직원, 6년 간 세차례에 걸쳐 총 614억 원 횡령
근본적 허점 드러내···'책임론'으로 불똥튈 수도
은행 측 "발견 재산 가압류 등 손실금액 최소화"
우리은행 본점 전경 (사진=우리은행)
우리은행 본점 전경 (사진=우리은행)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직원의 6년여에 걸친 600억원대 횡령 사건을 계기로 우리은행의 허술한 내부통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과거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사태에 이어 이번 횡령사건까지 터지면서 구멍 뚫린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한 우려와 함께 과거 최고 경영진의 책임 문제로 번질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다른 한편, 이번 사건이 미흡했던 은행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한 제대로 된 점검과 함께 이를 통한 빈틈없는 시스템 정착을 위한 전환점이 돼야할 것이라는 게 금융권 안팎의 중론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27일 내부감사를 통해 직원 A씨의 600억원대 횡령 사실을 인지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해당 직원은 2012년을 시작으로 2015년, 2018년 등 6년간 세 차례에 걸쳐 은행 돈을 개인 계좌로 빼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이 추산한 횡령액은 614억원이다. 손실예상금액은 아직 정확하게 산정하지 못한 상태다.

횡령금에는 2011년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에 나섰던 이란 가전업체 엔텍합으로부터 받은 계약금 578억원의 일부가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우리은행은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을 주관했다. 매매가를 둘러싼 이견으로 매각이 성사되지 않으면서 우리은행은 이 계약금을 별도 계좌로 관리해왔다.

잠적했던 A씨는 이날 오후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자수했다. 경찰은 A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혐의로 긴급 체포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정확한 사고 경위는 조사가 어느 정도 진척된 후에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측은 "계좌에서 돈이 인출되는 정황이나 이후 계좌 관리 상황 등 세부적인 내용은 조사가 진행되는 대로 밝힐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에서 이례적인 대규모 횡령사건이 터지자 금융권은 물론 국민적 충격이 일고 있다. 횡령금 규모가 큰 데다 자금 관리에 철저해야 할 대형 시중은행의 횡령 사고라는 점에서 그 파장은 더욱 크다.

금융당국도 분주하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즉시 현장 수시검사에 착수해 사고경위 등을 파악하는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횡령 금액이 적지 않고 은행에서 일어난 일인 만큼, 내부통제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는지 등을 들여다볼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사진=서울파이낸스DB)
금융감독원 (사진=서울파이낸스DB)

경찰이 해당 직원의 신병을 확보한 상태이고 금융당국이 검사에 착수한 터여서 자세한 사건의 전모는 시간을 두고 밝혀질 것이다.

이와는 별도로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같은 사태를 촉발한 허술한 내부통제 시스템과 책임 소재 문제를 주목하고 있다. 조사에 착수한 금융당국도 이번 사태를 엄중하게 보고 책임을 묻는 제재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을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 문제로 보고 있다. 직원이 장기간 수차례에 걸쳐 거액을 횡령했음에도 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은행 측은 내부에서 벌어진 엄청난 횡령사건에 대해 모르고 있다가 최근 미국·한국과 이란 간 관계 개선을 계기로 뒤늦게 알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A씨가 관리해온 계약금을 이란에 송금할 수 있게 되면서 관련 예치금 반환 준비 과정에서 돈이 빈 사실을 인지한 것이다.

장기 근속하며 계약금을 관리한 A씨가 관련 통장과 도장 관리 역시 도맡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통상 은행에서는 상호 감시를 위해 통장과 도장을 나눠 지닌다. 하지만 A씨는 통장과 도장을 모두 지니고 있었기에 막대한 금액의 횡령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자연스럽게 제기된다. 거창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거론할 필요도 없이 기본적인 통제장치마저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에서 이 정도 규모의 횡령 사건은 처음 있는 일"이라면서 "기업 매각대금을 이란에 송금할 수 없는 상황이 길어졌다면 우리은행 측이 이번 사건을 인지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그 성격은 차이가 있지만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의 허점이 지적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불과 얼마전인 지난 2019년 하반기 DLF 사태로 홍역을 치르면서 한차례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이 일로 DLF 판매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받은 바 있다. 손 회장으로서는 다행히 지난해 징계 취소소송 1심에서 승소하면서 한시름 덜수 있게 됐다.

이같은 시점에 터진 이번 횡령사건으로 내부통제 시스템 문제와 함께 경영진에 대한 책임론으로 번질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횡령이 이뤄진 기간에 은행장을 지냈던 이들은 3명이나 된다. 이번 사건의 불똥이 어디까지 튈지 주목된다.

한편 우리은행 측은 횡령금액 회수를 통해 손실 금액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얼마나 회수가 가능할지 현재로선 가늠이 어렵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해당 직원 고발조치와 더불어 발견 재산 가압류 등을 통해 횡령금액 회수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손실금액을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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