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정치불신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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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포천에 다녀왔다. 서울로 돌아갈 버스를 알아보기 위해 택시를 불러 포천시내로 가면서 기사 분에게 포천에서는 어느 분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나요 물었다.

기사 분은 손님을 살피는 눈치다. 괜히 정치색을 드러냈다 서로 불편해지는 일이 없길 바래서일까 잠시 정적이 흘렀다.

곧 기사 분은 말문을 열었다. “모두 자기 잇속 챙기는 넘(놈)들이지요.”

포천만을 말하는 의미는 아니였다. 깊은 정치불신을 볼 수 있다.

대선 결과에서도 드러났듯이 편이 갈리고 상대방을 믿지 못하는 경우의 수가 대략 절반이니 확률은 50%로 높다. 누구라도 그럴 말이 나올 법도 하다.

협치와 통합을 강조한 대통령 후보들도 막상 당선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언행일치가 안된다. 정치란 그런 법이야 하고 현실 정치인은 말하겠지만 국민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정치 불신의 골은 깊어진다.

새 정부 출범이 얼마 남지 않았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부터, 검수완박, 장관 후보, 대통령실 참모 인선 등등을 놓고도 여야 대립구도는 이어진다. 민심도 갈라진다. 최근에는 국회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시끄러워지는 국면이다. 앞으로도 뻔히 보이는 정치 갈등의 국면이 협치와 통합을 기대하기는 이성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그래서 포천 택시 기사와 같이 정치에 대한 불신은 그 기사 분만의 시각이라 보긴 어렵다. 그는 이날 일화를 들려줬다.

“어느 젊은 여성 분이 자기가 상황이 안된다며 길거리에 있는 한 노인을 모셔다 달라 연락이 왔어요. 알고보니 이 노인 분이 치매가 있어 집을 제대로 못찾아 위험할 뻔 했어요. 택시로 잘 모셔다 드렸는데, 오늘 전화한 젊은 여성분이 자꾸 생각나는 군요. 그런 분들이 정치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젊은 이 여성분은 택시비까지 자신이 지급하며 생면부지의 그 노인 분을 꼭 모셔다 드리라 신신당부했다며 요즈음 이런 분이 어디 있냐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래서 기사 자신도 오늘 아침부터 기분이 너무 좋다고도 했다.

기사 분이 에둘러 얘기한 정치의 요체는 ‘봉사정신’이었으리라. 이 원론적인, ‘공직은 서비스’라는 개념이 언제부터인가 자기들 세 키우기와 이를 통한 이권 챙기기로 가는 모습이다 보니 국민들은 정치를 불신한다. 이렇게 위정자와 국민의 간극 모습은 결국 국운을 기울게 하는 단초가 돼 우려스럽다.

6·1 지방선거가 코 앞에 다가왔다. 이례적으로 거물급들이 나오는 곳이 많으며 이제는 기초단체장마저 국회의원 출신들이 후보로 나서는 것이 여러 곳이다.

정말 이들은 서비스 정신이 있는 것일까. 국민과 시민과 서민은 지켜보고 있다.

5월 10일 출범하는 새 정부도 참모진의 전문성을 강조하며 국민을 이롭게 하겠다 약속했으나 올드보이와 학연·지연 등 특정 네트워크에 치우친 인사인 만큼 더욱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겠다. 국민 편에 선다는 것은 말보다 실행이다. 더욱이 국민을 들먹이며 내편, 내 잇속을 챙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

아직 시작도 안한 새 정부이기에 예단하긴 힘들지만 노파심에 우려가 되는 일들이 적지 않다. 특히 취임 초기 국정 동력이 앞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올해 만큼은 국민들 기대감과 신뢰를 듬뿍 받고 출발해 보길 기대한다. 윤석열 정부가 처한 전환기 이슈가 만만치 않다. 좀더 엄중해야 한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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