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 장기인보험 실적 '주춤'···영업력 저하 vs 완급조절
메리츠화재, 장기인보험 실적 '주춤'···영업력 저하 vs 완급조절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월 매출 85억원···전년比 21%↓
김용범 부회장도 "실적 아쉽다"
메리츠화재 "장기 성장동력에 집중"
(사진=메리츠화재)
(사진=메리츠화재)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메리츠화재의 지난달 장기인보험 실적이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등으로 대면영업 환경이 개선된 상황에서도 오히려 뒷걸음질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단순 판매 제고보다는 '질 좋은 매출을 만들겠다'는 전략 아래 일정 부분 매출 감소가 불가피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인데, 보험업계에서는 업계 전반적인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감소폭이 커 영업력이 다소 주춤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4월 메리츠화재의 장기인보장 매출은 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했다. 장기인보험 매출 감소는 영업 채널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다. 같은 기간 전속채널(TA)과 법인보험대리점(GA)의 매출은 각각 30%, 14% 줄어든 30억원, 4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월 실적에서도 메리츠화재의 전년 대비 감소폭(17.8%)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DB손해보험(17.7% 감소), KB손해보험(13.2% 감소), 현대해상(10.4% 감소), 삼성화재(2.8% 감소)가 뒤를 이었다. 올해 4월 메리츠화재를 제외한 주요 손해보험사 3사의 장기인보험 매출은 281억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9.9% 감소했다. 메리츠화재를 포함하면 감소폭은 13.3%로 커진다.

장기인보험은 메리츠화재가 지난 2017년부터 드라이브를 걸어온 시장으로, 손해보험사간 순위 경쟁이 치열한 접전지로 꼽힌다. 사람 신체·생명의 위험을 보장하는 상품인데 일반보험과 달리 보험 납입 기간이 길고 수수료가 높아 손해율이 높은 자동차보험에 비해 수익성이 좋기 때문이다. 암·어린이·치아보험이 대표적인 장기인보험에 속한다.

이번 실적 감소는 장기인보험 시장을 적극 공략해 온 메리츠화재의 전략과는 상반된 흐름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김용범 메리츠화재 대표가 장기인보험 경쟁에 불을 지핀 인물로 평가받는다는 점과 4월부터 장기인보험 실적 감소에 주효한 영향을 미쳤던 대면영업 어려움이 개선되기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감소폭이 크다는 설명이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오미크론 영향으로 대면영업에 제한이 걸리면서 업계 전반적으로 장기인보험 영업에 어려움을 겪은 것은 맞지만, 4월부터는 거리두기 완화에 영향을 받아 장기인보험 관련 매출이 개선되고 있다"며 "1년 전에 비해 20% 이상 매출이 감소했다는 것은 업계 평균보다 저조한 실적을 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손보사 직원도 "장기인보험은 대면영업 의존도가 큰 편이라 온라인 채널보다는 대면 채널인 GA 등의 매출 비중이 높다"며 "회사마다 상품 전략엔 차이가 있겠지만, 장기인보험 매출과 함께 대면영업 채널 매출도 일제히 감소하고 또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영업 경쟁력이 약화됐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장기인보험 실적에 대한 아쉬움은 김용범 메리츠화재 대표이사 부회장이 이달 임직원들에게 보낸 CEO메시지에서도 드러난다. 김 부회장은 "4월 기준으로 아메바이익은 4개월 연속 목표를 초과달성 했지만 장기인보험의 경우 예정 매출에 미달했다"며 "업계의 공격적 시책 전개 등 출혈 경쟁을 감안하더라도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라고 평했다.

다만 메리츠화재는 이번 매출 감소는 영업력 약화보다는 완급조절 측면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기인보험 영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건 시기(2018~2019년)와 달리, 단순 매출 제고보다 회사 가치를 높이는 전략으로 선회하면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의미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현재는 장기인보험 관련해 외형 확장이 중요한 시기가 아니라, 완급 조절이 필요한 타이밍"이라며 "장기인보험은 일정 규모 이상으로 팔게 되면 추가상각이 발생하기 때문에 무작정 많이 판다고 해서 좋은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향후에도 장기인보험 시장에서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성장 동력 확보에 전념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김용범 회장이 올해부터 강조하고 있는 '가치경영'과 '질 좋은 매출 증대'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용범 부회장도 시장변화를 주시하고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김 부회장은 CEO메시지에서도 "올해 장기인보험 시장규모가 축소되면서 매출 계획 미달, 출혈경쟁으로 귀결되고 있다"며 "5월에도 비슷한 상황이 예상되는 만큼, 이러한 시장상황을 보다 기민하고 정교하게 파악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통상적으로 4월은 영업 실적이 줄어드는 시기인데다 인보험 시장규모가 전년 대비 줄었다는 평가도 있다. 상품개정 및 예정이율 조정을 앞둔 3월에 보험사들이 마케팅을 활발하게 진행하면서 영업 실적이 늘지만, 4월엔 실적이 자연스럽게 감소하기 때문에 영업력 평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인보험 시장 자체 규모가 전년 동기에 비해 쪼그라들었다"며 "게다가 보통 3월 특수로 인보험 실적이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4월엔 영업실적이 줄어드는 패턴을 보인다. 올해 3월에 예정이율 이슈도 있었고 대체로 보험사들이 실적도 좋았는데, 이렇게 되면 그 다음달인 4월엔 실적이 많이 빠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