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관람객 피크 '이건희 컬렉션'···내달 특별전 종료에 발길↑
[르포] 관람객 피크 '이건희 컬렉션'···내달 특별전 종료에 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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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울파이낸스)
천경자 작품 앞에 선 관람객들. (사진=서울파이낸스)

[서울파이낸스 김무종 기자] “아 감동이야, 어쩌면 좋아.”

장욱진 작품 나룻배 앞에 선 두 여성은 조용히 흐느끼며 감탄을 연발한다. 장욱진이 어릴 때 본 강나루를 그린 이 작품이 그들 맘을 흔들었나 보다. 포근함? 향수? 안정감?

9일 오전 11시경 국립현대미술관을 찾은 시각에 입장 대기줄은 두시간여였다. 미술관 관계자는 최근 휴일이 피크였다며 5~6시간의 대기줄이 있었다고 했다.

이날 미술관 밖은 비온 다음날로 이건희 컬렉션에 전시 중인 그 어느 색감보다 청명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밝은 것은 이날 전시관을 찾은 관람객들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난 작품 앞에서 뚫어지게 보는가 하면 작품 설명을 꼼꼼히 읽어 나간다.

김포에서 온 김옥자(49)씨는 “제가 좋아하는 나혜석 작품이 있는 줄은 몰랐는데 여기서 보다니 꿈만 같아요”라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한켠에 걸린 나혜석의 화녕전작약은 한국 미술사(史)에서 자취를 감췄던 희귀작 중 하나다. 수원 고향집 근처 화녕전(華寧殿) 풍경을 빠른 필치로 그린 것으로, 진위가 확인된 나혜석의 그림은 10점도 안 될 만큼 극소수다.

장정욱 나룻배 (사진=서울파이낸스)
장욱진 나룻배 (사진=서울파이낸스)

군마도(김기창) 앞에도 관람객들은 오래동안 서성였다. 다음 박수근 화백 작품이 기다리고 있지만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종이에 수묵 채색으로 그렸을 뿐인데도 여섯 말들이 어디 가냐며 당장이라도 뛰어들 생동감이 넘치는 기세여서다. 

박수근 화백 진품들은 그의 독특한 화풍에도 왠지 겸손해 보였다. 나 이런 작품이야 하고 튀지 않으면서도 자기만의 개성이 뚜렷했다.

‘꽃과 여인의 화가’ 천경자 작품(노오란 산책길)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관람객이 많았다. 미인도의 위작 논란으로 유명세를 탔기 때문일까. 그의 작품의 진가를 알아본 때문일까. 이것도 위작인가 하고 관람객들은 과학수사대 이상의 눈초리로 작품 여기저기를 스캔해 나간다.  

김기창 군마도 (사진=서울파이낸스)
김기창 군마도 (사진=서울파이낸스)

이건희 컬렉션은 오는 6월 6일까지 열린다. 유족들이 기증한 작품이 2만점이 넘는데 관람객에게 공개된 작품은 극히 일부다. 희귀 문화유산이 아이러니하게 부정적인 뉘앙스로 쓰이는 단어 재벌로부터 나왔다.

특별전 입구에 써 있는 글귀. “과거에 우리가 무엇 무엇을 세계최초로 발명했다느니 서양보다 몇백년이나 앞섰다느니 하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만 바로 오늘 우리문화의 색깔이 있는가, 세계에 내세울만한 우리의 문화정체성은 과연 무엇인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고 이건희 삼성 회장 에세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 中)

이건희 컬렉션 덕에 국립현대미술관은 개관 이래 처음 소장품 1만점 시대를 열게 됐다. 기증품 1488점은 크게 한국 작품(238명) 1369점, 외국 작품(8명) 119점으로 나뉜다.

박수근 작품 앞에 선 관람객들 (사진=서울파이낸스)
박수근 작품 앞에 선 관람객들 (사진=서울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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