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출범/금융②] '경제뇌관' 가계부채 또다시 들썩···규제 딜레마
[尹정부 출범/금융②] '경제뇌관' 가계부채 또다시 들썩···규제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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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빚 1900조원 육박···위기관리 방안 병행돼야
전문가 "선별적인 규제 완화"···DSR완화 신중론도
사진=서울파이낸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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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본격적으로 닻을 올린 윤석열호(號)에 대한 금융권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지점은 '대출 규제 완화'다. 그간 전방위로 틀어막은 대출 규제를 풀기 위한 대책이 예고됐지만, 업계 곳곳에선 자칫 집값은 물론 가계빚을 또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걱정이 만연하다.

전문가들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완화 등 'Y노믹스(윤 대통령의 경제정책)'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수요자의 주거사다리를 복원하되 당장 발등의 불인 가계부채를 적절히 관리할 수 있는 절충안을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 '사상 최대' 가계부채···증가 속도도 가팔라

윤 정부가 밑그림을 그린 금융정책의 핵심은 예대금리차 공시에 이어 LTV(주택담보인정비율) 규제 완화다. 앞서 정부는 지난 3일 국정과제 발표를 통해 현재 지역별로 20~70%를 적용 중인 LTV를 완화하는 방안을 구체화했다.

우선 생애 첫 주택 구입 가구의 LTV 상한을 기존 60~70%에서 80%로 완화하는 방안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기로 했다. LTV를 우선적으로 완화해 실수요자의 주거사다리를 복원한다는 게 골자다. 나머지 가구의 경우 첫 주택 구매가 아니더라도 지역과 관계없이 70%로 단일화하는 방안을 꾀한다.

대출을 아예 받을 수 없었던 다주택자는 보유 주택 수에 따라 LTV를 40% 이하로 완화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할 계획이다. LTV 완화는 이미 예견된 행보인 만큼, 보다 빠르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같은 규제 완화 움직임이 이미 불어날 대로 불어난 가계부채를 또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계신용 잔액은 작년 말 기준 1862조1000억원으로, 이미 1900조원에 육박했다. 전년보다 7.8%(136조원) 늘어남과 동시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계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계대출 잔액만 1755조8000억원에 달한다.

턱밑까지 찬 가계빚 규모보다 더욱 무서운 건 증가 속도다. 지난해 3분기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6.7%로,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7년(89.4%)보다 17.3%p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G20 평균(3%p)보다 약 5.8배 높은 수준이다.

◇ 새 정부, DSR 규제 완화 딜레마

특히 금리인상기에 접어든 터라 가계빚 폭탄에 대한 우려는 더욱 크다. 미국의 긴축 행보가 본격화한 데다 이런 움직임이 한국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부터 0.25%p씩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50%로 높였는데, 미국의 강력한 긴축행보를 감안할 때 연말엔 2.25%까지 올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기준금리가 오르게 되면 저금리 국면에서 덩치를 불린 가계부채에 충격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전체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전체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런 와중에 규제 완화로 대출까지 더 불어날 경우 차주와 함께 금융시장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윤 정부가 LTV를 완화하면서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유지하기로 한 것 역시 이런 사정을 고려한 조치로 분석된다. DSR 규제를 통해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부채 증가 속도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DSR은 유지한 채 LTV만 완화하면 청년 등 비교적 소득이 적은 이들이 아닌 고소득자만 대출 한도가 높아지는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지적에도 새 정부는 DSR 완화가 대출·부동산 시장에 미칠 파급력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그야말로 딜레마다. 

◇ 선별적 규제 중요···합리적인 산정 방식 있어야

금융권 안팎에선 내집 마련이 절실한 이들을 위해 대출 규제를 점진적으로 걷어내야 한다는 의견 속에서도 선별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증가 속도에 비해서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빨랐기 때문에 속도조절을 통한 연착륙 방안과 함께 총량 관리가 필요하다"면서 "전반적인 규제 완화보다는 청년층이나 무주택자 등 대출 필요성이 큰 이들에 한해서, 가능하다면 세부 시장을 살펴본 후 지역별로 차등화된 규제를 적용하는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DSR의 기본 골격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잖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서는 갚을 수 있을 만큼만 돈을 빌려주는 규제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래 소득'을 인정해 대출을 더 늘려준다는 구상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산정방식이 필수라는 분석도 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LTV는 정상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지만, DSR의 경우 상환능력에 맞게 돈을 빌릴 수 있도록 계속 활용돼야 한다"며 "오는 7월부터 DSR 3단계로 강화되는 기존 스케줄대로 진행된다면 가계대출을 관리하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장기 분할상환 대출이나 청년 DSR 산정 시 미래 소득을 반영하는 제도를 활성화하는 방식을 통해 금융접근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데, 미래 소득의 경우 국세청 자료를 참고해 연령별 평균 소득 증가율을 반영하는 등 산정 방식이 합리적이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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