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점찍은 반도체·AI·배터리···5대그룹, 투자 '박차'
尹대통령 점찍은 반도체·AI·배터리···5대그룹, 투자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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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4월 29일 오전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내 나노종합기술원을 방문, 반도체 연구 현장을 둘러보던 중 반도체 웨이퍼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 29일 오전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내 나노종합기술원을 방문, 반도체 연구 현장을 둘러보던 중 반도체 웨이퍼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반도체·인공지능(AI)·배터리 등 첨단산업 관련 지원책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첫날부터 첨단 산업 중심 경제 성장을 강조하며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이에 따라 주요 대기업이 경제 활성화를 위해 투자·고용 확대에 나설지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식을 마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국내 5대 그룹 총수가 참석한 가운데 외빈 초청 만찬을 가졌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등 주요 6개 경제단체장도 자리했다.

재계 총수들이 취임식 후 외빈 만찬에 초청받은 것은 처음이다. 이 때문에 재계에선 윤 대통령의 친기업, 소통 행보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윤 대통령은 반도체와 AI 등 첨단산업을 포함해 미래전략산업에 대한 협력 지원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만찬 자리에서 "첨단 기술 공급망 복원과 같은 글로벌 현안에서 더욱 실천적인 협력을 강구해나가겠다"며 "이달 말로 예정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은 새로운 글로벌 전략 공조의 첫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새 정부 들어서 미래 먹거리이자 경제 안보 산업으로 분류되는 반도체와 배터리, 전동화 자동차, AI 등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획이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가 지난 3일 발표한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 담긴 '초격차' 확보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인수위는 "경제안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반도체, AI, 배터리 등 첨단산업을 미래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과감한 인센티브 제공 등 지원을 강화해 초격차를 확보하겠다"며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완전자율주행, 도시항공교통(UAM) 상용화를 위한 인프라와 규제특례 등 법·제도 등을 마련하는 동시에 민간 주도의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2027년까지 반도체 수출액을 30% 이상 확대와 함께 배터리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수성, 로봇 세계 3대 강국 도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또 임기 중에 사실상 완전 자율차(2027년), UAM 최초 상용화(2025년) 등을 추진한다.

이 같은 새 정부의 첨단 산업 중심 경제 성장 기조에 맞춰 기업들이 중장기적 투자를 확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통상 새 정부가 출범하면 주요 기업들은 일명 '선물 보따리'를 내놨던 만큼 이번 정부에서도 투자, 고용 등에 적극 나설 것이란 예상이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 투자 계획을 특히 주목하고 있다. 재계 1위인 삼성의 향후 투자·고용 계획이 여타 대기업에도 방향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반도체와 바이오, AI 등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주창한 미래전략산업 초격차 확보와도 일치한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8월 가석방으로 풀려난 뒤 향후 3년 간 반도체와 바이오 등 신사업에 240조원을 신규 투자하고 4만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올 1분기 반도체 시설에만 6조7000억원을 투자했으며, 추가 투자 가능성도 점쳐지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신사업 발굴 조직 수장을 교체하는 동시에 인수·합병(M&A)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핵심 인력 전력 배치로 대형 M&A가 임박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11월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을 9조4000억원에 인수한 이후 약 6년 간 글로벌 M&A 시장에서 잠잠한 상태다.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말 현재 보유한 순현금은 107조8400억원에 달하는 데다 글로벌 경쟁사들의 투자 경쟁이 심화하는 만큼 조만간 대규모 투자가 단행될 수 있다는 추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현재 가석방 상태인 점은 대규모 투자 결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SK 역시 2024년까지 2만7000명을 채용한다는 계획인 가운데 반도체 등 새 정부가 전략산업으로 선정한 분야에 대해 선제 투자에 나섰다. SK는 그룹의 성장동력 키워드를 BBC(배터리·바이오·칩)로 정하고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산업 분야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120조원을 투자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내 반도체 첨단팹을 조성한다. 이달 중 착공에 들어가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완료되면 SK하이닉스와 50여개의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입주로 3만1000여명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2024년에 1단계 팹 착공, 2026년 초에 가동한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 이 밖에 SK하이닉스는 최근 충북 청주에 반도체 신규 공장을 짓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은 친환경차 구매목표 상향,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의무 강화, 하이브리드 활용보급 확대 등 국정과제에 발맞춰 전기차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는 2024년까지 4만6000명 채용, 8년간 전기차 등 미래 사업에 95조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연내 아이오닉6와 내년 EV9 등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하고 미국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신설하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LG는 2024년까지 3만명을 채용하고 배터리와 전장,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한다. 이를 위해 과감한 M&A, 합작법인 설립, 생산시설 확충 등 관련 산업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LG그룹 배터리 계열사인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올해 글로벌 배터리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시설에 약 7조원 수준을 투자하고 미국 최대 자동차 회사인 GM과 전기차 배터리 합작 4공장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또 LG화학의 경우 경북 구미에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 공장 착공을 시작, 2024년 9월까지 총 4754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유통 사업이 주력인 롯데그룹 역시 롯데케미칼을 중심으로 수소 사업에 4조4000억원을 투자하고, 배터리 소재와 헬스케어, 바이오, 모빌리티 분야 등의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롯데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바이오·헬스케어 등 신사업 발굴에 1조5000억원을 집행했다.

다만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미 대규모 투자 계획을 시행 중인 만큼 기존의 계획을 구체화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새 정부의 기조를 지켜보면서 사업 방향성을 맞추려는 분위기는 있지만 새로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기엔 기존의 투자 계획 등에 따라 남아있는 재원이 마땅치 않을 것"이라며 "투자 관련 메시지를 내놓더라도 투자와 고용 확대 등 사회적 책임 이행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고 기존 계획을 구체화하는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주요 경제 단체들도 새 정부에 경영 활성화를 위한 지원 강화를 주문하며 적극적인 투자와 고용 확대를 약속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기업 투자 활성화, 일자리 창출, 경제 성장이라는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도록 진력을 다해달라"며 "경영계도 적극적인 투자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다양한 투자 지원책을 마련해 줄 것을 기대한다"며 "기업 본연의 역할을 다하며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과감한 투자와 고용 확대 등을 강조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국가경제의 발전과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적극적인 투자와 일자리 창출, 사회적 책임 완수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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