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음식 사랑
故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음식 사랑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식품기업은 막대한 사회적 영향력과 책임감 동시에 짊어져야 한다' 강조
12일 오전 노환으로 별세한 구자학 아워홈 창업주가 2018년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아워홈) 
12일 오전 노환으로 별세한 구자학 아워홈 창업주가 2018년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아워홈) 

[서울파이낸스 김종현 기자] 평소 음식에 관심이 많았던 구자학 아워홈 창업주(회장)가 12일 오전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2세. 고인은 1930년 7월15일 경남 진주시에서 고 구인회 엘지(LG)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로 태어나 진주고등학교와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해군 장교 시절 6·25전쟁에 참전해 충무무공훈장과 화랑무공훈장을 수훈했다. 

1957년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의 셋째 딸인 이숙희씨와 결혼한 고인은 1959년 해군 소령으로 예편했고, 이듬해 한일은행에 입사하며 경제계로 뛰어들었다. 1973년부터 호텔신라 사장, 럭키(현 LG화학) 대표이사 사장, 금성사(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 럭키금성그룹(현 LG그룹) 부회장 겸 금성사 통합 사장, 금성일렉트론(현 SK하이닉스) 회장, LG반도체(현 SK하이닉스) 회장, LG건설(현 GS건설) 회장 겸 LG엔지니어링(현 GS건설) 회장 등을 지냈다. 

아워홈에 따르면, 럭키 사장 시절인 1980년 고인은 기업과 나라가 잘 되려면 기술력만이 답이라고 여기고 석유화학 기술 개발에 역량을 쏟았다. 당시 고인은 "지금 우리는 가진 게 없다. 자본도 물건을 팔 수 있는 시장도 없다. 오직 창의력과 기술, 우리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며 현장을 자주 찾았다.  

고인이 경영하던 럭키는 1981년 잇몸 질환을 예방하는 '페리오' 치약을 개발했고, 1983년 국내 최초로 플라스틱 폴리부틸렌테레프탈레이트(PBT)를 만들어냈다. 1985년엔 '드봉' 화장품의 해외 수출을 성사시켰다. LG엔지니어링 회장 시절인 1995년 일본 플랜트 사업을 수주한 것도 국내 업계 첫 사례였다. 

2000년 고인은 LG유통(현 GS리테일) 푸드서비스(FS) 사업부로부터 분리 독립한 아워홈의 회장으로 취임했다. 고인이 20여년간 이끌어온 아워홈은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했다. 2000년 2125억원이던 아워홈 매출은 지난해 1조7408억으로 8배 이상 늘었다. 사업 영역도 넓어졌다. 단체급식과 식자재유통으로 시작한 아워홈은 현재 식품 생산과 외식, 기내식과 호텔 운영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고인은 음식을 먹는 만큼 만드는 과정도 좋아했다. 1960년 미국으로 건너가 디파이언스대(Defiance College) 상경학과를 졸업했는데, 유학 중 현지 한인마트에 직접 김치를 담가주고 용돈을 벌었다. 아워홈에서도 상품의 맛과 서비스, 물류 등에 직접 관여하면서 현장을 찾아 임직원들과 의견을 나눴다. 

특히 단체급식도 연구개발(R&D) 인프라가 중요하다고 여겨서 2000년 아워홈 식품연구원을 세웠다. 당시 임원들은 "단체급식 회사가 대량 생산만 하면 되는데 굳이 연구원까지는 불필요하다"고 반대했지만, 고인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아워홈 식품연구원에선 100여명이 매년 약 300가지 새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그동안 개발한 요리법은 1만5000여건에 이른다. 

해외 사업 역시 공을 들였다. 아워홈은 2010년 중국에서 단체급식 사업을 시작했다. 2014년엔 중국 칭다오에 식품공장을 세웠다. 현지 식재료의 원활한 수급과 직접 생산을 통한 단체급식 질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2017년 베트남 하이퐁법인 설립하고, 이듬해 한진중공업홀딩스로부터 기내식업체 하코(HACOR)를 사들였다. 

'국민 생활과 가장 밀접한 먹거리로 사업을 영위하는 식품기업은 막대한 사회적 영향력과 책임감을 동시에 짊어져야 한다'는 철학에 맞춰 아워홈을 경영한 고인은 병으로 자리에 눕기 전 임직원들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아워홈 경영회의에서 "은퇴하면 경기도 양평에 작은 식당 하나 차리는 게 꿈이었는데, 이렇게 커져 버렸어요. 그동안 같이 고생한 우리 직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해요"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또 고인은 "요새 길에서 사람들 보면 정말 커요. 좋은 음식 잘 먹고 건강해서 그래요. 불과 30년 사이에 많이 변했습니다. 나름 아워홈이 공헌했다고 생각하고 뿌듯합니다"라며 자부심도 드러냈다. 

유족으로는 아내 이숙희씨와 아들 본성(아워홈 전 부회장), 딸 미현·명진·지은(아워홈 부회장)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0호실이고, 발인은 15일 오전 8시다. 장지는 경기도 광주공원묘원.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