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출범/금융③]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高' 헤치고 성장동력 찾을까
[尹정부 출범/금융③]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高' 헤치고 성장동력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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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아지는 韓성장률 전망···"2% 중반도 쉽지 않아"
'고물가→고금리→고환율→고물가' 악순환 반복
추경 및 확장재정, 만성 적자·물가 이전 우려 키워
"물가 안정 최우선 과제···무리해 해결하려 말아야"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 선서를 위해 돌출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 선서를 위해 돌출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한국 경제에 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을 뜻하는 'S(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펼쳐진 과한 유동성에 동유럽발(發) 전쟁으로 물가상승압력은 더욱 확대된데다가 고(高)금리, 고환율까지 겹치면서 경제 성장률 전망은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적잖은 난제를 안고 출발선에 선 셈이다.

12일 경제계에 따르면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한국 경제성장률을 2%대로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기관 예상치 가운데 가장 높은 3.1%로 예상했다.

하지만 3대 신용평가사인 피치와 무디스는 2.7%,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5%로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한국경제연구원도 올해 성장률 전망을 기존 3.0%, 2.9%에서 모두 2.5%로 대폭 하향조정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2% 중반대로 후퇴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는 김대중 정부 당시 외환위기로 성장률 전망(-5.1%)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것을 제외한다면 과거 역대 정부 출범 첫해 경제성장률이 3%대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해 가장 낮다. 현 경제 상황을 바라보는 윤석열 정부의 시각도 엄중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부터 '위기'라는 단어를 8번씩 언급하며 위기 극복을 강조했다.

실제 한국 경제가 처해 있는 상황은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4.8%를 기록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8년 10월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았다. 코로나19 이후 펼쳐진 유동성 홍수 속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물가상승압력은 더욱 확대됐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가늠할 수 있었던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8.3%)도 예상 수준을 웃돌았다. '물가 정점론'에 걸었던 기대는 곧 '경기 침체'의 실망감으로 이어졌고, 금융시장은 충격에 빠졌다.

물가뿐만 아니라 금리와 환율도 함께 오르는 '삼중고' 상황도 심각하다. 한국은행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물가와 미국의 긴축행보를 감안할 때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하지만 무턱대로 올릴 수 없는 상황이다. 자칫 경제활력이 식을 수 있어서다. 게다가 18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도 금리 인상에 상당한 부담이다. 여기에 환율도 1280원을 웃도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를 높이고, 인플레이션을 더욱 심화시킨다.

문제는 이처럼 얽히고설킨 대내외 악재를 풀어낼 묘수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 첫 수석비서관 회의를 열고 "물가가 가장 시급한 문제"라며 "국민들이 허리가 휘고 민생고에 허덕거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물가상승압력이 대외적 요인에서 기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 정책만으로 풀어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더욱이 경제성장률 제고를 위해 재정 지출을 확대할 경우 인플레이션을 더욱 자극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저출산·고령화 등 저(低)성장의 구조적 문제 해결도 시급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바라보는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은 오는 2033년부터 1%대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10년째 줄고 있는 출산율로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급감했고, 고령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전문가들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이 2% 중반 달성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의 경우 기저효과에 따른 예외적인 상황으로, 저성장 추세를 뒤집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높은 경제성장률은) 정부에서 돈을 풀어 달성한 성장률로, 순수 우리나라 경제의 힘으로 3% 수준의 성장률을 달성하기에는 어렵다"면서 "민간에서 제시하고 있는 2.5~2.8%대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예상하지만, 2% 중반대 달성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규모 추경을 집행한다면 3% 달성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물가상승압력 등을 고려할 때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오늘 나온 34조원대의 추경 규모도 국민 입장에선 상당히 부담스러운 규모다.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 지원은 하되, 구조조정을 통해 효과적으로 적자국채 발행을 피할 수 있는 게 좋다"고 말했다.

아울러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물가 안정을 꼽고 있지만, 글로벌 공급망 문제 등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성 교수는 "다른 구조적 개혁도 필요하지만, 현재 물가 불안을 잡지 못한다면 당장의 경제시스템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면서 "결국 유동성 회수밖에 답이 없는 상황이다. 원화 가치 하락도 매우 빨라 물가 불안에 영향을 주고 있고, 미국의 빠른 금리 인상 기조에 이를 미룰 수도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로서는 금리를 올리는 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면서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일시적인 지원은 예외로 해야겠지만, 물가상승압력을 낮추기 위해 과도한 확대 재정 지출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근본 원인이 해외에 있는 만큼, 무리해서 잡으려고 하기 보다는 해외 요인이 해소되기 전까지 관리하는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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