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强달러시대上] 금융위기 이후 '최고'···'빅피겨' 1300원 뚫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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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1300원 상향 돌파 이후 안착 가능성 낮아"
하향 안정화 기대감↑···"긴축 기조 확대·리스크 해소"
"'고환율→경제 위기' 인식 이르다···글로벌 강달러 탓"
(사진= 픽사베이)
(사진= 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경계선을 잇달아 허물며 1300원을 위협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을 넘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다. 적정 수준의 높은 환율은 우리나라 무역수지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고(高)물가를 걱정하고 있는 지금, '빅피겨'(큰 자릿수)인 1300원에 다다른 환율은 물가상승압력을 높이는 '나쁜 원저(低)'에 가깝다.

매크로(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고, 예측할 수 없는 위기 출현으로 환율이 당장 1300원대를 돌파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다만 최근 환율이 고점에 달했다는 기대가 형성되는 등 대체로 하반기 이후 하향 안정화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1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8거래일째 1270원대를 상회했다. 이는 코로나 확산 초기 금융시장 내 불안이 극심했던 지난 2020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주 끝으로는 환율이 2거래일 연속 장중 1291원에 달하는 등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날 환율이 높은 레벨에 따른 부담으로 1270원 중반으로 낮추기도 했으나, 과거 심리적 경계선이 1200원에 있었다는 점에선 차이가 상당하다.

원·달러 환율이 올해 들어 급등하고 있는 것은 5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이 도래할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격적인 긴축 행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의 중심이자,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가늠할 수 있는 미국의 소비자물가 오름폭은 지난 3월(8.5%)과 4월(8.3%) 2개월 연속 8%대(전년동월대비)로 올라섰고, 연준은 이달 '빅스텝'(0.5%p 금리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연내 최소 두세 번의 빅스텝을 예고했다.

여기에 각종 글로벌 매크로(거시경제) 이슈들이 경기 위축 우려로 이어지면서 대표 안전자산인 달러의 강세로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장기화하고 중국의 코로나 재확산 봉쇄 조치 강화, 코로나 충격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은 강(强)달러를 지지하고 있다. 특히 올해 한국의 무역수지 누적 적자가 100억달러에 육박하는 등 국내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환율로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이렇듯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의 환율은 실제로 우리 경제의 위기를 나타내고 있을까. 분명한 것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선 환율과 원자재 가격 동반 상승이 기업의 비용을 배로 증가시킨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 환율의 수준으로만 경제 위기를 평가할 수는 없지만, 직접적인 비용 상승으로 연결되는 구조는 국가 경제에도 큰 부담이 될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지금의 고환율이 곧 우리 경제의 위기 상황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국가의 경제 수준을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무역수지 누적 적자가 확대되는 점 등은 국내 경기 리스크에 대한 신호일 수 있다"면서도 "중국 경기 부진 등 대외적 이슈가 원·달러 환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달러를 제외한 세계 대부분의 통화가 약세를 보인다. 최근의 (환율) 흐름은 우리 경제 위기를 나타내는 신호로 보기에는 이르다"라고 진단했다.

더욱이 최근 시장에서는 하향 안정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대내외 불확실성 리스크가 여전히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선 단기적으로 1300원을 상회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현재 지속되고 있는 글로벌 리스크가 하반기 들어 해소되고, 무역수지 측면에서도 에너지 수입액이 고점을 넘어섰다는 점 등은 환율 하향 안정화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3월 기준으로 에너지 수입금액은 전년 대비 고점을 통과했으며, 한국의 경상수급에서는 4월 배당 시즌을 반영해 경상수지 적자가 줄어드는 계절성이 관찰된다"면서 "에너지 가격을 고려하면 향후 무역수지는 적자 폭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 2분기 말로 갈수록 급등했던 환율도 1200원 초반대로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환율이 1300원을 상회해 안착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 1200원 빅피겨를 넘어선 것과 의미하는 바가 다르다"면서 "이는 금융위기 이후 경험해보지 못한 수준이며, 현 시장 참가자들이 대부분 경험하지 못한 레벨이다. 현재 미국과 한국의 시가총액 차이로 보면 달러는 오버슈팅, 원화는 저평가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간 연준이 일방적으로 강력한 긴축 행보를 보였지만, 올해 세계 중앙은행들이 긴축 행보에 공조하고 있다는 점도 일방적 강달러 국면을 진정시킬 주요한 재료 중 하나다.

민 연구원은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이 오는 7월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해 총재까지 언급하고 나섰고, 일본 역시 통신비를 제외한 물가 오름세가 상당하다는 점에선 하반기 초완화적 정책을 회수하는 언질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달러인덱스(달러화지수)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로화·엔화가 힘을 받는다면 달러화의 방향을 아래쪽으로 돌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예상했다.

1300원 상단에서는 고환율에 따른 투매가 투매를 부를 수 있기 때문에 외환당국 역시 1300원 상향 돌파 움직임을 용인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은행권 외환 딜러는 "대통령이 첫 취임하고 외환시장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정권 초기 환율·에너지 상승을 상쇄하고 싶어할테고, 그런 측면에선 당국의 개입 의지도 확실하다고 볼 수 있다. 달러·원 환율도 올라서기보다는 현 수준에서 고점을 확인하는 그림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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