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100퍼센트' 장삿속 
[데스크 칼럼] '100퍼센트' 장삿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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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100퍼센트(%)는 없어." 문화방송(MBC)이 2018년 처음 방영한 드라마 '검법남녀'에 나오는 대사다. 얼마 전 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통해 '검법남녀' 주인공 박범(정재영)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관이 은솔(정유미) 서울동부지방법원 검사한테 세상에 100%는 없어라고 말하는 장면을 보면서, 과거 서울 홍릉 고등과학원에서 했던 국립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와 인터뷰 기억이 떠올랐다. 

2004년 1월께로 기억난다. 2002년에 '젊은 과학자상'을 받은 그와 인터뷰할 때, 당시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던 원자력 발전소 폐기물(원전 수거물) 관리시설에 대해 물어본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그에게 던졌던 물음을 되짚어보기 위해 서울대 교수들이 관악산에 핵폐기물 관리시설을 유치하자고 제안했다는 과거 기사를 찾았다. 2004년 1월 서울대 교수 60여명이 기자회견문을 통해 "원전 수거물 관리시설 유치가 주민 안전에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과학적 확신을 바탕으로 서울대가 이 시설을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해줄 것을 건의한다"는 게 나왔다. 

원전 수거물 문제가 물리와 떼려야 뗄 수 없다고 여겨, 당시 40대 초반 젊은 과학자였던 그에게 동료 교수들이 원전 수거물 관리시설을 관악산에 짓자는 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절대 "안 된다"며 손사래를 쳤다. 왜 반대하냐고 다시 물었다. 그는 "위험하다"고 답했다. 

원전 수거물 관리시설을 관악산에 유치하자고 건의한 서울대 교수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공계 아니냐고 또 물었다. 그는 "과학에 100%는 없다"고 했다. "지금은 정답처럼 여겨지지만, 훗날 틀렸다고 확인되는 게 많다"면서 그는 "과학에 대한 맹신은 위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와 인터뷰 뒤부터 기사 쓸 때 '100%'나 '완벽'이란 말을 아끼게 됐다.  

우리는 100%와 완벽이란 표현의 홍수 속에서 살아간다. '100% 확신한다'거나 '완벽하다'는 말을 흔하게 듣는다. 100% 확신한다는 건 그만큼 자신 있다는 뜻이라 여겨진다. 듣는 이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 쓰는 말일 테지만, 안 쓰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싶다. 

특히 장삿속으로 100%란 말을 쓰면 위험하다. 나와 드라마 '검법남녀' 주인공 박범, 내가 과거 만났던 물리학 교수는 세상에 100%는 없다고 믿는다. 요즘 소비자들도 100%란 말을 믿지 않을 거라 여긴다. 그러나 상품을 더 많이 팔려는 욕심에 100%를 앞세우는 사례가 많다. 

최근 사례로 식품기업 하림이 '더(The)미식' 브랜드 즉석밥에 대해 "다른 첨가물 없이 100% 쌀과 물로만 지어 밥 본연의 풍미를 살린 것이 특징이다"라고 표현한 걸 꼽을 수 있다. 하림은 "더미식 밥은 첨가물 제로(zero)를 구현했다. 갓 지은 밥과 같이 구수한 밥 냄새 외에 이취(이상한 냄새)가 전혀 없"다면서 기존 즉석밥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서울파이낸스가 확인해보니, 현재 많이 팔리는 '햇반'이나 '오뚜기밥'은 식품 첨가물을 넣어 만든다. 씨제이(CJ)제일제당과 오뚜기 쪽에선 품질 향상 목적으로 식품 첨가물을 넣는다고 했다. 하림이 더미식 밥의 차별화를 위해 식품 첨가물 없이 쌀과 물로만 짓는다고 설명한 건 수긍할 수 있다. 하지만 왜 굳이 100%를 내세웠을까. 장삿속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100% 국내산' '100% 진품' '100% 유기농' 등 100퍼센트를 강조하는 사례는 흔하다. 더 많은 소비자한테 상품을 알리기 위한 마케팅 활동일 것이다. 하지만 좋게 보이지 않는다. 깜냥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선배랍시고 후배들한테 기자 노릇하려면 반드시 '비판 정신'이 필요하다면서 세상을 '삐딱하게' 보라고 얘기한다. 세상에 100퍼센트 완벽한 건 없다고도 충고한다. 소비자들한테도 같은 말을 하고 싶다.      

이주현 생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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