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 삼성 반도체 공장서 첫 대면···'기술 동맹' 의지
한미 정상, 삼성 반도체 공장서 첫 대면···'기술 동맹'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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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바이든, 삼성 평택캠퍼스 시찰···'반도체 동반자 관계' 부각
취임 후 한국을 첫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방문, 윤석열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20일 오후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첫 공동 일정으로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평택캠퍼스) 시찰에 나섰다. 한미 정상의 이번 시찰은 반도체 등 첨단 전략 산업에서 한미 '기술동맹' 강화 의지 표명으로 풀이된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경제안보의 핵심인 글로벌 공급망 문제에 함께 대응하겠다는 양국 정부의 구상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한미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격상하겠다는 목표 아래 경제·기술 분야로도 협력의 지평을 넓히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를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 시간으로 이날 새벽 워싱턴 DC를 출발해 오후께 오산 미군기지에 도착한 뒤 오후 6시10분께 경기도 평택 '삼성 평택 캠퍼스'를 방문했다. 정문에서 대기 중이던 윤 대통령이 직접 바이든 대통령을 영접했다. 두 정상은 약 22초간 서로 손을 놓지 않은 채 대화한 뒤 기념 촬영을 했다. 이후 두 정상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현장 시찰에 나섰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는 삼성전자의 차세대 반도체 전초기지로,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이다. 이곳에서 전 세계 메모리(D램, 낸드)의 약 15%를 공급하고 있으며, 차세대 메모리뿐 아니라 초미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제품까지 생산되고 있다.

취임 후 한국을 첫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방문, 이재용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미는 두 정상이 첫 일정으로 한국 반도체 산업의 핵심 현장을 함께 둘러보는 그림을 통해 양국이 '반도체 동반자 관계'라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1월 취임 직후부터 직접 관련 회의를 직접 챙길 정도로 반도체를 전략적으로 중시해온 바이든 대통령의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 4월 백악관에서 삼성전자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을 소집한 회의에서 반도체의 재료가 되는 얇은 실리콘 판인 웨이퍼를 손에 들고 흔들며 대미 투자를 독려하기도 했다. 미국은 최근 세계적인 반도체 수급 대란으로 자동차·정보기술(IT) 등 핵심 산업에서 큰 차질이 빚어지면서 자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주력해왔다. 

반도체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미국 입장에서는 반도체 제조에서 강점을 지닌 강국인 한국과 손잡는 것이 필수적이다. 특히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며 반도체 자급에 총력전을 벌이는 중국에 맞서 동맹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노리는 미국에 있어 한국은 핵심 파트너다.

한편으로는 반도체 강국으로 꼽히는 한국의 입장에서도 반도체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다수의 원천 기술을 보유한 미국과의 '반도체 동맹'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18일 브리핑에서 "반도체 설계는 미국이 최강이고 제조 공정은 삼성을 포함해 한국 기업이 최고"라며 "서로 원하는 것이 있고 협력할 것이 있고 시장을 확대하면 일자리가 커진다는 게 양 정상의 인식"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점유율은 19.9%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59.1%의 점유율로 세계 선두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D램(71.3%)과 낸드플래시(47.2%) 모두 세계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다. 기업 기준으로도 국내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는 세계 선두권, SK하이닉스도 3위에 해당한다. 

아울러 이번 방문은 윤 대통령 취임 후 첫 산업현장 공식 방문이기도 해 우리 정부가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적극 지원을 다짐하는 의미도 지닌 것으로 보인다. 현재 주요국들은 미래 국가경쟁력의 원천이자 경제안보의 핵심품목인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대규모 지원책을 논의, 시행 중인 가운데 우리 정부도 국가 반도체 산업의 초격차 확보를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한미 '반도체 동맹'이 어떤 식으로 구체화하느냐에 따라 우리 정부의 대중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재 한국의 반도체 최대 수출국은 중국이며 중국 시안과 우시에 각각 삼성전자 낸드 공장과 SK하이닉스 D램 공장이 있다. 중국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 매체들은 바이든 대통령 순방이 시작되기도 전에 한국 반도체 업체들을 향해 노골적으로 '균형'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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