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 넘어 사회적 가치 고민"···경제계, 신기업가정신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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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신기업가정신 선포식 개최···총 76개 기업 동참
경제적 가치 제고 등 5대 실천명제 제시···한국판 ERT 출범
고용 창출 등 각종 챌린지 진행 예정···기업별 실천과제도 제안
대한상공회의소는 24일 세종대로 대한상의회관에서 '신기업가정신 선포식'을 개최한 가운데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대한상공회의소는 24일 세종대로 대한상의회관에서 '신기업가정신 선포식'을 개최한 가운데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굴지의 대기업부터 우아한형제들, 마켓컬리 등 유망 스타트업까지 국내 경제계를 대표하는 76개 기업이 모여 '신(新)기업가정신'을 선언하고 관련 협의체인 '신기업가정신협의회'(Entrepreneurship Round Table·ERT)를 공식 출범시켰다. 기업들은 '대한민국이 직면하고 있는 새로운 문제들을 기업의 기술과 문화, 아이디어 등을 통해 전혀 새로운 해법으로 풀어내겠다'는 뜻을 모았다. 또 실천다짐을 전 경제계로 확산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4일 오전 서울 중구 상의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신기업가정신 선포식을 열었다.

◇ 삼성전자·현대차 등 동참···"시대 변화에 따라 기업의 새 역할 필요"

선포식에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경제단체장을 비롯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하범종 LG 사장, 이동우 롯데지주 부회장,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김슬아 컬리 대표 등 기업인 4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왜 신기업가정신인가'를 설명하는 오프닝 영상으로 시작했다. 영상은 "기업을 향한 달라진 국민들의 시선"을 소개했다. 시민들은 '지금 기업은 꼰대문화, 환경문제, 기업갑질, 보여주기 등의 느낌'이라며 '시대변화에 따라 환경에 나서는 기업, 실천하는 기업, 청년을 위한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4일 세종대로 대한상의회관에서 '신기업가정신 선포식'을 개최한 가운데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ERT Unpack'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대한상공회의소는 24일 세종대로 대한상의회관에서 '신기업가정신 선포식'을 개최한 가운데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ERT Unpack'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행사에서 ERT 언팩(Unpack) 강연에 나선 최태원 회장은 디지털 전환, 기후변화, 인구절벽 등의 새로운 위기와 과제 해결을 위해 기업도 새로운 역할을 다해야 한다며 경제계의 동참을 주문했다.

최 회장은 "시대가 계속 변하고 있고 국민들은 기업의 새로운 역할을 원하고 있다. 우리가 만들어야만 하는 기업가정신을 사회의 요구에 부응해서 새로운 문제나 기회를 새로운 방법, 혁신으로 풀어가는 것"이라며 "기후변화, 공급망에 대한 재편, 사회양극화,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들어오는 상당히 많은 사회적 문제들을 사회가 해결해야 되는데 중요한 건 기업이 이 문제를 직접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며, 기업들이 실천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들이 ERT에 참여하고 실천한다면 사람들이 변화에 대한 인정을 해줄 것 같다, 우리사회의 자리 잡은 반기업정서가 사라지고 국민에 대한 신뢰가 계속 증대돼서 우리기업도 상당히 국민들로부터 많은 박수받는 날이 오리라고 기대한다"며 "우리기업인들이 경제사회 각 분야에서 할 수 있는 일도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의선 회장은 축사에서 환경과 사람, 사회를 위한 구체적 실천과 행동을 강조했다. 정 회장은 "전동화 차량 출시와 수소 모빌리티 확대, 계열사 'RE100'(사용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 참여에 더해 향후 자동차 제조, 사용, 폐기 등 전 과정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며 "미래 모빌리티 산업으로의 전환기를 맞은 자동차산업의 생태계를 강화하고 청년 및 사회적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김슬아 컬리 대표는 축사에서 "스타트업은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는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지속가능한 유통생태계 구축을 통해 소비자뿐 아니라 임직원, 투자자, 농민, 어민, 중소상공인들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어넣겠다"고 말했다.

경제인들은 이날 선언문에서 "지금 우리는 디지털 전환과 기후변화, 인구절벽 등 새로운 위기와 과제를 맞이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도 그 역할을 새롭게 해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은 성장을 통해 일자리와 이윤을 창출하는 과거의 역할을 넘어 고객은 물론 조직구성원과 주주, 협력회사와 지역사회 등 기업을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를 소중히 여기고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기업가정신'을 선언, 실천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기업가정신을 위한 5대 실천 명제로 ▲ 혁신·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경제적 가치 제고 ▲ 외부 이해 관계자에 대한 신뢰와 존중을 통한 윤리적 가치 제고 ▲ 조직 구성원이 보람을 느끼고 발전할 수 있는 기업문화 조성 ▲ 친환경 경영 실천 ▲ 지역사회 동반 성장 등을 제시했다.

◇ 신기업가정신 실천 'ERT 챌린지'···"기업별 실천 과제 발굴·진행"

신기업가정신을 실천하기 위한 별도 협의회인 ERT도 출범했다. 앞서 미국은 'BRT(Business Roundtable) 선언'을, 유럽은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Europe', 일본은 '기업행동헌장'을 통해 기업의 실천의지를 밝힌 바 있다.

ERT는 전(全) 경제계가 함께하는 '공동 챌린지', 개별기업의 역량에 맞춘 '개별 챌린지' 2가지 방식으로 실천 과제를 수행한다. 이날 회의에서는 공동 챌린지의 예시에는 청년 채용 릴레이, 임직원이 모두 눈치 보지 않고 정시에 퇴근하는 문화 정착,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자제하는 '제로 플라스틱 데이' 등이 제시됐다. ERT는 향후 구체적인 공동 챌린지 방안을 논의해나갈 방침이다.

기업선언문 (사진=대한상공회의소)
기업선언문 (사진=대한상공회의소)

개별기업의 실천과제도 소개됐다. 현대차는 'H-온드림'프로젝트를 통해 청년 스타트업에 자금과 네트워킹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청년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배달의민족은 외식업종 자영업자에게 경영컨설팅을 제공하는 '꽃보다 매출'을 소개했다. 현대중공업은 '1% 나눔 사업'을 벌이고 있다.

토스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사내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직급과 무관하게 능력 있는 구성원이 권위를 획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마켓컬리는 종이 박스 회수 서비스를 통해 마련된 수익금으로 나무를 심는 '샛별 숲 조성'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한화는 유치원과 학교에 공기정화기를 제공하는 '해피 선샤인' 사업을 소개했다.

대한상의는 기업들의 실천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측정'을 통해 관리해나갈 계획이다. 대한상의 측은 "기업의 실천 성과를 측정할 계획"이라면서 "측정의 목표는 기업 간 비교가 아니며, 기업들이 얼마나 변했는지를 지표로 만들어 보여줌으로써 반기업 정서를 줄이는 매개체로 활용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ERT는 또 기업선언문 서명을 통해 신기업가정신의 확산을 유도하기로 했다. 선포식에 앞서 삼성전자·현대차 등 대기업과 배민·토스 등 벤처기업, 미래에셋증권·기업은행 등 금융권, 경총·무역협회·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단체까지 총 76명의 기업인이 서명한 바 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기업가정신은 시대에 따라 그 폭을 더욱 넓혀가고 있다"며 "경제개발의 선구자로서, 또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핵심축으로서 뚜렷한 목표 의식을 가지고 불굴의 도전을 지속하는 새로운 기업가정신이 다시 발휘돼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신기업가정신 선포가 일회성 선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기술과 문화로 각종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사회와 상생할 수 있도록 구체적 실천 과제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며 "국민들께서도 응원해 주시고 어떤 성과를 거두어낼지 관심 있게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대한상의가 706명의 국민을 대상으로 '국민이 바라는 기업의 실천과제는 무엇입니까?'를 물은 질문에 조사대상의 29.6%는 워라벨 실천, 즐거운 일터, 임직원 성장 등과 관련된 '기업문화 향상'을 꼽았다. 다음으로 환경문제 해결(자원순환 활성화, 자연보호, 탄소 감축 등) 25.6%, 윤리경영(윤리의식 확산, 투명한 기업, 파트너사 상생 등) 18.3%, 지역사회 상생(지역소비 활성화, 지역 소외계층 지원, 지역투자 확대 등) 15.3%, 경제적 성장(미래산업 발굴, 일자리 창출, 창업생태계 활성화) 11.2%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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