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저성장 현실화···한은 "올해 물가 4.5%·성장률 2.7%" (종합)
고물가·저성장 현실화···한은 "올해 물가 4.5%·성장률 2.7%"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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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물가상승률 1.4%p 상향···13년 10개월 만에 '최고'
경제성장률 3.0→2.7%···"상·하방요인 혼재, 불확실성 증가"
(사진=한국은행)
사진 왼쪽부터 김민식 국제무역팀장, 이정익 물가동향팀장, 이환석 부총재보, 김웅 조사국장, 최창호 조사총괄팀장. (사진=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올해 한국경제, 예상보다 低성장·高高물가.'

한국은행은 올해 한국경제 상황을 이렇게 정리했다. 한은은 26일 올해 경제성장률은 기존 전망인 3.0%에서 2.7%로 하향 조정하고, 소비자물가 전망치는 3.1%에서 4.5%로 대폭 올려잡았다. 향후 성장경로는 소비회복세 강화·투자 확대와 같은 상방리스크와 중국 봉쇄조치·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 하방리스크가 교차하며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태로 진단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메시지는 분명했다고 평가했다. 물가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높은 상황에서 '물가부터 잡고 가겠다'는 시그널을 강하게 던졌다는 것. 한은은 올해 성장률이 다소 낮아지긴 했지만 잠재성장률을 상회하고 있고 상·하방 리스크도 혼재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물가의 경우 상방 요인이 더 강력한 상황이라는 점을 여러 번 강조했다.

일단 물가 전망의 상승폭이 높았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종전 예상치보다 1.4%포인트(p)나 상향된 4.5%로 수정됐다. 이는 지난 2008년 7월(4.8%) 이후 13년10개월 만에 최고치다. 한은이 당해년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4%대로 내놓은 것은 2011년 7월(4.0%) 이후 처음이기도 하다. 

김웅 한은 조사국장은 "소비자물가는 원유, 곡물 등 원자재가격 상승, 공급차질 심화 등으로 오름세가 크게 확대될 전망"이라며 "석유류, 식료품, 외식 등 구입빈도와 지출비중이 크고 체감도가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물가오름세가 확대되면서 일반인들의 기대인플레이션도 3%대로 상승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물가 상방요인으로 △에너지 가격 상승 △식료품 가격 상승 △수요측 물가 압력 상승 등을 꼽았다. 코로나19 이후 에너지 가격이 20달러 이상 오른 데다 물가가 오르는 품목도 광범위하게 넓고, 거리두기 해제로 수요 측 물가 압력도 생각보다 강하게 나올 수 있다고 예측했다.  

특히 밀 가격을 비롯한 곡물가격이 전반적으로 급등하면서 상품들의 물가 상승을 촉발하는 이른바 '에그플레이션'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물가 상승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 곡물가격은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 봉쇄 등 대외조건과도 맞물려 있어 불확실성도 큰 상황이다.  

대외조건은 경제성장률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은은 거리두기 해제로 인한 민간소비 회복세 등 대내 조건이 양호함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 봉쇄령 등 대외적인 환경이 악화되면서 수출 증가세 약화와 투자여건 악화 등을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이를 반영해 올해 경제성장률은 기존 전망치보다 0.3%p 내려잡은 2.7%로 조정했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2.4%다. 이번 결정은 민간소비와 투자가 점점 완만한 개선세를 보인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 경제 성장을 주도하던 수출의 약화와 주요국의 성장세 둔화 여파를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수출 성장률을 이전보다 0.1%p 낮춘 3.3%로 전망했다. 주요국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수출에도 타격이 있을 것으로 봤다.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과 교역 신장률은 각각 4.1%, 5.5%에서 3.4%, 4.6%로 하향했다. 미국, 중국, 유로 성장률도 각각 0.9%p, 0.7%p, 1.2%p 내렸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폭도 700억달러에서 500억달러로 줄어들 전망이다. 내년 역시 680억달러에서 540억달러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 내외 수준이다.

다만 소비회복세가 강화되고 신성장 부문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상방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이 경기부양 카드를 꺼낸 점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은 금리 인하에 이어 감세를 포함한 대규모 경기부양 패키지를 내놓았다.

한은은 경제성장률이 하향 조정되긴 했지만 아직까지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수출 둔화에도 소비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일정 부분 상쇄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언급과 함께 여전히 잠재성장률을 상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 밑으로 내려가기까지는 완충지대가 있어 스태그플레이션보다는 물가 상방 요인에 중점을 둘 때라는 설명이다.

한은은 이번 전망의 기본 전제인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 방역정책'의 향방에 따라 물가와 성장 경로가 결정되겠지만, 대외여건의 경우 컨트롤을 할 수 없는 만큼 불확실성이 증대됐다고 종합 평가했다. 다만 물가의 경우 내년 초까지 4%대의 높은 수준을 나타낼 것이라고 못을 박은 만큼 당분간 기준금리 결정을 비롯한 통화정책은 성장보다는 '물가'에 방점이 찍힐 전망이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물가 전망과 발표된 현재 기대인플레이션 수준을 고려할 때,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008년 이후 상당기간 최고치에 근접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 수정경제전망에서는 한은의 물가개선 의지가 확인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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