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반년 만에 해외 출장···"잘 다녀오겠다" 성과 기대
이재용, 반년 만에 해외 출장···"잘 다녀오겠다" 성과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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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간 유럽 출장길···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 방문할 듯
故이건희 회장 '신경영 선언' 29주년에 출장···초대형 M&A 관측도
(사진=박시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서 유럽으로 출장을 떠나기 위해 출국하고 있다. (사진=박시형 기자)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잘 다녀오겠다"는 한 마디를 남기고 7일 유럽 출장길에 올랐다. 지난해 12월 중동 출장 이후 반년 만의 해외 출장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부터 18일까지 12일간 출장길에 올라 현지 사업을 점검하고 유럽 반도체 장비 업체 등 전략적 파트너들을 만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오전 11시 45분께 김포공항에 도착한 이 부회장은 전세기편을 이용해 유럽으로 출국했다.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발표일 출국하는 소감', '구체적인 출장 일정', 'M&A(인수합병) 추후 계획과 기대하는 성과' 등 취재진의 질문에 "잘 다녀오겠다"고만 답한 채 출국길에 올랐다.

이번 출장은 지난해 12월 아랍에미리트(UAE)로 중동 출장 후 6개월 만의 해외 현장경영이다. 지난해 8월 가석방된 이 부회장은 같은 해 11월 미국으로 11일간 출장을, 12월에 3박 4일간 아랍에미리트(UAE)로 중동 출장을 다녀왔지만 이후로는 글로벌 행보를 자제해왔다. 삼성물산 합병 관련 재판 등으로 경영 활동에 제한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다 이달 초 법무부의 출국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출장의 행선지로는 네덜란드만 공개됐지만 독일과 프랑스 등 인접 국가도 방문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도 이 부회장과 같은 비행기를 탔지만, 이번 유럽 출장 일정 전체를 함께 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이 7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서 유럽으로 출장을 떠나기 위해 출국하고 있다. (사진=박시형 기자)
최윤호 삼성SDI 사장이 7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서 유럽으로 출장을 떠나기 위해 출국하고 있다. (사진=박시형 기자)

먼저 이 부회장은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있는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업체 ASML 본사를 찾아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수급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ASML은 반도체 미세공정에 필수적인 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글로벌 업체다. EUV 장비는 1년에 약 40~50대밖에 생산할 수 없어 대만 TSMC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EUV 장비를 더 빨리, 많이 확보해야 한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피터 베닝크 ASML CEO 등 임원진을 직접 만나 장비 공급을 협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은 앞서 지난 2020년 10월에도 이 회사를 찾아 경영진과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또 이 부회장은 이번 네덜란드 방문에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의 회동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출장에서 독일, 프랑스, 영국 등 다른 유럽 나라를 찾아 삼성전자의 대형 M&A를 구체화할지도 관심사다. 그간 삼성전자는 미래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다양한 기회를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이렇다 할 M&A 소식은 없었다. 이 가운데 올해 들어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부문장)이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다"고 언급하면서 대형 M&A 계약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지난달에도 한 부회장은 "(M&A가) 진행 중인 것으로 보면 된다"고 언급했다. 

삼성의 유력 M&A 대상으로 꼽혀온 차량용 반도체 기업 NXP(네덜란드), 인피니온(독일),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스위스) 등이 모두 유럽에 있다. 또 최근 M&A 매물로 다시 나온 반도체 설계(팹리스) 기업 영국의 ARM도 유력한 M&A 대상이다. 이 부회장이 ARM 고위관계자와 접촉을 위해 영국에 방문할 경우 영국 케임브리지에 있는 삼성 AI(인공지능) 연구센터 등 산하 연구 기관이나 생산 시설을 찾아 직원을 격려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오세정 기자)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오세정 기자)

재계에서는 삼성 내에서 뜻깊은 날인 6월 7일 이 부회장의 출장이 의미가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9년 전인 1993년 고 이건희 회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임직원에게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며 대대적인 혁신을 요구하는 '신경영'을 선언했다. 이 신경영 선언은 외형을 중시하는 관습에 빠져 질적 성장에 소홀했다는 위기감을 전 임직원이 공유하고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대전환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이번 출장길에서 신경영 선언과 같은 새로운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자국우선주의 경쟁과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맞물려 촉발된 전례 없는 반도체 공급망 위기 등으로 대내외 위기를 겪고 있다. 이 부회장은 최근 삼성의 대규모 투자 계획 발표와 관련해 "그냥 목숨 걸고 하는 것이다. 앞만 보고 가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앞서 지난해 11월 미국 출장 후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오니 마음이 무겁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이 같은 엄중한 산업 위기에 대응하고 미래 준비를 가속화하기 위해 새 정부 들어 더 활발한 경영 행보를 보이는 모습이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원자재 공급 경색 문제를 푸는가 하면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방문에서 직접 안내를 맡아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이번 출장을 계기로 이 부회장을 사면해 세계 시장에서 다시 뛸 수 있도록 하자는 경제계 안팎의 목소리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에게 "이 부회장 등 기업인의 사면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다음날인 3일에는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위원장도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 이 부회장을 사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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