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건설사, 정비사업 수주 '순풍'···수익 증대는 '글쎄'
10대건설사, 정비사업 수주 '순풍'···수익 증대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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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총 수주액, 2019년 1년치 보다↑
현대건설 5조원 달성···7곳 모두 대단지 위주
수주 건수는 지난해와 비슷, 공사비 상승 영향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모습. (사진=이서영 기자)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모습. (사진=이서영 기자)

[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올해 시공능력평가 10대 건설사들의 정비사업 수주액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상반기에만 지난해 수주금액에 경신했고, 10대 건설사들도 1곳을 제외하고 모두 수주액이 7000억원을 넘어섰다. 다만, 이같은 상승세는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한 공사비 인상과 조합의 시공사 교체 등 변수로 인한 '정비사업 수주고 인플레이션'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9일 서울파이낸스가 시공능력평가 10대 건설사들의 올해 정비사업 수주액을 조사한 결과, 올해 10대 건설사의 정비사업 수주 총액은 14조7712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오류동 현대연립 재건축(1469억원)만 수주하며 부진한 것을 제외하면 9개 건설사가 모두 7000억원 이상의 수주고를 올렸다. 

1등은 5조2772억원을 수주한 '현대건설'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기록을 5개월 만에 경신해, 올해 6조원이란 목표로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같은 수주액이 가능했던 이유는 수주한 7곳 사업지 모두 신축 시 1000세대가 넘는 대단지이기 때문이다. 특히 5006세대가 조성되는 광주 광천동 재개발은 공사비만 약 1조7660억원이다. 제일 작은 규모 또한 대구 봉덕1동 우리재개발(1107세대, 3023억원)로 이 결코 작은 곳이 아니다.

2번째로 수주 곳간을 많이 채운 곳은 GS건설이다. GS건설은 상징적인 서울 용산 이촌 한강맨션(6224억원)을 마수걸이로 따내며 현재까지 6건, 약 2조3695억원을 수주했다. 다만 지난해 리모델링 수주액만 1조원이 넘었던 GS건설은 아직까지 리모델링 수주를 하지 못했다.

롯데건설과 DL이앤씨는 정비사업 수주액 2조원 대 진입을 노리고 있다. 1조6639억원을 수주한 롯데건설은 대구 반고개구역 재개발사업(1783억원)을 제외한 6곳 모두 서울 내 사업지다. DL이앤씨는 최근 △대전 도마 변동13구역 재개발(3265억원) △대구 수성1지구 재개발(6183억원) △남서울 무지개아파트 재건축(2444억원) 등 4건을 수주했다. 

5곳을 수주한 포스코건설은 재개발, 재건축, 리모델링을 고루 수주하며 9530억원의 수주고를 기록, 1조 클럽을 목전에 두고 있다. 

성장세가 눈에 띄는 곳은 8802억원을 수주한 SK에코플랜트다. 지난해 정비사업 1곳 수주에 그쳤지만 올해는 벌써 5건을 수주해 2018년 이후 최고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특히, 인천 부개주공3단지를 통해 첫 리모델링 사업 수주에도 성공했다. 

그 외 삼성물산, 대우건설, HDC현대산업개발은 각각 2건의 정비사업을 수주하며  8172억원, 7090억원, 7000억원의 상반기 누적 정비사업 수주고를 기록했다.

10대 건설사 CI. (자료=각 사)
10대 건설사 CI. (자료=각 사)

정비업계에서 현재와 같은 흐름이 하반기에도 지속될 경우, 대다수의 건설사가 올해도 기록 경신을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누적 수주 액수는 약 15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약 8조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1.8배 가량 상승했다. 지난해엔 그동안 소홀히 했던 리모델링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수주액 기록 경신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건설사 정비사업 수주액 상승을 마냥 반길 수 만은 없다. 지난해 같은 기간 건설사의 정비사업 수주 건수를 비교했을 때, 1조원대의 수주고를 기록한 건설사는 약 4~7건을 수주했으며, 올해 또한 엇비슷하다. 지난해보다 사업 건수가 늘지 않은 상황에서 수주액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최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시공사가 받는 도급액 또한 인플레이션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수주액이 늘었다고 해서, 실제 이익 상승으로 귀결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공사비 인상으로 인해 조합과의 갈등을 겪기도 한다.   

심지어 조합에서 시공사를 교체하는 과정 속에서 공사비 상승 돼, 같은 사업지라도 수주액이 커지는 현상도 발생한다. 실제로 대구 장대B구역은 본래 GS건설이 2019년 수주한 곳으로 공사비는 7500억원이었지만 조합과 시공사의 갈등으로 새로운 시공사로 현대건설을 선정하면서 공사비는 약 8871억원으로 3년 새 약 18% 증가했다. 방배6구역도 DL이앤씨에서 삼성물산으로 시공사를 교체하며 2016년 도급 계약한 공사비 2732억원에서 3696억원으로 무려 35%나 상승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의 국내 주택 사업 수주잔고가 점점 커지고 있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공사비가 증가해 수익이 늘어난다고 보기 어렵다"며 "향후 단기적으로 정비사업 수주고가 상승할 수 있으나 미분양이 지금보다 더 많아질 경우, 건설사들은 정비사업 사업성을 더욱 깐깐히 따져 오히려 수주고가 줄어들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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