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견해차
[홍승희 칼럼]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견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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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현재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해 우리나라는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하고 있다. 근거는 잠재성장률이 높다는 것이고, 그 근거로는 수출보다 민간소비에 희망을 걸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행의 낙관적 전망을 믿기에는 여러 상황들이 꽤 심각해 보인다. 게다가 현재 정부가 내놓는 대책들은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대비가 아니라 단순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응 수준으로 밖에 안 보인다.

1970년대 오일쇼크로 인한 세계적 스태그플레이션이 50년 만에 또다시 세계 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이번에는 1970년대보다 상황이 더 나쁠 수도 있다. 코로나 팬데믹에 이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진영 간 분열이 심화되면서 산업생산 밸류체인이 고장난 상태이고 에너지뿐만 아니라 곡물가격 폭등까지 겹쳐있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이 지난 7일 내놓은 세계경제전망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4.1%에서 2.9%로 대폭 낮췄다. 국제기구의 전망치가 이처럼 큰 폭으로 하향조정 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국내 동향도 꽤 심각하다. 1분기까지는 GDP 성장률 잠정치가 전기 대비 0.6%로 4월 발표된 속보치보다 0.1%p 낮아진데 그쳤으나 2분기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못하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현재의 경기동향을 나타내는 동행 종합지수 순환변동치 뿐만 아니라 근미래의 경기전망을 파악할 수 있는 선행 종합지수 순환변동치도 4월 중 각각 0.3%p 하락했다.

경기하락 전환신호가 한층 강해지고 있다는 통계청 분석이 아니어도 현재 내릴 수 있는 전망은 상당히 어둡다. 계속되는 가뭄으로 농산물 생산이 차질을 빚고 있는 데다 과중한 업무에 가파르게 오르는 운임비용까지 악화된 상황이 겹치며 그에 따른 수익을 얻지 못하는 화물연대의 총파업도 물가상승 압박뿐만 아니라 성장률에도 치명적 타격을 가져올 변수들이다.

그게 아니어도 이미 소비자물가상승률은 통계청 집계로 전년 동월대비 3월 4.1%, 4월 4.8%에 이어 5월은 5.4%까지 솟구쳤다. 추경호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당분간 5% 대의 물가상승률이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최근 나타나는 동향까지 더하면 6% 대까지도 대비해야 할 것을 경고했다.

그런데 한국은행이 전 세계적 스태그플레이션 공포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근거가 매우 미약해 보인다. 한국은행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내놓으며 밝힌 낙관적 근거는 거리두기 완화로 민간소비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밖에 안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팬데믹 기간 억눌렸던 소비가 일정 수준 되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는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들은 이런 기대가 없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가 닥쳐올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협에 떠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 경제는 기본적으로 수출 위주로 성장해왔고 아직도 여전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언제부터 한국경제가 그 전망을 내수 시장에 기대왔었던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수출산업이 타격을 받게 되면 중소기업부터 그 타격을 받을 것이고 개인소득 감소로 이어지며 팬데믹으로 폐업했거나 폐업 직전까지 갔던 영세 자영업자들은 또 다시 위기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그럼 어디서 민간소비를 늘릴 여지가 생겨난다는 말인가.

그럼에도 지금 정부는 인플레이션에만 정신이 팔려 임금인상은 반대하고 나섰다. 물론 기업이 고사할 정도라면 임금인상은 그야말로 모두가 위기로 내몰리는 위험이 있으니 그럴 수 있다고 하지만 민간소비는 '소득'이 보장될 때 유지될 수 있는 것 아닌가.

당장은 에너지 가격 불안정으로 생산원가가 높아져 소비여력에 비해 과도한 물가상승이 불가피하다지만 그나마 물건이 팔리지 않는데도 생산 활동은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인가. 물가가 오르면 오히려 소비를 위축시키지 않기 위해 임금을 올리고 실업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소득 보장을 해줘야 경제 순환이 가능해진다.

지금 한은이나 정부가 내놓는 정책들은 단순히 물가상승만 억제하면 될 것이라 여기는 단순한 인플레이션 대책으로 보이지만 생산원가 상승으로 인한 물가인상은 정책으로 억제되기도 힘들고 이로 인한 소비위축을 피하기도 어렵다.

오랜만에 경험하게 된 스태그플레이션이 이미 한국에서도 시작됐다는 시각도 있고 또 한은의 판단대로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해도 적어도 선제적 예방은 반드시 필요하다. 정치적 판단에 휘둘리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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