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비슬산 아래
[데스크 칼럼] 비슬산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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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네명 나온다는 비슬산 아래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가 자리잡았다. 최근 대구 비슬산에 다녀오다 산 아래 박 전 대통령의 사저(달성군 쌍계리)가 지나던 길목에 있어 잠시 들렀다. 사저는 비슬산을 뒤로 하고 있었다. 평일이라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이미 관광지가 돼 주말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는 얘기를 들었다.

집 앞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형물 앞에서 인증샷도 찍을 수 있게 해놓았다. 유튜버들은 어떤 목적인지 모르지만 사저를 찾은 사람들을 찍어 중계하는 것처럼 보였다.

사저 저편에서는 가로세로연구소에서 ‘박근혜 대통령님 힘내세요!’라고 선명한 간판을 건물 가장 꼭대기층에 내걸어 이곳을 찾은 누구나 볼 수 있게 했다. 박 전 대통령도 사저에서 볼 수 있는 위치다. 경찰들이 있었지만 사저 쪽을 카메라나 휴대폰으로 찍는 데 제지는 없었다.

대견사가 위치한 비슬산은 용알(용의 알처럼 생긴 둥근 바위들이 많다)이 유명하다. 전설에는 이 산의 기운이 다수의 국가 지도자를 낳는다 한다. 비슬산 정상 이름도 왕(王)이 들어간 천왕봉이다. 그래서 사저의 위치가 여기 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떠난 지도자에 대한 향수는 여전해 보였다.

경남 양산(평산마을)에 사저를 마련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근황은 어떠한가. 오늘 오전 한 방송 대담에 출연한 박지원 전 국정원장의 말을 빌자면 문 전 대통령은 수염을 기르고 박 전 원장을 사저에서 맞이했다 한다. 박 전 원장은 큰 스님들을 만나 도움되는 말을 듣고 이후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정치적인 대화 내용은 구체적인 언급을 꺼려했지만 최근 대통령직을 내려놓은 문 전 대통령의 영향력 또한 무시못할 것이다. 괜히 정치인 고수 박 전 원장이 문 대통령을 예방했을까.

한 신문에는 문 전 대통령의 사저를 배경으로 수 십 개의 수갑이 매달려 있는 사진이 보도되기도 했다. 감옥 갈 때 차고 갈 수갑이라며 유튜버들이 마을 앞 펜스에 걸어 놓은 거란다. 주민들은 생활권 보장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한지 한 달이 됐다. 아무리 영향력있는 전 대통령이라 하지만 살아있는 권력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의 청와대 용산 이전, 아침마다 기자 질문에 대한 답변 등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국민에게 더 다가간다는 인상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치우친 인사 등 우려도 많다. 이제 한 달 된 정부에 대한 우려는 앞으로 개선이 이뤄진다면 단순한 기우에 불과했음을 국민에게 보여줄 수도 있다.

이를 위해 좀더 국민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대통령직으로서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국정을 수행해 나가야 한다.

이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여야는 새판짜기에 돌입한 모습이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 역할 또한 국민을 대표하는 선출직으로서 신중함을 기하며 통합과 협치의 약속을 이행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임기가 많이 남았다 해도 국내외 엄중한 여건으로 보면 국민과 나라를 위해 신경써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 고물가로 인해 다가올 민생의 어려움에 미리미리 대응하고 국제질서의 변화로 국내 경제가 휘청이지 않도록 살펴야 한다. 이에 통일과 외교 전략은 더 치밀하고 전략적이어야 하며 지지세력에만 귀를 기울이지 말고 폭넓게 전문가들 의견을 수용해 판단, 실행해 나가야 한다.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과도하면 그것도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아무쪼록 분열이 아닌 국민 통합으로 가도록 해야한다. 다음 일정 동화사의 불상(통일약사여래대불) 앞에서 그리 빌었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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