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도입한 KT···법원 "연령차별 해당 안돼"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도입한 KT···법원 "연령차별 해당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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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광화문 사옥. (사진=연합뉴스)
KT 광화문 사옥.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KT 전·현직 직원 1천여 명이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최대 40%의 임금을 삭감당했다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이번 재판의 선고결과는 '정년연장형'인 점 등을 고려할 때 임금피크제가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만을 이유로 직원의 임금을 삭감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이 인정된 결과로 풀이된다. 최근 대법원이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 소송 사건에서 노동자의 손을 들어준 것과는 달리, 재판부는 정년연장형인 경우 오히려 노사상생이라는 합리적 이유에 해당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이기선 부장판사)는 전일 KT 전·현직 직원 1천312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 2건을 모두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KT와 이 회사 노동조합은 2014∼2015년에 걸쳐 이뤄진 단체 협약에서 임금피크제 도입에 합의했다. 정년을 종전의 58세에서 60세로 늘리는 대신 근로자들이 받는 임금을 일부 삭감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세부적으로는 만 56세부터 4년에 걸쳐 매년 연봉의 10∼40%씩 총 100%를 삭감하는 내용으로, 정년을 2년 늘리는 대신 1년치 연봉을 덜 받는 취지였다.

이에 대해 노동자들은 2019년과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소송을 제기했다. "노조가 사측과 밀실에서 합의를 체결했고, 이로 인해 근로자 1인당 10∼40%의 임금이 삭감됐다"는게 소송 청구의 취지다. 즉, 삭감된 임금을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를 실시하기 전후를 비교해 봐도 결국 근로자들이 받는 임금의 총액은 더 많아진다"며 "원고들은 정년 연장과 분리해 임금피크제를 '합리적 이유가 없는 연령 차별'이라고 주장하지만, 정년 연장과 임금체계 개편을 별도로 분리해서 볼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2014년 KT의 영업손실은 7천194억원, 당기순손실은 1조1천419억 원에 이른다"며 "경영 사정을 고려할 때 KT는 고령자고용법(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른 정년 연장에 대응해 임금피크제를 실시할 절박한 필요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근로자들은 노조가 조합원 총회 의결도 거치지 않은 채 사측과 밀실 합의를 했으며 노조위원장이 대표권을 남용해 합의한 만큼 임금피크제가 무효라는 논리도 폈으나 모두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먼저 "노조위원장이 노사 협의 과정에서 조합원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것은 노조원들의 절차적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고, 실제 노조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불법행위가 인정되는 판결이 확정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내부적 절차 위반이 있었더라도 위원장이 노조를 대표해 체결한 합의 효력을 대외적으로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 확정된 대법원 판결에 따른 법리"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임금 체계 개편은 사업주뿐 아니라 KT 노조의 의무이기도 하다"며 "당시 KT의 경영 상황, 협약을 체결한 노조위원장이 이후에도 재차 위원장에 선출된 점, 노사가 여섯 차례 노사상생협의회를 열어 임금피크제의 구체적 내용을 협의한 점, 노조가 임금 삭감률을 두고 사측의 양보를 일부 얻어낸 점을 고려하면 노조위원장이 대표권을 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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