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부산 이전' 갈등 장기화···노조 반대로 강석훈 회장 열흘째 출근 못해
'산은 부산 이전' 갈등 장기화···노조 반대로 강석훈 회장 열흘째 출근 못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6일 강 회장 두번째 본점 출근 시도 저지
노조 "부산 이전 계획 철회토록 정부 설득이 우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산업은행지부는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사업은행 본점 1층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본점 부산 이전 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김현경 기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산업은행지부는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사업은행 본점 1층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본점 부산 이전 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김현경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산업은행 부산 이전 추진을 둘러싸고 강석훈 신임 회장과 산은 노동조합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노조의 출근저지 투쟁에 막혀 강 회장이 임명된 지 열흘째 출근을 못하고 있는 가운데, 노조는 강 회장에 대한 임명 철회를 요구하며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산업은행지부는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1층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 논리에 의한 산업은행 지방 이전을 고집할 경우 이는 정권을 넘어 우리 경제에 재앙으로 작용하며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노조는 "강 회장은 첫 출근 시도를 하는 날 언론과 직원들 앞에서 노조에 지방 이전 문제도 함께 논의하자며 대화 의사를 밝혔으나 실제 대화 과정에서 회장으로서의 책임의식, 구성원의 정서에 대한 이해를 결여한 채 대통령 공약사항이란 정권의 입장에서만 현 상황을 판단하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 회장이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논의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면 이제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며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는 지금이라도 회장을 통한 이전 압박을 멈추고 이전에 대한 구체적인 실효성 검토를 시행한 후 이를 근거로 한 입법기관 국회의 판단을 존중하길 요구한다"고 했다.

기자회견 참석한 조윤승 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직원들 삶의 질을 매우 훼손하는 정책"이라며 "제가 요구한 것은 (부산 이전) 정책으로 직원들이 얼마나 고통받을지 정부와 여당에 전달해주고, 부산 이전 대책이 제고되도록 노력해 달라는 것이었으나 (회장은) 그것조차 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도 "강 회장은 신임 회장으로서 산업은행에 대해, 본점에 대해 직원들이 걱정을 하고 있을 때 '본점은 국민대표인 국회가 정할 사항이니 내가 취임식을 하면 직원을 대표하는 입장에서 직원들에게 최소한의 피해가 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얘기했어야 했다"면서 "집회장소를 피해 설령 출근한다고 하더라도 3490여명의 어떤 임직원도 강 회장을 따르지 않을 것임을 하루빨리 깨닫고 자신이 없으면 오늘이라도 자진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산업은행 노조가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한 것은 지난 16일 강 회장이 두 번째 본점 출근을 시도하면서 밝힌 입장문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다.

앞서 강 회장은 16일 오전 산은 본점으로 출근하면서 입장문을 통해 "노사가 함께 참여하는 상설기구를 만들어 여러 문제와 어려움을 충분히 듣고, 산은을 억누르고 있는 각종 규제를 점검하면서 인력운영과 예산 등의 자율성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와 유관기관을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조는 부산 이전 계획을 철회하도록 정부를 설득하겠다는 내용이 담기지 않은 만큼 강 회장의 입장문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고, 강 회장은 두 번째 본점 출근날에도 발길을 돌려야 했다. 노조는 지난 8일부터 이어온 강 회장 출근저지 시위를 앞으로도 이어갈 방침이다. 현재 매일 오전 산업은행 본점 로비에서 열리고 있는 출근저지 시위에는 직원 5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양측이 부산 이전 계획을 둘러싸고 합의점 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산업은행 업무공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쌍용차, KDB생명 등 기업 구조조정 업무가 밀려있는 데다 경제·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대표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노조와의 갈등을 원활히 풀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강 회장의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을 대표하는 입장으로서 전직원이 반대하는 계획을 추진할 땐 그만한 설득력을 갖추거나 당근책을 제시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직원들을 설득할 만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니 갈등이 악화되고만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