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공포' 드리운 금융시장···증시 2년 전 회귀·환율 1300원 돌파
'S공포' 드리운 금융시장···증시 2년 전 회귀·환율 1300원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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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2310선·코스닥, 4%대 '뚝' 710선···이틀간 시총 101조 증발
개인·外人 9700억 '팔자'···삼성전자·SK하이닉스·카카오 '또 신저가'
파월 "경기 침체 가능성" 언급···원화 약세 심화에 外人 수급 영향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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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박성준 기자] 국내 금융시장이 연일 크게 출렁이고 있다. 23일 코스피와 코스닥이 2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고, 원·달러 환율은 1300원을 넘어서며 근 13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지난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단행한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75%p 인상) 이후 고물가 속 경기 침체(스태그플레이션) 우려로 투자심리가 한껏 위축되는 형국이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장 대비 28.49p(1.22%) 내린 2314.32로 마감했다. 2020년11월2일(2300.16) 이후 1년 7개월여 만에 최저치다. 전날에 이어 이틀째 연저점이다. 전 거래일보다 5.03p(0.21%) 오른 2347.84에 출발한 지수는 오름폭을 확대하며 오전 한때 2360선을 넘어섰다. 하지만 오후 들어 하락 반전한 뒤 낙폭이 1%대로 커지면서 2310선으로 밀렸다. 

투자주체별로 개인이 6719억원어치 팔아치우면서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반대매매 물량도 대거 쏟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닷새째 '팔자'를 외친 외국인도 2961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기관은 금융투자업계를 중심으로 926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연준은 긴축 의지를 재확인하는 한편, 경기 침체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인플레이션이 하락한다는 강력한 증거가 보일 때까지 지속해서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이날 상원 의원들이 연준이 미국 경제를 경기 침체로 몰고 갈 수 있다고 경고한 데 대해 "연준이 경기 침체를 유발하기 원하지 않는다"라면서도 경기 침체에 대해 "확실히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원화 약세가 심화한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5원 오른 1301.8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지난 2009년 7월13일(1315.0)원 이후 근 13년 만에 1300원을 기록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가 경기 불안 심리 지속으로 하락 마감한 점이 부담이었고, 개인 수급 불안으로 변동성이 확대된 모습을 보였다"면서 "이에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확대되면서 원화 약세가 지속됐다"고 분석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원·달러 약세로 인한 외국인 자금 유출과 경기 침체 우려가 부각한 영향으로 하락했다"면서 "여기에 내일 역대급 반대매매가 일어난다는 기사에 투심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업종별로 종이목재(-4.63%)를 필두로 비금속광물(-4.51%), 건설업(-3.67%), 운수창고(-3.60%), 철강금속(-3.43%), 섬유의복(-2.83%), 전기가스업(-2.13%), 보험(-2.13%), 화학(-1.91%), 금융업(-1.86%), 유통업(-1.72%), 증권(-1.50%), 운수장비(-1.34%), 의료정밀(-1.16%), 제조업(-1.11%) 등 대다수가 떨어졌다. 통신업(1.77%)는 유일하게 상승 마감했다.

시가총액 상위주도 하락 종목이 우세했다. 대장주 삼성전자(-0.35%)는 닷새 연속 하락하며 장중 52주 신저가(5만6800원)을 또다시 갈아치웠다. SK하이닉스(-2.17%)와 카카오(-2.04%)도 장중 각각 8만9700원, 6만6700원으로 52주 신저가를 터치했다. 

LG에너지솔루션(-0.25%)과 LG화학(-0.36%), 삼성SDI(-0.74%), 현대차(-0.29%) 등도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0.37%), NAVER(2.18%), 셀트리온(2.88%)은 올랐다.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하락 종목(838곳)이 상승 종목(77곳)을 압도했고, 변동 없는 종목은 15곳으로 마감했다. 

코스닥시장은 연일 폭락장이 연출되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전장 대비 32.58p(4.36%) 떨어진 714.38로 마감했다. 전날에 이은 4%대 급락세다. 지수는 전장보다 0.53p(0.07%) 오른 747.49에 출발한 이후 제한적인 범위에서 흐르다가 오후 들어 낙폭을 크게 확대한 뒤 710선으로 고꾸라졌다. 이날 기록한 지수는 2020년 5월28일(708.75) 이후 2년여 만에 가장 낮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시장 합산 시가총액은 2139조3261억원이다. 전날(2176조1654억원) 이후 하루 만에 36조8393억원 쪼그라들었다. 전날까지 이틀간 증발한 시총은 101조2901억원에 달한다. 

◇원·달러 종가 1300원 돌파···근 13년 만 최고

환율도 심리적 저항선인 1300원을 뚫어냈다. 2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1297.3원)보다 4.5원 올라선 1301.8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환율이 1300원대로 진입한 것은 지난 2009년 7월13일(1315.0원) 이후 12년 11개월 만이다.

이날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1.7원 올라선 1299.0원으로 개장한 뒤 10분 만에 달러당 1300원을 돌파했다. 간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경기 긴축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장중에선 하루종일 롱(매수) 심리가 두드러졌다. 역외에서도 달러 비드, 롱플레이가 지속적으로 상단을 높였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날 구두개입성 발언을 내놓기도 했으나, 시장 내 롱 심리를 꺾지 못했다.

이날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화지수(달러인덱스)는 104선 초중반대에 머무르고 있는 데 반해, 환율이 1300원을 뚫어낸 것은 '셀코리아'(한국 주식 매도)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 매도 행렬과 함께 외환시장 내에서도 위험회피 심리가 원화 약세로 이어진 결과라는 것이다.

환율이 1300원대 위로 안착할 것이란 관측은 제한적이나, 심리적 저지선이던 1300원을 뚫어낸 만큼 단기적 오버슈팅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있다는 분석이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심리적 저항선을 뚫어낸 만큼 단기간의 과열 구간을 지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면서 "순간적인 쏠림 현상 등을 고려하면 상단으로 충분히 1350원까지도 도달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가능하다. 다만 2분기 말에는 네고(달러 매도) 물량이 출회하기 때문에 수급상 상단 저항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등을 보면 우리나라의 자산시장 안정성은 타국 대비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원화 가치가 추가적으로 떨어지는 데에는 중국의 영향도 있으며, 위험회피가 그만큼 강하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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