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우주항공산업의 힘
[홍승희 칼럼] 우주항공산업의 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번 누리호 발사 성공은 우리로서도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주변국들이 더 호들갑을 떨고 있다. 특히 우리는 인공위성을 쏘아올렸을 뿐이지만 중국, 일본에서는 ICBM 기술이라고 경계하고 그 외 국가 외신들도 한국이 ICBM 개발 가능한 기술을 획득했다는 식으로 뉴스를 생산해내고 있다.

위성발사기술 자체는 미사일 발사기술과 기반이 다를 바 없으니 이런 앞선 평가들이 아예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국은 미사일 기술의 핵심 중 하나인 재진입 기술을 선보인 적이 없다. 너무 앞서 나가는 외신 보도에 국내 일부 유투버들까지 같이 들뜬 반응을 보이는 것이 다소 불안해 보인다.

한국은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지만 초기에는 위성체 개발에만 집중했을 뿐 독자적인 발사체기술 개발이 늦어져 이번에 비로소 자체기술에 의한 발사를 처음 성공했다. 처음 인공위성을 발사할 당시만 해도 외국에 나가 다른 나라의 발사체를 빌려 쓸 수밖에 없었던 한국 입장에서 이번 발사체 성공은 국민 모두가 가슴 뿌듯한 성취감을 맛볼 일임은 분명하다.

90년대 국내 언론에서는 자체 발사체 기술 개발을 할 수 없게 만들었던 한미 미사일협정의 제약 같은 문제는 감춰두고 한국의 지리적 특성상 국내에서 발사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변명을 했었다. 그러나 그 변명은 곧 이은 북한의 자체적인 위성 발사 성공으로 곧 무색해지고 말았다.

우리별위성, 무궁화위성 등을 잇달아 성공시키던 무렵에는 우리도 곧 우주강국에 들어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지만 뒤이어 터진 외환위기로 인해 한동안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꽤 긴 시간 위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사그라졌다. 그러다 경제위기를 겪던 러시아의 도움을 받으며 나로도에 국내 첫 발사대가 설치됐지만 국내 연구진의 실질적인 기술 접근은 어려웠다.

우여곡절을 겪긴 했지만 한국은 자체 발사체기술까지 완성시키며 세계에서 7번째로 인공위성을 독자기술로 쏘아올린 국가가 됐다. 이어 한국은 연내에 달탐사선 다누리호를 미국 민간기업 스페이스X의 재활용 위성에 얹어 발사할 계획이다.

이번 누리호 발사는 국내에선 발사체 성공에 주로 관심을 쏟고 있지만 세계 과학계의 관심은 누리호에 얹어 발사된 5기의 초소형 군집위성에 더 쏠리고 있다고 한다. 여러 대학들이 하나씩 나눠 개발한 이 큐브위성들 가운데서도 특히 KAIST 교수팀이 개발한 초분광 카메라가 주변국들을 상당히 긴장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기술적 부분까지 설명할 것은 아니지만 일단 카메라 성능이 밭의 야채 잎이 시든 것까지 확인할 수 있다는 개발자들의 설명대로라면 한국에 공격적인 주변국들이 아니어도 충분히 놀랄만한 스펙이다. 일주일 후쯤부터 누리호에서 순차적으로 궤도에 토해낼 군집위성들은 저마다의 역할이 있겠지만 정지궤도위성을 통해 한국은 현존하는 가장 높은 수준의 환경감시기능을 확보하게 돼 당장 한반도에 대한 환경 침해의 책임을 주변국들에게 물을 증거를 얻게 된다.

누리호가 발사된 무렵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는 헬륨3 등의 달 자원 탐사 및 진행을 맡은 미국 NASA가 한국과의 달탐사 협력에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만들고 있다.

당초 아르테미스 사업에서 한국을 배제하려고 했다가 지난해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외교의 결과로 겨우 한국 참여를 허용했던 NASA의 이런 태도변화는 최근 한국 과학기술이 갑자기 레벨업 한 것으로 세계에 비쳐지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국내에서는 별다른 지원 없이도 꾸준히 연구, 발전해왔다지만 지난 몇 년 사이에 우주개발에 관한 국가적 청사진이 마련되고 재정적 지원도 대폭 늘면서 가시적 성과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됐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 한미 미사일협정을 폐기시키는 데까지 성공하며 각종 첨단무기 개발이 폭발적으로 이루어졌을 뿐만 아니라 독자적인 발사체 기술개발까지 촉진시키는 방아쇠 역할을 했다. 이제부터 관건은 정부가 기술개발에 얼마나 많은 지원을 해줄 수 있느냐가 될 것이다. 자동차 하나 만드는 데도 수백의 부품이 들어가고 그로 인해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데 인공위성 하나 발사하려면 무려 37만개의 부품이 들어간다고 한다.

명확한 목표가 있을 때 기술개발도 빨라지지만 그를 뒷받침하기 위한 일자리 또한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나랏돈은 마땅히 이런 일에 쓰여야 하지 않을까.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