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압박수위 높이는 당정···예대금리차 공시 '분기→월' 단축 요청
은행 압박수위 높이는 당정···예대금리차 공시 '분기→월' 단축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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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경고성 발언' 후 대출금리 앞다퉈 인하
주담대 상단금리 7%대에서 6%대로 떨어져
관치·정치금융 부활···시장개입 '부작용' 지적도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물가 및 민생안정 특별위원회 4차회의에서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물가 및 민생안정 특별위원회 4차회의에서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정치권이 은행권에 대한 '예대금리차 축소'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사실상 은행권에 예대금리차 축소를 직접적으로 요구하는 한편, 현재 분기별 예대금리차 공시기한을 월별로 축소할 것을 제안했다.

예대금리차 영업방식을 두고 금융당국과 정치권이 연일 비판 수위를 높이면서 은행들도 앞다퉈 대출금리를 낮추고 있지만, 일각에선 과도한 시장개입이란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생물가안정특위 회의 후 브리핑을 통해 각 은행이 분기별로 개별 공시하는 예대금리차를 월별 또는 통합 공시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금융당국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예대금리차 공시는 윤석열 대통령의 주요 공약이자 국정과제다. 이 때문에 금융위원회는 예대금리차 공시기한을 단축하거나 은행연합회 등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안을 폭넓게 검토한 후 조만간 구체적인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날 정치권이 예대금리차 공시 방안을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은행권의 '이자장사'에 제동을 걸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근 물가와 금리가 치솟으면서 민생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는 만큼 은행권이 예대금리차 축소를 통해 고통분담에 나서야 한다는 게 정치권의 주장이다.

이날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p)만 올려도 대출이자 부담이 6조7000억원 이상 늘어난다고 하는데, 급격한 이자 부담은 영끌족, 자영업자들을 비롯해 줄도산에 직면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5대 금융그룹은 1분기 11조3000억원의 사상 최대 이익을 실현했는데, 이는 예대금리차로 인해 이익 창출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문제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성 정책위의장은 이어 "경제위기는 국민 개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하기 어렵다"며 "특히, 국민의 금융을 담당하는 은행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고 예대마진에 대한 시장의 순기능이 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에 이어 정치권에서도 대출금리를 인하해 예대금리차를 축소하고, 취약계층의 이자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경고메시지를 연이어 내놓으면서 은행들도 앞다퉈 대출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NH농협은행은 지난 24일 전세자금대출 우대금리를 0.1%p 확대한 데 이어 다음달 1일부터 전세대출과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우대금리를 0.1%p씩 추가 확대하기로 했다. 우리은행도 1~8등급 고객에만 적용하던 가감조정금리를 9~10등급에도 확대해 금리 상단을 낮췄다. 케이뱅크도 아파트담보대출 혼합형 금리를 0.35~0.36%p, 6개월 변동금리를 0.3%p 인하했다. 전세대출 상품도 일반전세와 청년전세 금리를 각각 0.41%p, 0.32%p 낮췄다.

이 밖에 다른 주요 은행들도 대출금리 조정시기와 조정폭 등을 놓고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 은행권이 대출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연 7%를 넘어섰던 주담대 금리 상단은 현재 6% 중반대까지 떨어진 상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28일 기준 주담대 혼합형 금리는 연 4.67~6.464%다. 지난 17일(연 4.33~7.14%)과 비교하면 상단금리가 0.676%p 떨어졌다. 시장금리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우대금리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낮추고 있는 것이다.

당정을 의식해 대출금리를 선제적으로 낮추고 있지만 은행들 사이에선 과도한 관치·정치금융이란 볼멘소리도 나온다. 은행은 시중금리 등을 기준으로 대출금리를 산정하는데, 당정이 이에 개입하면서 시장 상황을 금리에 명확하게 반영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금리상승은 국내보다 글로벌 긴축, 인플레이션 우려 등에 따른 것이고 이에 연동한 시중금리 역시 함께 오를 수밖에 없는데, 이런 사실을 외면한 채 당정이 은행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려 한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금리를 낮추는 것도 그렇지만 예대금리차를 축소하려고 수신금리를 올리게 되면 오히려 코픽스가 오르면서 대출금리가 더 오를 수도 있다"며 "금리는 은행권이 시장 상황을 반영해 산정하는 건데, 인위적으로 개입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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