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고등어 세 손 사던게 한 손" 치솟는 물가에 상인·소비자 모두 '한숨'
[현장] "고등어 세 손 사던게 한 손" 치솟는 물가에 상인·소비자 모두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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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시장 분위기...재료값 올라 가격인상 요인, 소비심리 위축
'나주댁 꼬꼬' 분식집 주인이 '마약김밥'에 참기름을 바르는 모습. (사진=김종현 기자)
'나주댁 꼬꼬' 분식집 주인이 '마약김밥'에 참기름을 바르는 모습. (사진=김종현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종현 기자] 연일 치솟는 물가에 장보기가 겁나는 현실이다. 기자는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예지동 광장시장을 방문해 소비자와 상인들을 직접 만났다. 연일 치솟는 물가에 어떻게 느끼고 대응하고 있는지 물어보기 위함이었다.

"물가 오른거 실감하죠. 냉커피만 해도 1개당 500원이나 가격이 올랐으니깐. 여기 오는 횟수도 절반으로 줄었어요. (못 다녀도) 1달에 10번은 왔는데 요즘은 5번도 올까 말까에요."

서울시 동대문구에서 종로구 광장시장까지 직접 자가용을 운전해 온다는 아주머니는 기자의 질문에 근심어린 눈빛으로 대답했다. "(연일 오르는) 식재료 값을 보면 물가상승을 실감 한다”며 “그래도 사람들이 재래시장을 많이 찾게 하려면 정부가 (재래시장에) 주차·냉방시설을 설치해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배달로 식재료를 시킬 수 있는 시대에 누가 더위와 불편을 참으며 재래시장에 오겠냐는 것이었다.

서울시 도봉구에서 왔다는 한 중년남은 "연일 오르는 먹거리 가격을 볼 때마다 소비를 줄여야겠단 생각을 한다"며 연일 고공 행진하는 식재료 값에 우려를 표했다.

젊은 세대는 어떨까.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서 온 한 젊은 남녀는 "(물가 상승으로) 배달 음식 값이 오르니까 시켜먹기가 부담스럽다. 배달료라도 아끼기 위해 포장주문을 하거나 바깥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올 때가 많다"고 했다.

지난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5.4% 상승하며 2008년 8월(5.6% 상승)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 해 1분기 외식 물가는 작년 동기 대비 6.1% 상승하며 '런치플레이션'(점심과 인플레이션을 결합한 용어)이란 용어를 탄생시켰다.

한국은행(이하 한은)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6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율(향후 1년의 예상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9%로 5월(3.3%)보다 0.6%포인트 올랐다. 소비자들이 앞으로 1년간 4% 정도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본다는 뜻이다.

한은이 발표한 6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6.4로 5월(102.6)보다 6.2포인트 떨어져 2021년 2월(97.2) 이후 1년 4개월 만에 기준선 100을 밑돌았다. CCSI가 100보다 높으면 소비심리가 낙관적이라는 뜻인데, 이달 소비자 심리가 비관적으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서울시는 전통시장에 총 316억 원을 투입해 주차불편, 노후화된 시설 등 쇼핑환경을 개선한다고 발표했다. 전통시장 시설 현대화에 대한 필요성을 서울시도 이미 느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치솟는 물가에 상인들의 고민도 깊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수산물을 파는 '삼우수산' 직원은 "예전에 고등어를 세 손 이상 사갔던 손님이 요즘엔 한 손만 사간다. (수산물) 들어오는 가격도 많게는 두배 이상 올랐다"라고 말했다.

분식 가게 '나주댁 꼬꼬' 사장은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들은 비싸다고 생각하고 안 산다. 일부는 (왜 이렇게 비싸냐며) 막말도 한다. 원재료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마당에 음식 값을 안올리는 건 우리(상인)보고 모든 것을 다 부담하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가격 비교 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오늘(1일) 기준 해표 식용유 18ℓ 1개의 온라인 최저가는 8만 950원으로 지난 21일 6만 590원보다 2만 360원 올랐다. 감자와 마늘의 소비자 물가지수도 지난 5월 각각 154.11, 144.56으로 2020년 대비 45~55%가 급등한 것을 알 수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소비 감소세는)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되며 늘었던 부분이 줄어드는 것도 있고, 에너지 등 가격이 오르며 고물가로 소비가 위축되는 부분도 반영돼 약간의 감소 추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라며 "전반적인 물가 상승세가 높아 하반기에도 실질소비는 크게 증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전상민 충북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식재료는 생활에 필수적인 상품이므로 소비를 줄이기 어려워 다른 부문의 소비지출을 더욱 줄일 수밖에 없는데 이 때문에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다. 특히 최근 주식, 코인 시장이 좋지 않고, 임금 상승이 물가 상승을 뒤따라가지 못하여 실질소득 감소가 두드러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식재료와 공공요금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리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민들의 소비생활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분석이 필요하다. 저소득층 대상 복지 서비스와 연계해 고민해볼 필요도 있는데 고금리, 고물가 상황에서 가장 힘든 분들이 바로 저소득층 소비자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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