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미국 경기 심각하다는데
[홍승희 칼럼] 미국 경기 심각하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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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고 한다. 그런 와중에 최근 들려오는 소식들은 금융위기 이후 최대의 해고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특히 IT 분야나 전기차 등 최첨단 분야 기업들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소식들이 이어지고 있어서 반도체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한국 경제에도 상당한 타격이 오지 않을지 걱정이 큰 불길한 흐름이다. 국내 언론에서도 테슬라가 대량 해고를 예고했다는 뉴스를 전한 바 있다. 10만 명 직원 가운데 10% 가량, 즉 1만 명 정도를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를 끼고 있는 시애틀 같은 경우 대량 해고의 분위기는 도시 전체를 술렁이게 만들 정도라는 소식들이 전해온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부터 경영압박을 받아왔지만 결정적으로는 잇단 금리인상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상황에서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미국 정부나 연방준비제도의 판단이지만 문제는 이번 인플레이션의 가장 큰 원인이 금융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미·중 갈등으로 국제적인 생산 밸류체인이 붕괴되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그나마 이어지던 물류 유통에 장애가 발생한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공급 차질 및 가격폭등이 잇따르면서 발생한 인플레이션을 금융으로 틀어막으려는 발상 자체가 오히려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진행하도록 재촉하는 결과를 부르고 있다.

미국 한 조사기관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국민의 58%가 하루 벌어 하루 산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양질의 일자리에서 밀려나 불안정한 노동시장으로 내몰린 미국인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의미다.

일자리의 안정성이 떨어지면 소득 또한 줄어들 텐데 근본적인 원인이 해소되지 않은 인플레이션이 제대로 잡힐 수는 없을 것이다. 소득이 줄면 소비가 주는 것은 당연하고 그럼에도 물가는 계속 오른다면 이후 개개인은 물론 사회 전체적으로도 어떤 고통이 따를 것인지는 이미 지난 시절의 경제 역사가 충분히 예시를 보여줬다.

트럼프 시절부터 미국 내의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데만 집착해 전 세계 생산 밸류체인을 망가뜨린 미국이 바이든 정부 들어서는 좀 더 다듬어진 모습으로 외국의 글로벌 기업들에게 미국내 생산시설을 늘리도록 압박을 가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의 유수 기업들도 미국 시장에 눌러앉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진행 중임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기업들은 지금 줄줄이 대량 해고에 나서고 있다. 아직 제대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들려오는 소식들로 봐서는 외국기업들을 압박해서 억지로 늘려놓은 일자리 이상으로 미국기업 내 일자리는 줄어드는 게 아닌가 싶다.

과거 미국이 재채기를 하면 한국은 감기에 걸린다는 말을 종종 했었다. 한국이 많이 성장했다고는 하지만 지금이라고 크게 달라지지는 못하다. 그나마 한국 정부가 제대로 균형을 잘 잡으면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는 있겠지만 현 정부에게 기대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오히려 미국이나 일본이 실패한 정책들을 답습하기 위해서 기를 쓰는 기획재정부의 논리가 정부의 기조인 것으로 보인다. 집권 초기에 내놓은 정책은 가장 확실한 그 정권의 정책의지라는 점에서 최근 나온 정부의 경제대책은 이를 명확하게 확인시켜주고 있다.

소상공인이나 영세 개인사업자들이 죽어나가는 판에 대기업 혹은 재벌 가계의 세금 감면에 더 방점을 두고 있는 지원정책을 두고 낙수효과 타령을 한다. 그 낙수효과라는 게 이미 경제학에서나 국제금융기구에서나 실제적 효과가 없다고 판단 나온 게 언제인지 여전히 낙수효과를 노래하는지 답답하다.

우선 하체가 튼튼해야 전체적인 체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하던데 중소기업 및 서민가계가 다 휘청거리는 데 어느 세월에 낙수효과를 보겠다는 것인가. 게다가 대기업에 지원이 집중되면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신임 대통령의 말은 더 기기 막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일자리 수는 비교해봤는지, 원청기업과 하청기업의 관계는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한국사회 전체를 아프게 만든 '갑질'이라는 말이 애초에 어디서부터 나왔는지부터 고민은 해봤을까. 가뜩이나 부의 편중이 심각한데 더더욱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발상에는 어떤 고민도 보이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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