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위기에 직면한 중소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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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천에 소재한 한 중소기업은 삼성에 반도체 장비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곳 사장은 요즈음 고민이 많다. “원자재 값 급상승으로 이미 손해보고 사업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수요처에서 이를 감안해 줄리 없고 스스로 비용을 줄여야 하는데 외부요인이 작용하다 보니 해결책이 마땅하지 않다.”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여기저기 폐업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현재의 어려운 환경(고유가·고물가 등의 생산비용 압박)에서 버텨낼 수 있을 지 가늠하기 힘든 지경이다. 

최근 통계에서 수출이 늘었다고 하지만 질적으로 보면 수입이 늘어 무역적자다. 원자재 가격 급등과 환율 리스크로 손실이 커지고 있어 수출이 조금 회복된 건 의미가 반감되는 것이다.

지난달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국내 무역수지는 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상반기 누계 무역적자액은 103억달러다. 무역수지가 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건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진 2008년(6~9월) 이후 14년 만이다. 고유가 여파 때문이다. 올 상반기 평균 국제유가(두바이유)는 배럴당 101.8달러로 지난해 63.5달러보다 60% 올랐다. 올해 하반기 무역수지 전망도 밝지 않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비롯된 글로벌 원자재 공급망 붕괴와 인플레이션, 환율 리스크로 산업계가 방향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연히 투자는 위축되고 리스크 방어가 우선이다.

대기업도 문제지만 특히 중소기업들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원자재 가격 급등에 적자가 쌓였고 통제불가능한 경기변수 때문에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하반기에도 폐업으로 내몰리는 중소기업 수가 급등할 것이라는 우려가 괜한 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중소기업중앙회가 315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경기전망조사(BSI)를 실시한 결과 7월 전망치는 81.5를 기록했다. 전월대비 4.6p 하락한 값이다. BSI가 100보다 낮으면 전월 대비 경기 전망을 부정적으로 본다는 의미다. 부문별로는 제조업 22개 업종 중 비금속광물제품(12.8p↓), 1차금속(10.4p↓), 섬유제품(9.4p↓)의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실제 지난해 국가산업단지 자리 잡은 중소기업 중 폐업한 곳은 660여곳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4년만에 폐업기업 수가 다섯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코로나19 장기화와 원자재값 폭등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준다.

강(强)달러마저 중소기업에 우호적이지 않다. 보통 달러 가치 상승은 수출기업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여겨지지만 물가 상승과 경기위축을 동반할 경우 전체 산업·소비시장이 위축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원자재를 수입하는 기업으로서는 보다 많은 원화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경영 악화로 연결된다.

세계 정세를 불안 속으로 모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도 쉽게 해결될 기미가 없다. 현재로선 빨리 끝날 승산은 없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러시아는 자국의 미래를 염두에 두고 마음 먹고 침공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여러 원인들이 있지만 러시아는 우선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새 대통령 바이든이 신재생에너지 전환에 급피치를 올리자 석유와 가스가 적지않은 수입원인 러시아는 다가올 미래를 어둡게 본 것이다. 원유와 가스 수출이 러시아 경제의 40%를 차지하는 러시아로서는 돌파구가 필요했고 우크라이나 침공은 현실화됐다.

서방의 실효성 없는 제재는 오히려 유가를 끌어올렸다. 유럽 내에서도 겉으로는 러시아 제재를 외치면서도 몰래 러시아 원유를 수입하는 이탈 세력이 등장할 정도다. 러시아는 역대급 에너지 수출 실적을 올리고 있다. 국제 에너지 기구에 따르면, 러시아의 석유 수출 수입은 지난 5월에 17억 달러 증가해 약 2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21년 평균인 약 150억 달러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불룸버그 추산에 따르면 러시아는 올해 3210억달러의 에너지 수출을 할 전망이다. 이는 전년비 33% 증가한 것이다. 아직 푸틴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있는 한 우크라이나 침공이 해결 국면으로 가기까진 요원하다.

이젠 가계 대출 문제만큼이나 중소기업의 위기가 현안으로 다가왔다. 현 상황의 개선이 중단기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금융지원, 물류 및 수출 마케팅 지원 확대 등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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