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계약해지···조선업계, 악재 딛고 순항할까
잇따른 계약해지···조선업계, 악재 딛고 순항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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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러시아 제재 여파···"선주 측 입금 기한 지연"
LNG선 수요는 급증···"정부와 협력해 실적 개선 도모"
현대중공업의 LNG운반선. (사진=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의 LNG운반선. (사진=현대중공업)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조선사들이 10년만에 슈퍼사이클에 진입하면서 순항하는가 싶었으나 최근 러시아 선주로부터의 계약이 잇따라 해지되면서 주춤하는 모양새다.

다만, 탄소중립이 가까워짐에 따라 LNG선 발주는 지속 증가하고 있어 친환경 선박 건조능력에 강점을 가진 국내 조선업계가 이 같은 변수를 극복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한 유럽지역 선주로부터 수주한 액화천연가스(LNG)선 1척을 추가로 계약 해지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이는 지난 2020년 10월 체결한 수주 건으로, 당시 계약금액은 3379억원에 달한다. 계약 해지 이유로는 선주 측이 선박 건조대금을 기한 내 입금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당사는 계약에 따라 정상적으로 건조 작업을 진행하고 있던 상황이었으나 선주 측이 지속 기한을 어기는 등 중도금을 입금하지 않았다"며 "결국 (선주가)유예기간까지 넘기면서 당사는 법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돼 해지키로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은 공시에서 해당 선사의 국적을 밝히진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계약 시기와 규모로 봤을 때 러시아 소속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계약 해지는 올해 들어 벌써 두 번째다.

앞서 회사는 지난 5월 18일 공시를 통해 쇄빙 LNG선 1척(약 3300억원)을 계약 해지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선사 또한 이번 계약 해지한 선사와 동일한 곳으로, 중도금이 기한 내 입금되지 않은 이유에서였다.

러시아 선사가 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것은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 대한 대(對)러시아 제재가 이뤄진 탓이다. 러시아가 국제은행 간 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퇴출당하면서 러시아 선사들이 대금을 지급할 수 있는 방안이 사라진 셈이다.

특히 첫 번째 선박의 경우 절반 가까이 건조가 진행됐으며 이번 계약 해지 절차를 밟고 있는 선박 또한 건조작업이 꽤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비밀 조항상 구체적인 상황을 말씀드릴 순 없으나 현재 공시된 내용을 토대로 건조 단계와 계약 해지 의향을 밝히는 공문을 선주 측에 보낸 상황이고 아직 답을 받지 못했다"며 "건조작업에 이미 투입된 인력비 등 작업 비용과 새 선주 찾기 등은 정부와 협력해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대우조선해양 전경. (사진=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전경. (사진=대우조선해양)

이 같은 계약 해지 현상은 타 조선사들에게도 나타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도 지난 2021년 1월과 7월, 라이베리아 선사와 계약한 LNG운반선 3척 수주 건을 해지했다. 해당 선사도 러시아 선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선박을 건조하는데 다양한 부품이 필요한데 이를 공급하는 업체들의 수급 차질 때문에 작업을 이어갈 수 없게 됐다"며 "아울러 선주 측과 합의에 따라 계약을 해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한국조선해양은 계약 해지 시점, 해당 선박 발주 의향이 있는 선주를 만나 약 2000억원 정도 가격을 높여 재계약에 성공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아직 계약 해지 건은 없으나 같은 이유로 건조작업에 차질을 빚고 있어 러시아 측 선주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계 뿐만 아니라 제조업 전체가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산자부 등 범국가차원에서 외교적인 노력과 함께 풀어가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전 세계 LNG 운반선 발주량은 총 767만8585CGT(표준선 환산톤수·89척)로, 지난해 같은 기간(148만6795CGT·18척) 대비 416% 급증했다.

특히 한국은 이 가운데 544만4931CGT(63척)를 수주하며 점유율 71%를 기록했다.

또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다행스러운 것은 LNG선과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요는 나날이 늘어가고 있어 발주 문의 또한 지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올해는 특히 예년에 비해 2배 빠르게 목표량을 채워가고 있는 등 실적개선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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