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비관론'에···삼성전자·SK하이닉스"과도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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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 침체, IT 제품 수요 위축에 D램 가격 하락 국면
D램 매출 하락 등 실적 전망 '먹구름'···신기술·제품으로 대응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 (사진=삼성전자)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올해 상반기 메모리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성과급 잔치를 벌였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하반기 전망이 밝지 않다. 최근 D램 가격이 2년여 만에 내림세로 돌아서는 등 메모리 반도체 시장 둔화 우려가 확산하면서다. 다만 반도체 업황의 불확실한 전망 속에 불안감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과도한 확대 해석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 폭등한 메모리 반도체 D램(DRAM)의 가격이 2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를 인용한 보도를 통해 2분기 D램 평균 계약가가 전년 동기 대비 10.6% 떨어졌다고 밝혔다. 분기별 D램 가격이 하락한 것은 2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D램 가격은 향후 더 크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렌드포스는 3분기 D램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21%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흐름은 최소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코로나19 엔데믹과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현상으로 스마트폰, PC, 가전 등 정보기술(IT) 기기의 수요가 쪼그라들면서 D램 출하량 역시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가트너 또한 올해 글로벌 PC 출하량은 지난해와 비교해 9.5% 줄어들 것으로 관측했다. 란짓 아트왈 가트너 연구원은 "지정학적 격변, 높은 인플레이션, 환율 변동과 공급망 중단의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위기) 영향으로 IT 기기에 대한 수요가 감소했고, 이런 점이 올해 PC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가트너는 올해 소비자용 PC 수요는 13.1%, 비즈니스 PC 수요는 7.2%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휴대전화 수요는 올해 7.1%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다른 메모리반도체인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세도 불안 요인이다. 낸드플래시는 지난해 중반 가격 상승 이후 안정세를 유지하다 11개월 만에 가격이 내렸다. 트렌드포스는 낸드플래시 범용 제품인 128Gb 낸드플래시 6월 고정 거래 가격이 지난달보다 3.01% 내린 4.67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3분기 낸드플래시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메모리 가격이 내리면 반도체 업체의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이처럼 하반기 짙어지는 불확실성에 따라 메모리반도체 업계에 대한 실적 눈높이도 낮아지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업계 3위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분기 실적 발표에서 다음 분기(6~8월) 매출 전망치를 72억달러(약 9조3000억원)로 밝혔다. 이는 시장 추정치 91억4000만달러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마이크론은 D램 반도체 빅3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하기 때문에 업황 '풍향계'로 여겨진다. 마이크론은 실적 발표 당시 향후 수 분기에 걸쳐 공급 과잉을 피하기 위해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다면서 신규 공장 설비투자도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실적 의존도가 높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대한 실적 우려도 커지는 분위기다. 실제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바라보는 실적 전망치는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연간 기준 삼성전자 영업이익 전망치는 57조1834억원으로 한달 전인 63조504억원보다 9.3% 하향조정됐다.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14조7714억원으로 한달 전인 16조7409억원보다 11.8% 하향조정됐다. 

특히 두 기업의 경우 주력 메모리반도체 제품인 D램 매출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 D램 매출은 직전 분기보다 900만달러(약 117억원) 줄어든 103억4300만달러(약 13조4769억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에 D램 매출 115억3000만달러(약 15조236억원)를 달성한 이후 2개 분기 연속으로 하락했다.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D램 매출도 직전 분기보다 8억7100만달러(약 1조1366억원) 줄어든 65억5900만달러(약 8조5594억원)로 집계됐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는 경기 둔화에 따라 데이터센터와 스마트폰 수요 감소가 예상된다"며 "이로 인해 D램은 평균 10%, 낸드플래시는 8%의 가격 하락이 예상돼 반도체 부문 실적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D램과 낸드 업황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며 "삼성전자를 포함한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도 실적 전망이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요인은 분명히 있지만 시장의 우려가 과도하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신제품 차별화와 탄력적 재고 운영을 통해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수요 침체기에 가격하락은 불가피하나 침체가 6개월 이상 지속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내년 제한적인 웨이퍼 생산능력 등을 감안할 때 한국 D램 회사들은 예상보다 양호한 수준에서 가격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세계 글로벌 경제 영향 많이 받는 만큼 경기 둔화 영향으로 수요가 줄면서 업황이 전반적으로 침체될 수 있지만 현재 시장의 우려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현재 회사나 고객사 재고 수준이 나쁜 상황이 아닌 데다 신제품 출시 등 기존 계획과 범위 안에서 사업을 탄력적으로 운영해 충분히 대응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비중을 높이는 한편 원가 절감과 규모의 경제를 통해 대응하는 한편 기존 전략과 계획대로 신기술 개발과 신제품 출시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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