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이창용 "추경호-옐런, 외환시장 안정 논의 기대···통화스와프는 별개"
[일문일답] 이창용 "추경호-옐런, 외환시장 안정 논의 기대···통화스와프는 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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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기준금리 2.75~3.0% 전망 합리적"
3~4분기 '피크아웃' 가정하에 0.25%p↑
"아직 스태그플레이션 걱정 단계 아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박성준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3일 "추경호 경제 부총리와 재닉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만나는 자리에서 외환시장 안정 방안에 대해 자연스럽게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논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대해 "통화스와프는 미 재무부의 업무가 아니라 연방준비제도(Fed)의 역할"이라며 "옐런 장관과의 면담에서 직접 이야기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경제위기의 안전판 역할을 하는 '통화스와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 총재는 통화스와프 체결 언급에 대해서는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통화스와프 체결 여부와 관련해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현 상황을 비교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한국은행도 기자회견이 끝난 이후, 참고자료를 통해 이 총재가 "추경호 장관과 옌런 사이에 자연스럽게 얘기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대상이 '통화스와프'가 아닌 '외환시장 안정방안'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하기도 했다.

통화스와프는 금융시장 불안에 대비해 유사시 양국의 통화를 맞바꿀 수 있도록 하는 협정이다. 협정을 통해 기축통화를 갖고 있지 않은 국가가 마이너스 통장처럼 급할 때마다 달러화를 빌려 쓸 수 있다.

한국의 경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등 두 차례에 걸쳐 한미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바 있다. 2020년에 체결했던 한미스와프는 지난해 말에 더 연장하지 않고 종료됐다.

그러나 최근 달러 강세에 따른 환율 상승, 글로벌 인플레이션 심화 등 세계경제 흐름이 복합위기로 나아가고 있는 상황이 되자,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이 총재가 오는 19일 옐런 미 재무장관과 면담을 갖는다는 소식까지 전해지자 시장의 관심이 스와프 재개에 쏠린 것.

이 총재는 "한미 통화스와프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은 이해가 된다"면서도 "현재 상황도 지난 1997년, 2008년 위기 때처럼 가는 것이 아니냐는 가정 하에 궁금해하는데 그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2008년과 코로나19 당시 한미 통화스와프는 연준이 이머징마켓과 주요 국가 물가 안정을 위해 한국을 포함한 9개국 대상으로 스와프를 진행했다"며 "한국과 미국만의 통화스와프는 별도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금융 상황이 과거 큰 위기가 닥쳤던 1997년 혹은 2008년과는 다르다는 평가도 덧붙였다. 환율상승·자본유출 등이 우리만의 문제인지를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달러강세 현상이 지속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가고 있지만 원화뿐 아니라 엔화, 위안화 등도 절하되고 있다"며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전 세계 자본이 안전자산으로 흘러가고, 달러 이외 통화가 절하되는 국면이기 때문에 이전 금융·경제위기 때와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은 금통위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2.25%로 인상하는 '빅스텝(금리 0.5%p 인상)'을 단행했다. 치솟은 물가 안정을 위한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4·5월에 이어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올렸는데 '3회 연속 인상'은 사상 최초다. 

[다음은 이창용 한은 총재의 일문일답]

- 지난달 물가설명에서 물가 정점을 3분기로 예상하며 물가상승률이 6%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물가가 6%를 찍었는데, 물가 정점 시기는 언제로 보나?

△ 물가 정점에 대해서는 3분기 말이나 4분기 초 정도를 정점으로 보고, 그 이후 안정되는 모습을 예상하고 있다. 유가 변동성이 굉장히 큰 상황이면서도 선물가격을 보면 연말 정도에 90달러 선으로 가고 내년은 80달러 선으로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는 유가만 보고 있지만 에너지 수입의 5% 정도 차지하고 있는 천연가스도 되레 오른 상황인 데다 식료품 가격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물가는 정점 이후 급속하게 떨어진다기보다는 완만하게 떨어져 높은 수준이 유지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 고물가 흐름과 같이 경기 둔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번 통방문에 물가 중점 빠졌던데, 어떤 의미인가?

△이번 발표문에 '물가 중점 운영' 문구가 빠지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더 커진 것을 강조했다는 해석은 맞지 않다. 오히려 물가 상승이 가속화되고 있고 선제적 대응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당연히 물가, 경기 다 보겠지만 근원인플레이션이 4%까지 가는 상황은 경기와 관련없이 수준 자체가 굉장히 높은 상황이라 물가를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할 예정이다. 연말로 갈수록 경기 하방위험이 커진 것 맞지만 불확실성도 있다.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이 이전 예측보다 낮아지겠지만, 올해의 경우 2%대 중반으로 내년은 2% 초반을 예상하고 있다. 이는 잠재성장률보다 높은 수준이다. 앞으로 2~3달 정도 보면, 우리 경제 전망이 낙관적이었는지 알 수 있을 테고 거기에 맞춰 대응도 해 나가겠다.

- 시장에선 물가 정점 시기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연말께 유럽 등에서 에너지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연말쯤 물가·경기 중 어떤 쪽을 볼 것인지 궁금하다.

△ 현재 예상으로는 3분기 말이나 4분기 초를 정점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유가, 가스가격 등 불확실성이 커 정확한 시점 예측은 어렵다. 다만 빠른 속도로 물가가 내려가지 않는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린다. 향후 수개월 모니터링하면서 경기 상황을 봐야 하는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내년에 경기가 침체되면 금리를 인하하겠다는 판단은 성급한 것 같고, 수개월간 경기가 어떻게 변하는지 보고 물가상승률이 더 어떻게 되는지 판단해서 종합적으로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고 본다.

- 빅스텝 첫 단행이다. 이전에 총재가 금리를 중립금리 수준까지 올리는 게 먼저라고 했는데, 현재 기준금리(2.25%)는 총재가 생각하는 중립금리 수준에 도달한 것이라고 봐야 하나? 앞으로 금리를 올린다면 정상화가 아닌 긴축으로 봐도 될지.

△ 중립금리는 학술적인 개념이고 범위도 넓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현 금리는 중립금리 큰 범위에서 하단에 가까워진 것으로 생각된다. 아직까지는 중립금리 도달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한두 번 금리를 올리더라도 긴축이라고 표현하기 어렵다.  

- 앞서 총재 말씀 들어보니 연내 빅스텝을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 이유는? 

△ 앞으로 통화정책을 어떤 방향으로 할 건지에 대한 방향성을 명확히 드리자는 차원에서 (점진적인 인상을) 언급했다. 어떤 불확실성이 있는지 명확히 소통하고 정확한 시그널을 주겠다는 의미다. 현재 한은의 물가상승률 가정인 '3분기 말~4분기 초부터는 물가가 조금 꺾일 수 있다'는 예상 하에 0.25%p씩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물가상승률이 더 올라가거나 경기 침체가 더 깊어질 경우 통화정책이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빅스텝 얘기는 충분히 소통했다고 본다.

- 한은이 5월 민간소비 전망치를 3.7%로 전망했는데, 다소 낙관적이라는 평가가 있다. 코로나19가 재확산하는 상황에서 하반기 침체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 코로나19 재확산세는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다만 중증 환자가 많지 않은 부분이 이전보다 괜찮은 지점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방역 정책에 따라 소비가 움직이는 것은 당연한 얘기인데, 현 한은의 전망치는 코로나가 크게 번지거나 또 다시 거리두기가 강화되는 것을 배제한 결과라는 말씀을 드린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연말 금리 상단 수준(2.75~3.0%)을 어떻게 평가하나.

△ 이미 물가상승률이 6%를 넘어갔다. 이번에 금리를 50bp 올리면서 물가 상승을 억제하고자 하지만 이미 높아진 상황이기 때문에 연말 예상 금리 상단이 2.75~3.00%까지 올라간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본다. 실제로 2.75%가 될지, 3%가 될지에 대해서는 주요 선진국들의 금리 변화, 그에 따른 유가와 경기 등 변동 요인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기대 수준으로 봐서는 합리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 미국이 7월 FOMC 회의에서 자이언트스텝(금리 0.75%p 인상) 단행하면 한미 금리가 역전되는데, 역전 후 어느 수준까지 감내할 수 있나. 50bp 감내 가능한가.

△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8.6%를 넘은 상황이라, 오늘 저녁 미국 물가 수치가 나오면 충격은 더 클 수 있다. 미국과의 금리역전 자체가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로 인한 다른 시장으로의 파급효과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 과거에도 금리가 역전된 경우가 세 차례가 있었는데, 과거 평균 50~90bp까지 봤고 100bp 넘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수준까지는 감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리 격차보다 외환시장과 자본유출에 미치는 영향을 더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시점이다.

- 미국 경제를 두고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높은 인플레이션)'과 '슬로우플레이션(저상장·완만한 인플레이션)'에 대한 평가가 나뉜다. 우리나라 경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 미국의 경제상황이 스태그플레이션인지, 슬로우플레이션인지는 가장 큰 불확실성 중 하나다. 아직도 경기침체가 심하지 않으면서도 물가를 잡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고 경기침체를 피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어느 의견에 동의하는지 밝히기 어렵고 금리 인상 수준에 따른 영향을 더 봐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물가나 경기침체가 미국보다 나아 자이언트 스텝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경제성장률이 올해 2% 중반, 내년 2% 가깝게 성장할 것으로 베이스라인을 잡고 있어 스태그플레이션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 미리 우려해 정책을 펴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현 상황을 1997년 혹은 2008년과 비교하는 곳도 있는데 당시와는 다르게 평가하고 있다. 자본유출이 우리만 오는지, 전세계가 다 같이 오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환율이 1300원을 가고 있지만 원화뿐 아니라 엔화, 위안화 등도 절하되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전 세계 자본이 안전자산으로 흘러가고, 달러 이외 통화가 절하되는 국면이기 때문에 이전 금융·경제위기 때와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 미 연준이 물가 수준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을 잡고 가고 있는데, 한국은행은 어떤지.

△ 현재 한국은행은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2%로 잡고 가고 있는데, 물가가 크게 올라갔다고 이를 조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 현 한은의 임무인 '2% 인플레이션'을 목표로 잡고 중장기적으로 이에 도달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는 게 바람직하다.

-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해서 주택을 구매한 20~30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 이미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이 굉장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금리상승으로 가격이 불가피하게 조정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금리 상승으로 부동산, 주식이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 20~30대는 경제생활을 시작한 후 한 번도 높은 인플레이션을 경험한 적이 없는 분들이라 집을 살 때 연 3% 이자로 돈을 빌리면 그 금리 수준이 평생 갈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경제 상황을 보면 그 가정이 변할 수 있는 상황이고 높은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갈지도 불확실하다. 앞으로는 금리가 0%대나 2~3% 수준에서 장기적으로 머물 것이라는 가정하에 경제활동을 하는 것보다는,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 다음주 옐런 장관과의 면담에서 통화스와프 체결에 대해 논의할지.

한미 통화스와프는 미국 재무부(Treasury)의 업무가 아니고 연준(Fed)의 역할이기 때문에 옐런 장관과 한미 통화스와프를 직접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지난번 바이든 대통령께서 오셨을 때에 양국간의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서 여러 방안을 고려하기로 두 정상께서 말씀하셨기 때문에, 그것에 관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추경호 장관과 옐런 장관 사이에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오셔서는 아마 세계경제 상황이라든지, 한은의 여성 경제학자 직원들을 만나서 격려해주실 것으로 알고 있다. 통화스와프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은 이해가 된다. 다만 지난 2008년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당시 한미 통화스와프는 연준이 이머징마켓과 주요 국가 물가 안정을 위해 여러 국가와 한 것이라 한국과 미국만의 통화스와프는 별도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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