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텝'에 가중되는 가계 빚부담···연말 주담대 7~8%·이자 16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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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기준금리 1.75%→2.25%···연말 2.75~3% 도달 전망
'이자장사' 압박에 수신금리 줄인상···대출금리 인상 '눈치'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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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현경 이진희 기자]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기준금리 한번에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대출자와 은행 모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출금리 상승으로 가계빚 부담 악화가 불가피한 가운데, '이자장사' 비판을 의식한 은행권 또한 기준금리 인상분을 대출금리에 그대로 반영할 수 없는 분위기다. 기준금리가 연말 2.75~3.00%까지 도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금리 전략을 두고 대출자는 이자부담을 낮추기 위해, 은행은 수익성 방어를 위해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신규코픽스 6개월)는 이날 기준 연 3.63~6.135%다. 고정금리(금융채 5년물)는 연 4.13~6.144%로, 변동형·혼합형 최고금리가 모두 6% 초반대를 기록하고 있다. 5대 은행의 대표 신용대출 상품 금리(금융채 6개월물)는 연 3.88~7.36%로 집계됐다.

한 달 전 주요 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최고금리가 연 7%를 돌파했던 것과 비교하면 금리는 크게 낮아진 수준이다. 글로벌 긴축 등의 여파로 시장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대출금리가 오히려 낮아진 것은 금융당국과 정치권이 잇달아 은행들의 이자장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했기 때문이다. 지난 한 달 새 은행들은 주담대, 전세대출, 서민금융상품 등의 금리를 잇달아 낮췄다.

그러나 이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연 2.25%로 0.5%p 인상하면서 간신히 낮아졌던 대출금리는 다시 상승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은행 전망에 따라 연말 기준금리가 2.75~3.00%까지 오른다면 은행 주담대 금리 상단도 연 7~8%를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 당장 오는 15일 발표되는 코픽스(COFIX)에 따라 대출금리가 변동될 예정인데, 최근 은행들이 예·적금 등 수신금리를 올렸던 터라 코픽스 상승이 예고되고 있다.

대출금리가 오르면 가계 이자부담도 크게 악화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번 기준금리 인상폭(0.50%p)만큼 대출금리가 오를 경우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은 대출자 1인당 32만1000원으로 총 6조7478억원 늘어난다. 지난해 8월 이후 여섯 차례 금리인상(1.75%p)으로 늘어난 가계 연간 이자부담액은 23조6173억원, 연말까지 0.25%p씩 세 차례 금리인상이 단행되면 이 규모는 33조7390억원으로 불어난다. 이 때 대출자 1인당 이자부담액은 161만원까지 늘어난다.

은행권도 이번 빅스텝이 부담인 것은 마찬가지다. 은행이 이자장사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기준금리 인상분을 대출금리에 바로 반영할 수 없는 분위기가 조성됐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상승으로 조달금리가 오르는 상황이지만, 대출금리를 무작정 올릴 수 없다보니 은행권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기준금리 인상으로 수신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점도 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부분이다. 수신금리가 오르면 은행이 대출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이 함께 늘어나게 된다. 더구나 지금처럼 대출수요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수신금리 인상은 불필요하지만, 당국이 예대금리차 축소를 목표로 하고 있어서 수신금리 인상에 대한 압박이 어느 때보다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특히 대출금리와 달리 예·적금 금리는 당장 줄인상이 이뤄질 예정이다. 앞서 은행권이 한은의 빅스텝 단행 전부터 수신상품의 금리를 선제적으로 올렸다는 점에서 시차를 두고 금리인상이 이뤄질 것이란 시각도 있다. 다만 예금과 대출금리 차이를 줄이라는 당국의 주문에 부응하려면 수신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일부 은행은 기준금리 직후 곧장 수신금리 인상에 나섰다. 하나은행은 적금 22종, 예금 8종 등 예적금 총 30종의 기본금리를 오는 14일부터 최대 0.90%포인트(p) 인상하기로 했다. 상품별 가입 기간에 따라 적립식 예금 금리는 0.25~0.80%p, 거치식 예금 금리는 0.50~0.90%p 오른다.

주택청약종합저축과 동시에 가입하면 만기에 2배의 금리를 적용 받는 '내집마련 더블업 적금'은 0.25%p 올라, 1년 만기 최고 금리가 기존 연 5.0%에서 연 5.50%로 오를 예정이다.

같은 날 우리은행은 정기예금 21개와 적금 25개의 금리를 최대 0.80%p, NH농협은행은 오는 15일부터 예·적금 금리를 최대 0.60%p 올린다. 모두 기준금리 인상폭인 0.50%p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이외 다른 은행들도 예·적금 금리 인상을 검토 중인데, 내달부터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까지 시행되면 연내 예금금리가 연 4%대까지 오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수신금리 인상에 따라 시중자금이 예·적금으로 쏠리는 '역 머니무브' 현상도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까지만 해도 인기가 높지 않았던 시중은행 예·적금은 4월 이후 한은이 연달아 금리를 인상하면서부터 자금이 몰리는 분위기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은 3월 말 659조4863억원에서 6월 말 685조959억원으로 25조6096억원이나 불어났다. 같은 기간 정기적금 잔액도 35조1536억원에서 37조4643억원으로 2조3107억원가량 증가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연초에 세웠던 연간 수익성 목표나 성장계획을 지금은 그대로 따를 수 없는 상황이고, 올해 상반기 실적이 좋을 텐데 발표 이후 이자장사에 대한 비판 수위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지표금리 상승을 막을 순 없으니 결국 대출금리가 오르긴 할텐데, 최대한 천천히 오르게끔 속도조절을 할 수밖에 없고 수신금리는 빨리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라 하반기부터는 재무적으로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예대금리차 공시를 앞두고 은행들은 정기예금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으로, 수신금리 인상은 자금 조달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자금 조달 비용은 증가하는데 대출금리는 되레 낮춰야 하는 상황은 결국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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