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물가 정점, 3분기 말이나 4분기 초···당분간 0.25%p씩 금리 인상"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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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기준금리 0.5%p 인상···물가잡기 위한 선제대응
"올해 경제상장률 5월 전망치 2.7% 보다 낮아질 듯"
연말 기준금리 상단 2.75~3.00% 전망 "합리적 수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유은실 기자] 한국은행이 13일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사상 첫 '빅스텝(0.5%p 금리인상)'을 밟았지만, 올해 남는 세차례(8·10·11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선 '베이비 스텝(0.25%p)'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연일 고공 행진하는 물가가 '3분기 말 혹은 4분기 초 정점을 찍고 하강한다'(피크아웃)는 가정하에서다.

한은이 초유의 '3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에다 '빅스텝'까지 밟은 것은 물가 수준이 높을 뿐 아니라 그 상승 속도 역시 가파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가의 정점을 확인한 후엔 경기침체 이슈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향후 기준금리 인상 속도에도 신경을 쓰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실제로 한은이 이날 발간한 '국내외 경제동향' 보고서를 통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지난 5월에 밝힌 전망치(2.7%)보다 다소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연내 추가 '빅스텝' 계획을 묻는 질문에 대해 "현재 한은의 물가상승률 가정인 '3분기 말~4분기 초 물가가 조금 꺾일 수 있다'는 예상 하에 0.25%p씩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 사상 첫 '3연속 인상·빅스텝' 행보 "물가 최우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3일 정례회의에서 현재 연 1.75%의 기준금리를 2.25%로 0.5%p 인상했다. 한 번에 금리를 0.5%씩 인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울러 지난 4·5월(0.25%p 인상)에 이어 이번 인상으로 3회 연속 금리를 올렸는데, 이 역시 전례가 없다. 이같은 금리인상 결정은 금통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기준금리가 연 2.25%를 기록한 것은 2014년 8월 이후 처음이다.

한은은 이날 함께 발표한 '최근의 국내외 경제 동향' 자료를 통해 최근 국내 경제는 대외여건 악화에도 소비가 개선되면서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주요국 금리 인상 가속,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중국 봉쇄조치 지속 등은 하방 리스크로 평가하며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지난 5월 전망 수준(2.7%)을 하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하방 압력이 커졌지만 '물가 안정'이 더욱 시급한 문제라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금통위는 "경기 하방 위험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면서 "지금은 물가 상승세가 가속화하지 않도록 0.5%p 금리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전년 동월 대비) 기록했는데, 이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최대 상승률이다. 더구나 소비자가 향후 1년 뒤 물가상승률을 전망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지난달 3.9%로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또 미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의 강도 높은 긴축행보도 빅스텝을 선택한 또다른 이유다. 연준은 41년 만에 8%대까지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해 지난달 28년만에 '자이언트 스텝(금리 0.75%p 인상)'을 밟은데 이어 오는 26~27일 열리는 연준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도 또다시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1.5~1.75%로, 한은의 이번 결정으로 금리차는 0.5~0.75%p로 벌어졌다. 하지만 시장의 전망대로 미 연준이 이달에도 자이언트 스텝에 나설 경우 미국 금리가 0.00~0.25%p 높아지는 금리역전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시장에선 금통위가 올해 매 회의(8·10·11월) 때마다 0.25%p씩 인상, 올해 연말 기준금리를 3%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 "2.75~3.00% 전망 합리적···0.25%p씩 올릴 것"

이 총재는 대외 충격발(發) 물가 상황에 대해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 번에 0.5%p의 금리를 내린 적은 있지만, 0.5%p를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내린 결정이다. 고(高)물가가 고착화할 가능성이 있어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례적으로 향후 금리 조정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다. 이 총재는 "국내 물가 흐름이 현재 전망하고 있는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물가상승률이) 향후 몇 달간 지금보다 높은 수준을 보인 뒤 완만하게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런 상황에선 당분간 0.25%p씩 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외환위기 수준과 맞먹는 물가 충격에 0.5%p 금리를 인상했지만, 전례가 없는 첫 빅스텝 행보였던 만큼 시장 내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금리를 0.25%p씩 올리겠다는 계획은 앞으로 한은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방향성을 명확하게 하고, 이를 전달하기 위해 얘기한 것"이라면서 "앞으로 몇 달은 6%대를 넘는 물가를 보고, 3분기 말~4분기 초 물가 오름세가 꺾이는 모습을 보일 것이란 전망에 따른 것이다. 다만 예상과 다르게 인플레이션이 더욱 가속화될 경우 예상한 베이스라인에서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것을 말씀드린다"라고 말했다.

이어 "물가상승률이 이미 6%대를 넘어갔기 때문에 연말 금리 상단이 2.75~3.00%까지 올라간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면서 "지금의 기대 수준으로는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 전문가·시장 "예상에 부합했고, 중립적이었다"

이번 금통위의 빅스텝 결정은 한은 역사상 초유의 일이기는 하지만, 시장에선 예상에 부합한 결과라는 평가다. 빅스텝 결정 자체는 매파적인 결정이었지만 이같은 행보가 매파적인지,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인지는 시장의 기대 측면에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물가가 여전히 높다는 인식과 기대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한은의 의지를 강력하게 내비친 것으로 본다"면서도 "이 총재의 발언은 금리인상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는 했으나, 시장에서 기대하는 정도 수준의 발언이었다. 과하지도 않았고, 약하지도 않았다"라고 말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말 2.75~3.00% 전망이 합리적이라는 이 총재의 답은 시장에서 기대하는 전망 범위 내에 점을 찍어줬다"면서 "빅스텝은 매파적 행보가 분명하지만, 사전에 예상했던 결과라는 점에선 중립적이었다"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하반기 금리인상 계획을 선제적으로 밝히면서 시장 내 불확실성을 해소했다는 관측이다. 안 연구원은 "이 총재가 명확한 포워드가이던스를 준 것이라는 해석에 채권시장은 금통위 이후 강세를 보이고 있다. 불분명했던 내달 금리인상 강도도 0.25%p로 얘기하면서 불확실성을 해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라고 말했다.

공 연구원 역시 "시장에서 바라보는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 향후 경기 경로 등에 대해서도 한은이 같은 눈높이로 보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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