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겸업화로 휘청인다
증권사 겸업화로 휘청인다
  • 임상연
  • 승인 2003.11.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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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수지율 지속 하락...은행등 경쟁자마저 늘어
정부 구조조정만 되풀이, 정책조율 능력 키워야

최근 증권업계에서는 수수료 인하, 투자심리 위축등으로 어려움에 처해있는 증권사들이 금융겸업화로 더욱 곤경에 빠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익증권 판매와 자산운용 부문등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금융겸업화가 증권사 주요 수익원을 붕괴시키면서 증권업계의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전문가들은 정부가 현실과 괴리가 큰 증권사 구조조정론만을 해법으로 제시할게 아니라 증권산업의 구조적 난맥상을 해결할 수 있는 정책적 조율 능력이 우선적으로 필요할 때라는 지적이다.

▶겸업화로 증권사 고사(枯死)

실상 증권업계가 처해있는 위기는 업계 스스로가 자초한 것이다. 증권사가 위탁수수료 수입에 의존하는 천수답식 영업구조를 버리지 못하고 수수료 인하등 과당경쟁으로 본업이며 주 수익원인 브로커리지업무를 붕괴시키면서 위기는 시작됐기 때문.

하지만 천수답식 영업구조를 벗어나기 위한 증권사들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삼성 LG 대우 현대증권등 대형사를 필두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투신영업, 자산관리업, IB 등 수익원 다변화에 주력했고 지금도 분발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지난 2002년부터 구조조정을 통해 500여명의 인력과 수십개에 달하는 지점을 폐쇄했고 아직도 구조조정은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증권사의 노력에도 불구, 최근에는 금융겸업화란 커다란 장벽이 증권업계의 변화를 가로막고 있다. 겸업화가 증권사의 수익성 악화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 겸업화는 이미 증권사의 주요 수익원인 투신영업(수익증권 판매) 부문의 수익성 악화를 예고하고 있다.

은행이 펀드판매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데 이어 내년에는 20여만명의 모집인 판매인력을 보유한 보험사도 시장에 참여하면서 경쟁은 한층 격화되고 영업수지율은 낮아 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업계전문가는 “증권사간 과당 경쟁으로 붕괴된 브로커와 달리 투신영업은 겸업화로 붕괴되고 있다”며 “오는 2006년에 투신사 직판이 허용될 경우 사실상 증권사 투신영업 부문은 시한부 인생에 가깝다”고 하소연했다.
투신영업과 함께 금융겸업화로 인해 피해가 예상되는 증권업계의 사업부문은 최근 증권사마다 주력하고 있는 자산운용업이다.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제정으로 자산운용 시장마저 무한경쟁 시대로 치달으면서 은행 보험등에 비해 자본력, 영업망이 열악한 증권사들이 힘든 시장경쟁을 해야 하는 처지다.

최근 일임형랩이 허용돼 증권사의 자산운용업무 범위가 다소 넓어졌지만 이마저도 정부당국간, 금융권역별간 이해다툼에 밀려 제한적으로 시행돼 실효성마저 의문시 되고 있다.

▶정부 겸업화 조율 ‘절실’

겸업화로 수익원이 고갈되고 있는 증권업계에서는 최근 은행 보험중심의 금융겸업화 정책을 강하게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대형증권사 자산운용담당 임원은 “정부가 카드채 등 잇따른 정책 실기로 자본시장을 크게 위축시킨 상태에서 은행 보험중심의 겸업화 정책을 펼치면서 증권산업은 더욱 피폐해지고 있다”며 “글로벌 금융시대에 겸업화가 대세라고 하지만 정책적 조율없이 이루어진다면 금융산업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등 부작용이 커질 것”이라고 힐난했다.

정부의 증권산업 구조조정 방침에도 증권업계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정책 실기와 조율 능력 부재로 증권산업이 낙후된 상태에서 모든 책임을 증권사에게 떠넘기려 한다는 지적이다.

실상 정부는 인수합병등 증권사의 구조조정만을 되풀이 할 뿐 이렇다 할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현투증권등 일련의 증권사 구조조정마저 시기를 놓쳐 헐값매각 시비만 불러일으키고 있는 상태다.

이에 업계전문가는 “현재 구조조정이 절실하다는 것을 누가 모르냐”고 반문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증권사가 축소된다고 해도 우선적으로 증권사의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제도적 보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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