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수요 둔화에 삼성·LG전자, 프리미엄·신가전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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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트업 효과 소멸···재고관리·프리미엄 제품으로 수익성 방어
(사진=서울파이낸스DB)
삼성전자 서초사옥, LG 트윈타워 전경(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과 2022 카타르 월드컵이 눈앞에 다가왔지만 가전업계 표정이 밝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등 각종 악재로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소비자 지갑이 굳게 닫혀서다. 업계는 수익성이 높은 프리미엄 제품과 기존에 없던 신가전을 확대하며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북미와 유럽, 중국 등 3대 가전 시장이 동반 약세로 업황이 악화하며 올해 가전 출하량이 당초 예상치보다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글로벌 TV 출하량을 지난해 출하량인 2억 1353만 7000대보다 2.22% 감소한 2억879만 4000대로 전망했다. 트렌드포스도 올해 TV 출하량을 1월 전망치(2억1700만대)에서 2억1500만대, 2억1200만대로 잇따라 하향 조정했다. 박형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스마트폰·TV·태블릿PC 출하량은 작년 피크를 찍었다"며 "올해는 낙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재확산에도 펜트업(pent up·보복소비) 효과 소멸로 가전 수요가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간 코로나 펜데믹 효과로 인해 가전과 TV, 모바일 시장이 호황을 누렸지만 올해 들어 엔데믹(풍토병·감염벙 주기적 유행) 기조에 판매량이 줄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와 맞물려 원자재·에너지·식량 등 가격 상승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되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됐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유럽을 중심으로 TV 판매가 부진했는데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소비 심리가 나빠졌다"며 "가전은 그동안 미국을 중심으로 수요가 좋았지만 최근 금리 인상과 함께 주택 지표가 부진하면서 이와 관련해 가전 수요도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추세가 계속되면 주요 가전 제조사의 재고소진 속도도 늦춰지면서 경영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DSCC는 삼성전자 2분기 재고회전일수가 역대 최고치인 평균 94일이라고 분석했다. 보유 중인 재고가 매출로 발생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인 재고회전일수가 길어질수록 비용 부담이 크고 영업이익이 줄어든다. 제조사의 평균 재고회전일수가 70~80일 수준이라는 점에서 국내 주요 세트업체의 재고관리 부담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업계에선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재고자산도 확대됐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1분기 재고자산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재고자산은 전년 동기(30조6199억원) 대비 55%나 늘어난 47조5907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LG전자도 전년도(7조9959억원)에서 10조2143억원으로 28%나 늘었다. 

이에 따라 업계는 재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재고 이월 전략과 설비투자를 축소하는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재고가 늘면서 최근 부품 공급업체에 구매량 축소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경제매체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최근 "삼성전자가 재고 급증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로 신규 디스플레이 조달 주문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효율적 재고 관리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1일 삼성전자 주요 경영진, 해외법인장 240명이 참석한 글로벌 전략협의회 공통 주제도 '재고 건전화'였다. 스마트폰, TV·가전 등 사업 분야를 불문하고 재고 문제가 심각하다는 판단이었다.

수익성이 높은 프리미엄 제품 라인업도 확대한다. 고가 프리미엄 제품의 경우 수요 변동이 크지 않아 경기 불황에도 지속적인 인기를 보여왔다.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라인업은 지난해 국내 가전 매출의 80%를 차지했으며, LG전자는 올 2분기 LG오브제컬렉션 등 프리미엄 가전의 판매 호조로 H&A(생활가전)사업본부 매출이 전년 동기(6조8149억원) 대비 16%가량 증가해 7조원 중후반대로 추산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전통적인 필수 가전으로 꼽혔던 냉장고, 세탁기 중심의 판매 전략에서 눈을 돌려 소비층 변화에 맞춰 기존에 없던 신가전 경쟁에도 나섰다. 맥주제조기·식물재배기·스마트 스탠드 TV 등 이색가전 시장 확대에 적극적인 LG전자는 최근 수제맥주 제조기 'LG 홈브루' 신제품을 선보였다. 가정용 식물재배기인 '틔운'도 단점을 개선해 판매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고객 맞춤형 가전 '비스포크'를 선보이며 업계 주목을 받은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가전 라인업에 '펫케어' 기능을 갖춘 전용 제품도 추가했다. 반려동물의 털과 특유의 냄새를 제거하는 '비스포크 큐브 에어 펫케어'와 반려동물이 좋아하는 16가지 간식을 만들 수 있는 ‘펫 간식 모드’를 탑재한 비스포크 직화 오븐 등이다. '펫 브러시 플러스' 기능을 갖춘 비스포크 제트와 반려동물 일상을 관찰할 수 있는 기능이 담긴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제트봇 AI도 출시했다.

특히 프리미엄 TV 시장을 두고도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프리미엄 TV 수요가 살아나면 기업들은 수익성 방어 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올 1분기 2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은 매출 기준 49.3%로 1위를 기록했다. LG전자의 최상위 프리미엄 라인업인 LG올레드 TV는 1분기에 92만4600대를 출하, 역대 1분기 출하량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옴디아는 올해 1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점유율이 처음으로 40%를 돌파한다는 전망을 내놨다. 

OLED TV 시장을 주도하는 LG전자는 올 하반기 세계 최대 크기인 97인치 OLED TV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로써 LG전자는 42·48·55·65·77·83·88·97형에 이르는 역대 최다 OLED TV 라인업을 구축하게 된다. 또 최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글로벌 디자인 전시회 'MDW(Milan Design Week) 2022'에서 선보인 LG OLED 오브제컬렉션 신제품(모델명 LX1)을 올 3분기 중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역시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QD(퀀텀닷)-OLED를 적용한 첫 TV를 북미·유럽 시장에 출시하는 등 프리미엄 제품의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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