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옐런 방한, 환율방어 위한 한·미 통화스와프 논의 나올까
[초점] 옐런 방한, 환율방어 위한 한·미 통화스와프 논의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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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원 뚫은 환율···高환율 잠재울 시장안정화 조치 기대↑
"통화스와프, 통화당국 간 공식 의제···재무부 소관 아니다"
기대감 키우고 진척 없을 시 되레 외환시장 악영향 우려도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 발리를 방문 중인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5일 발리 누사두아 컨벤션센터(BNDCC)에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환담을 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 발리를 방문 중인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5일 발리 누사두아 컨벤션센터(BNDCC)에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환담을 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년 만에 1320원대를 돌파하면서 한·미간 통화스와프 체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19~20일 한국을 방문하면서 관련 논의가 나올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다만 이번 방한 목적이 통화스와프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 아닐 뿐더러 통화스와프 결정 주체도 미 재무부가 아닌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역할인 만큼 관련 논의에 사실상 큰 진전이 있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한·미 통화스와프가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기대만큼 크기 않기 때문에 과도한 기대를 오히려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바이든 정부 재무장관 첫 방한···공급망 강화 강조 예상

19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인도·태평양 지역을 순방 중인 옐런 장관은 이번 순방의 마지막 일정으로 한국을 이틀간 방문하고,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 정부의 주요 인사들을 차례로 만날 예정이다. 바이든 정부 들어 첫 방문이며, 글로벌 경제 현안 등에 대한 의견을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옐런 장관의 이번 방문은 41년 만에 목격한 최악의 물가상승률을 진정시키기 위해 우방국과의 무역 관계를 다지는 '프렌드 쇼어링'(friendshoring)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공급망 공조를 강화하고 인플레이션 공동 대응 체계를 확보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LG화학 방문을 일정에 넣은 것도 이런 공급망 공조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일환이다.

이와 달리 한국에서는 통화스와프에 대한 언급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화스와프는 두 국가가 특정 날짜·기간(만기) 내 미리 약속한 환율에 따라 서로의 통화를 교환하는 외환거래다. 쉽게 말해 협상을 맺은 국가간 비상 시 각자의 통화를 빌려주는 계약으로,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는 '마이너스 통장' 역할을 하게 된다.

앞서 한은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19 충격 대비 600억달러 규모의 한시적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고, 지난해 말 종료됐다. 시장에선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300원을 돌파하는 등 고(高)환율을 지속되면서 이번 방한 중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관련 논의가 오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추 부총리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재무 당국자들은 통화스와프는 연준의 권한이라는 점을 얘기했다"면서도 "단 양국 간 금융안정, 외환시장 협력 방안을 폭넓게 논의하면서 정책 공조·협력 방안에 대한 얘기도 오가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적극 협력하는 분위기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권에서 종료된 통화스와프를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원내대변인 역시 "(당정이) 충분히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며 "(통화스와프가) 고환율에 어느 정도 제동장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사진= 플리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사진= 플리커)

◇ '연준 통'으로서의 기대일 뿐···진전 있는 대화 어려워"

통화스와프를 통해 외환시장 내 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특히 옐런 장관은 미 연준 이사부터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 연준 이사회 부의장·의장직 등을 역임한 '연준 통'이다. 이번 옐런 장관의 방한으로 외환시장 안정화와 관련된 논의가 있을 것이란 시장의 전망은 자연스러운 기대로도 보인다.

하지만 진전된 통화스와프 논의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우선 한미 통화스와프와 관련된 논의는 미국의 통화정책을 맡는 연준과 직접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창용 총재 역시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스와프 논의는 미 재무부 업무가 아닌 연준의 역할"이라면서 "옐런 장관과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문제는 미국도 우리처럼 통화스와프 체결에 큰 관심이 있느냐라는 점이다. 미국은 달러의 카운터 파티인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과 영국·일본 등을 비롯한 기축통화 국가들을 제외하면 특정 국가와 단일 계약으로 통화스와프를 체결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20년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도 코로나 충격에 대비해 한국을 비롯한 다수 국가들과 맺은 공동 협정이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그간 관행으로 보면 통화스와프는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다수의 국가들과 일종의 공동 선언으로 이뤄졌다"면서 "당사권자가 아닌 미 재무부 장관이 아시아 순방 중 한국에 들어와 통화스와프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맞지 않는 얘기"라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을 내린다는 것은 우리 입장에선 '물가 방어'지만, 반대로 미국에선 수입물가를 높이는 등 물가 안정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41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고, 이런 고물가를 해결하기 위해 아시아 순방에 나선 옐런 장관이 환율 하락을 위해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강(强)달러 기조 역시 우리나라만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유로화·엔화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화지수(달러인덱스)는 최근 108선까지 올라 20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달러의 카운터 파티인 유로화 가치는 20년 전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1달러로 1유로를 살 수 있는 '패리티(등가)' 수준에 도달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공개한 32개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말 11조9000억달러에서 올해 5월 말 11조3000억달러 규모로 감소했는데, 상당 부분은 자국 통화가치 절하를 방어하기 위해 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한다고 해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글로벌 강달러 현상을 억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관측이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우리나라만을 위한 통화스와프 체결은 어려운 상황에서 시장 안정화를 위한 발언이 있을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곧바로 어떤 결과물이 나오기도 어렵다. 되레 소극적인 언급이 있거나 언급 자체가 없다면 통화스와프에 대한 기대심리가 꺾일 수 있고, 외환시장에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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