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싸다" 옛말···금리역전에 '이자공포' 가중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싸다" 옛말···금리역전에 '이자공포'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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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금리 상단 6% 돌파···7% 되면 190만명 빚 못갚아
한은, 5월 기준 변동금리 비중 82.6%···2014년 1월 이후 최고
은행권 "고정금리 유리"···신한·하나銀, 변동형 금리 더 높아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 연초 한 시중은행에서 3.60% 변동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김 모(38)씨는 금리인상 소식을 들을 때마다 입이 바짝 마르고 있다. 금리가 빠르게 뛰면서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어날 게 걱정돼서다. 대출받을 당시 당장의 이자 부담 탓에 변동금리를 택했지만, 연말까지 금리가 더욱 치솟을 것이란 전망에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대출 금리가 본격적으로 오르면서 금융 소비자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을 밟은 가운데, 추가 기준금리 인상까지 예고하면서 금리 오름세는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한동안 금리가 오를 것이 뻔한 상황에서 변동금리를 택하는 이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대출 풍경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 은행에서 주담대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를 넘어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는 이날 기준 최고 연 6.24%, 고정금리(금융채 5년물)는 최고 연 6.13%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6개월 변동) 금리와 전세자금대출(신규 코픽스) 금리는 각각 3.42~5.65%, 연 3.83∼6.23% 수준으로, 일부 가계대출 금리 상단이 6%를 돌파하면서 가파르게 오르는 중이다.

연말 기준금리가 2.75~3.00%에 이른다면 대출 금리 상단은 7~8%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30년 원리금균등분할 방식으로 4억원을 연 4.10% 금리에 빌렸다고 가정했을 경우 현재 초기 월 이자는 136만원 수준이나, 금리가 연 7~8%로 뛴다면 단순 계산했을 때 월 이자는 233만~266만원으로 치솟게 된다. 지금보다 한 달에 100만원가량을 더 내야하는 셈이다.

금융 당국이 내놓은 전망은 더욱 어둡다. 당국은 3월 기준 연 3.96%인 가계대출 평균 금리가 7%가 될 경우 원리금 상환에 소득의 70% 이상을 써야 하는 대출자가 19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중 120만명은 소득의 90% 이상을 온전히 대출을 갚는 데 써야 하는 것으로 예상됐는데, 차주의 부채 총액 역시 357조5000억원에서 480조4000억원으로 122조9000억원이나 불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금융감독원이 가계 대출자들에게 금리 상승이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다. 금리 인상이 본격화할 경우 대출 원리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이들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게 당국의 분석이다. 

은행 고객들이 국민·하나은행 등의 자동화기기(ATM)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
은행 고객들이 국민·하나은행 등의 자동화기기(ATM)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

가계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비중이 매우 크다는 점에서 이런 우려는 더욱 커진다. 변동금리 가계대출을 이용하는 차주는 80%가 넘는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지난 5월 기준 변동금리 비중(신규대출액 기준)은 82.6%로, 2014년 1월(85.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금리인상기임에도 이자가 조금이라도 저렴한 변동금리를 택한 차주들이 많다는 의미다.

금융권은 대출 기간이 길수록 고정금리를 택하거나 대출 갈아타기를 통해 이자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금리 인상분이 고스란히 대출 이자에 반영되는 변동금리 상품과 달리 고정금리는 추가적인 금리 인상의 영향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주요 시중은행 주담대의 경우 변동금리와 고정금리 상품 간 금리 차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일반적으로 은행은 변동금리보다 고정금리를 높게 책정하나, 일부 은행에선 고정형 금리가 변동형 금리보다 낮은 경우도 눈에 띈다.

실제로 신한은행의 주담대 변동형(신규 코픽스) 상품의 금리는 이날 기준 4.93~6.23%로, 고정형 상품 금리(4.83~6.13%)보다 높았으며, 하나은행도 고정금리가 4.79~6.09%로 변동금리(4.92~6.22%)보다 낮았다. 

변동형 주담대의 지표금리인 신규 코픽스가 빠르게 오르는 반면, 채권금리 상승세가 주춤한 흐름이 이어진다면 타 은행에서도 금리 역전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자를 고려해 변동형을 택하는 경우가 많았던 이전과는 상황이 확연히 달라진 것.

정부도 차주의 이자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지원에 나섰다. 앞서 정부가 45조원을 지원하기로 한 안심전환대출은 변동금리로 주담대를 받은 경우, 9월부터 고정금리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한 정책 상품이다. 금리는 4% 초반대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변동금리를 적용받는 이들의 이자는 계속해서 불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지금까지는 금리상승기에도 변동금리 선호도가 컸지만, 향후 금리인상 가능성과 고정·변동금리 간 격차가 적다는 점에서 고정금리를 받으려는 이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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