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사람 없어요!"···항공업계, 영국 '공항 마비'에 항공편 판매 중단
"일할 사람 없어요!"···항공업계, 영국 '공항 마비'에 항공편 판매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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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급증에 대응 불가···지연·결항·수하물 분실까지
대한·아시아나도 동참···"중요 물품은 기내 휴대 필수"
수하물 지연, 항공편 결항 등으로 대기하고 있는 승객들로 북적이는 런던 히드로공항 모습. (사진=독자제공)
수하물 지연, 항공편 결항 등으로 대기하고 있는 승객들로 북적이는 런던 히드로공항 모습. (사진=독자제공)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국내 대형항공사(FSC)들이 영국 런던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항공편 판매를 일시 중단한다. 전 세계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에 반해 현지 공항 내 조업사 등 인력이 지나치게 부족하면서 항공기 결항에 이어 수하물 대란까지 일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사태는 영국을 너머 독일,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등 유럽 각지로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2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오는 9월 11일까지 런던 히드로공항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는 항공편 예매를 받지 않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도 다음 달 7일까지 이 같은 조치를 취한 뒤 상황을 주시하며 기간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국적사를 제외한 외항사들도 왕복 항공권을 판매하고 있지 않아 사실상 왕복 이동은 불가해진 셈이다.

해당 조치는 '공항을 찾는 여객들을 대응할 인력이 부족하다'며 항공권 판매를 줄여달라는 히드로 공항 측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현재 히드로공항에서는 항공기 지연과 결항 뿐 아니라 승객들이 수하물까지 찾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지난 3일 여행을 위해 영국 히드로공항으로 입국한 A씨는 18일이 지난 지금도 수하물을 받지 못한 상태다. 

A씨는 "공항 자체가 마비였다. 기다리는 승객들은 수백, 수 천명인데 일을 처리하는 사람들은 한 눈에 봐도 현저히 적었다"며 "위탁수하물로 부친 캐리어에 대한 정보 등 리포트를 작성한 뒤 '(짐을)찾으면 연락 주겠다'라는 답만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선 필요한 필수품과 옷을 대충 구매해 버티고 있다"며 "아직 수하물에 대한 위치도 상황도 들은 적이 없고 짐을 돌려받는 기간이 최대 90일까지 소요될 수도 있다고 한다. 분실에 대한 가능성도 염두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정부도 아닌 공항 측에서 항공권 판매를 줄여달라고 요청을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그만큼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으로 인지할 수 있다"며 "아직은 영국 공항의 조치만 취해진 상태이지만 프랑크푸르트 공항, 프랑스 샤를드골 공항,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공항 등에서도 대란이 속출하고 있어 추후 항공권 판매 중단 조치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은 보안 인력 부족 및 급증한 항공 수요에 대응하고자 수용 인원 상한제를 도입했고, 런던의 또 다른 공항인 개트윅도 지난달 여름 시즌의 항공편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항공사들은 해외 여행에 떠나는 여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가급적 환승편 보다는 직항편을 이용하고, 귀중품을 기내 휴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다수의 해외 공항에서 (특히 런던, 파리 등 유럽 공항) 현지 공단 조업 인력 부족 및 수하물 분류 시설 고장 사유로 수하물 작업이 원활 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며 "현금, 여권, 입국 서류, 회사관련 중요서류, 의약품 등의 귀중품 및 긴급 사용 물품 등은 반드시 기내 휴대를 당부드리며, 위탁수하물에 반드시 NAME TAG 을 달아주시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항공사 관계자는 "각 항공사들은 몬트리올 조약에 의거해 국제항공운송과 관련한 운송인의 책임 및 사망·상해·수화물·지연에 관한 손해배상을 지원하고 있다"며 "승객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앞서 히드로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발했던 2020년 초, 공항 및 조업사 직원들을 대규모로 정리해고한 바 있다. 이후 올해부터 사태가 완화되면서 여객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지만 인력이 부족해 시스템 처리에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노동 강도와 시간은 증가했지만 높은 물가, 낮은 급여(인플레이션 사태)에 불만을 표한 직원들이 파업에 돌입하면서 상황이 더욱 심각해졌다.

존 홀랜드-케이 히드로 공항 최고경영자(CEO)는 각 항공사들과 승객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현재 공항의 일일 이용객은 10만4000명 수준인데 우리는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질 않는다"며 "최근 몇 주 동안 서비스가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으로 떨어지는 일들이 빚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여름 시즌 여객이 늘어날 것을 예상해 지난해 11월부터 충원에 나섰지만 수하물을 싣고 내리는 작업, 체크인 서비스 담당 작업 등 핵심 역할 수행 직원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더해 "여행 계획에 영향을 받을 분들께 사과드린다"며 항공사들에게는 출발 승객 수가 10만명 이하로 되도록 판매를 제한해줄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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