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 민생안정대책의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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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해명에도 대출지원을 골자로 한 '민생안정대책'을 두고 각종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민적 이해를 필요로 하는 대책이었음에도 정교하게 다듬어지지 않은 탓에 당위성을 잃은 것이다.

정부가 지난 14일 발표한 '민생안정을 위한 금융부문 프로그램(125조원+α)'은 △주거래금융기관 책임관리를 통한 소상공인 만기연장·상환유예 재연장 △30조원 규모 새출발기금 운영 및 연체차주 원금 최대 90% 감면 △45조원 규모 안심전환대출(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고정금리) 등으로 구성된다.

24일에는 소상공인을 위한 금융지원과 관련해 상세 대책도 나왔다. 

가장 크게 논란이 된 것은 정부가 나서 빚을 탕감하면서 주식·가상자산 등 투자에 실패한 사람도 구분 없이 지원한다는 부분이다. 코로나19 피해로 생계가 어려워진 사람과 자산시장 호황에 대출을 끌어다 투자에 뛰어든 사람을 똑같은 기준으로 지원한다는 점에서 정부가 자산시장 투자·투기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자기책임'이 기본 원칙인 투자에 실패해도 정부가 구제할 것이란 믿음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도덕적해이(모럴해저드)' 논란도 이어졌다. 이는 DLF(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 등 사모펀드 손실사태 당시 투자자들을 향해 '공짜 점심'은 없다던 금융당국의 태도와도 상반된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빚을 성실하게 갚았던 사람들에 대한 역차별·형평성 논란도 불가피하다.

또한 윤 정부에서 금융산업 육성을 언급해 기존 정부와 차별화를 꾀하면서도, 오히려 민간 금융기관을 동원하는 관치금융의 강화도 우려사항이다. 이번 대책에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민간 금융의 자율성을 정도 이상으로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각종 논란이 이어지자 정부는 투자실패자 구제를 목적으로 하는 대책이 아니라며 부랴부랴 해명에 나섰다. 고물가·고금리 등 민생경제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상환능력을 벗어나는 과도한 부채로 취약계층이 재기불능 상태에 빠지는 것을 선제적으로 막겠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코로나19 피해든 투자실패든 취약차주에 대한 금융지원을 적기에 투입하지 않으면 나중에 치를 사회적 비용이 더 크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대출원금 감면은 사회적 지원 없이는 재기가 불가능할 정도의 취약차주에만 적용하겠다는 방침도 확실히 했다.

또 관치금융에 대해서는 관련법에서도 금융사의 공익성을 언급하고 있다는 논리로 방어했다. 

정부의 해명은 원론적으로 옳다. 과도한 빚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취약층이 늘어날수록 나라경제와 사회에 부담이 된다.

그럼에도 이번 대책이 공감대 형성에 실패한 것은 '정교함'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방향성과 방식만 담겨있을뿐 수혜를 받게 될 대상자의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 정부와 금융권의 지원으로 발생하게 될 사회적 비용이 얼마인지 등 '수치'가 빠져있다. 지원대상을 선별하기 위한 구체적인 기준도 불명확하다.

관치금융 논란도 금융산업 발전과 규제 사이의 '적절성'을 들여다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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