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 풀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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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상권 보호 헌법에 명시된 규범" vs "소비자 선택권 침해···시장경제 어긋나"
세종특별자치시 대평동 코스트코코리아 세종점 전경 (사진=이지영 기자)

[서울파이낸스 이지영 기자] 10년 넘게 유지된 대형마트 의무 휴업 제도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의무휴업 범위에서 온라인 배송을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대통령실이 대형마트 의무 휴업을 폐지하는 방안을 국민제안 온라인 투표에 부치면서다. 소상공인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25일 유통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대통령실은 지난 21일부터 대형마트 의무 휴업 폐지 등 10개 국민제안 선정해 온라인 국민투표를 치르고 있다. 국민 호응이 높은 상위 안건 3가지를 선정해 국정에 반영할 방침이다. 투표는 이달 31일 자정까지 이어진다.

이날 국민제안 홈페이지 온라인 투표 현황(오후 3시58분 기준)을 보면 대형마트 의무 휴업 폐지는 42만1746개의 좋아요를 받아 10개 안건 중 1위에 올랐다. 2012년 도입된 대형마트 의무 휴업 폐지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그간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발목이 잡혀 있다. 2012년 시행된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월 2회 의무적으로 휴업해야 한다. 해당일에는 점포 온라인 주문 배송도 금지된다. 서울을 포함한 전국 대부분의 지역은 매월 둘째, 넷째주 일요일을 의무 휴업일로 지정하고 있다. 

대형마트 영업 규제 효과를 둘러싼 찬반 논쟁도 뜨겁다. 대형마트업계는 유통산업발전법은 온라인 유통이 활성화되기 이전에 제정됐기 떄문에 유통업 현실과 괴리감이 크다는 입장이다. 의무 휴업이 전통시장·골목상권 살리기를 명분으로 내세운 정책이지만, 오히려 온라인 쇼핑몰 매출을 키우고 역차별을 조장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형마트 새벽배송을 가로막는 영업 제한 조항 등 44건을 경쟁 제한적 규제로 선정해 관련 부처와 개선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대형마트가 운영하는 인터넷쇼핑몰은 영업제한 시간(오전 0~10시)에 오프라인 점포를 활용해 새벽배송을 하지 못하고 있다. 별도 물류창고를 활용한 온라인 배송은 가능하다.

일례로 오프라인과 연계된 쓱(SSG)닷컴은 운영 중인 이마트 내 피피(P.P·집품·포장) 센터에서 휴업일과 심야시간(자정~오전 10시까지) 온라인 주문에 대해 배송할 수 없다. 2012년 개정된 법에 따라 월 2회 주말 의무 휴업과 자정 이후 영업금지 대상인 탓이다. 롯데온 내 롯데마트몰 전용센터는 의무 휴업일과 무관하지만, 롯데마트 배송 권역과 겹치면 안 된다. 반면 쿠팡·네이버·카카오 등은 공휴일·주말에도 규제를 받지 않는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유통산업발전법이 제정 취지는 공감하나 전통 시장 활성화로 이어졌는지는 의문"이라며 "오히려 대형마트를 규제하며 온라인 유통업체만 반사이익을 봤다"고 전했다. 이어 "소비자에게도 대형마트의 출점 제한·의무 휴업으로 인한 불편이 전가되고 있다"며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현실을 반영한 합리적 법안이 도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상공인 단체도 대형마트 규제 완화에 대해 반발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 등은 지난 21일 성명을 내어 "골목상권 보호는 국민투표 대상이 아니다.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은 2018년 대형마트 7곳이 낸 헌법소원에서 합헌으로 결정됐다"고 했다. 

특히 한상총련은 전경련 조사에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사실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전통시장을 방문한다고 응답한 소비자는 8.3%에 그쳤지만, 슈퍼마켓을 간다는 응답은 37.6%라는 것이다. 결국 의무 휴업일에 전통시장을 포함해 슈퍼마켓과 편의점(11.3%) 등의 골목상권을 이용한다고 응답한 소비자는 57.2%나 된다고 주장했다.

한상총련은 "전경련은 전통시장에 방문한다는 8.3%의 응답을 의무휴업 폐지의 주요한 명분으로 삼았다. 하지만 골목상권에 전통시장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며 골목상권 보호는 헌법에 명시된 규범"이라고 했다.

이어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고환율·고물가·고금리 현상으로 인해 또 다른 위기에 직면했다"면서, "정부는 공정과 상식으로 대기업 규제 완화가 아닌 골목상권 보호 강화를 통해 대한민국 경제의 한 축이 무너지는 것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를 두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측면에서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 어긋난다는 진단도 나온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대형마트를 규제하는 것은 자본주의 시장 경제의 순리에 어긋하는 것"이라며 "대형마트 출점 제한·의무 휴업은 소비자들이 더 좋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대형마트 영업 규제로 소비자의 발을 묶어두지 못할 것"이라며 "소비자들은 대형마트를 규제하더라도 전통시장을 이용하기보다 쿠팡 등 온라인 유통업체를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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