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통신사와 잇단 '지분교환' 짝짓기..왜?
금융사, 통신사와 잇단 '지분교환' 짝짓기..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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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SKT·신한은행-KT, 지분 교환 '혈맹'
"빅블러 시대, 긴 호흡으로 먹거리 사업 추진"
전략적 파트너십 협약식에 참석한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왼쪽)과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하나금융)
전략적 파트너십 협약식에 참석한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왼쪽)과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하나금융)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금융사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합종연횡에 속도가 붙었다. 디지털화로 업권 간 경계가 흐려지는 '빅블러'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데이터 등 새 먹거리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은 물론,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에 대응하려는 전략이다.

특히 단발성 협업이 아닌 지분을 맞바꾼 '혈맹'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단순 협업으로는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긴 호흡을 통해 동맹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22일 SK텔레콤(SKT)과 4000억원대 지분 교환을 통해 협력 관계를 맺었다. SK텔레콤은 보유하고 있던 하나카드 지분을 하나금융에 매각하는 대신 하나금융 지분 3.1%(3300억원)를 확보했고, 하나금융의 100% 자회사인 하나카드는 SK텔레콤 지분 0.6%(684억원)와 SK스퀘어의 지분 0.5%(316억원)를 각각 취득했다.

두 회사는 금융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AI 챗봇을 활용, 고객에게 투자 정보를 제공하거나 고객 응대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금융과 통신 데이터를 결합한 신용평가 모델 개발과 마이데이터 사업에서의 협력 강화뿐만 아니라 SK텔레콤의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 내 가상 영업점을 구축하고, 메타버스 생태계 내 결제서비스 구축 등을 공동 협력 사업으로 중점 논의한다.

시너지 극대화를 꾀하고자 하나금융은 맞춤형 카드 개발, 특화보험 출시 등 SK텔레콤 고객에게 특화된 융복합 금융상품과 서비스도 선보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11번가(이커머스), 콘텐츠웨이브(콘텐츠), 드림어스컴퍼니(음원) 등 SK스퀘어 주요 계열사와 협력하기로 했다.

그동안 금융권과 통신사가 협업을 꾀한 사례는 적지 않다. 하지만 지분 교환으로 사업 협력을 추진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빅데이터라는 강력한 무기를 가진 통신사와의 협업이 필수로 여겨지는 가운데, 지분 교환은 보다 높은 수준의 협력을 위한 포석이라는 게 금융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앞서 신한은행도 지난 1월 KT와 4375억원 규모의 지분을 교환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다. 당시 신한은행은 KT 지분 5.46%(4375억원)를, KT는 약 2.08%(4375억원)의 신한지주 지분을 취득하고, 공동 플랫폼 구축 등 4가지 사업영역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양 사는 신한은행의 금융 인프라와 KT의 AI·빅데이터 등 역량을 합쳐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한 융합 서비스, 부동산 플랫폼, 공인전자문서 등 고객의 실생활 전반에 도움이 되는 공동 플랫폼 구축을 추진 중이다. 향후 NFT(대체불가능토큰), AI 등 영역에서도 제휴 네트워크를 확장할 계획이다.

업계는 빅테크들이 핀테크(금융+기술)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는 만큼, 금융권과 ICT기업의 선을 넘나드는 협업은 갈수록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금융권이 타깃으로 하고 있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마음을 얻으려면 통신사가 보유하고 있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고도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간 특정 분야에서 협업을 맺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 경우 이행이 더디다는 점 등 사업 협력에 한계가 있었다"면서 "지분 교환이 이뤄지면 장기 계획을 수립할 수 있고, 목표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는 점에서 양사에게 큰 동력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거래 내역 등 데이터를 보유한 금융지주와 생활패턴과 관련한 데이터를 갖고 있는 통신사의 상호 니즈가 맞는 상황이기 때문에 금융과 통신간 융합을 통한 생존 전략 찾기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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