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우리은행 직원, 8년 간 700억 횡령···내부통제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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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우리은행 횡령 사고' 검사 결과 발표
엄중 제재 가능성 높아···책임소지 선도 관심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이준수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우리은행 횡령 사고 관련 잠정 검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이준수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우리은행 횡령 사고 관련 잠정 검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린 우리은행 직원이 8년 동안 700억원 가까이 횡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은 오랜 기간에 걸쳐 거액의 횡령이 발생했음에도 알아차리지 못한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기능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해당 직원과 관련 임직원에 대한 제재에 나설 방침이다.

금감원이 우리은행 내부통제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만큼, 사건 관련 임직원에 대한 제재 수위가 높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고 경영자(CEO)에 대한 제재 가능성에 대해선 법적인 검토를 마치고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은 26일 이같은 내용의 '우리은행 횡령 사건'에 대한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4월 27일 우리은행으로부터 직원 횡령 사고를 보고받은 다음 날인 28일 우리은행 본점에 대한 수시검사에 착수했다.

검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은행 기업개선부 소속 직원은 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A사 출자전환주식과 은행이 채권단을 대표해 관리 중이던 대우일렉트로닉스(대우일렉) 매각 계약금 등에서 약 697억3000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횡령 사건의 전말···OTP 도용에 공·사문서 위조

횡령 기간은 2012년 6월부터 2020년 6월까지다. 이 직원은 총 8회에 걸쳐 돈을 빼돌렸다. 우선 그는 2012년 6월 우리은행이 갖고 있던 A사 출자전환 주식 42만9493주(당시 시가 23억5000만원)를 한국예탁결제원에서 무단 인출했다. 그는 팀장 공석시 OTP를 도용해 무단결재하기도 했다.

이 직원은 또 2012년 10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우리은행이 채권단을 대표해 관리 중이던 대우일렉 매각 계약금 614억5000만원을 3회에 걸쳐 횡령했다. 대우일렉 지분 매각 진행과정에서 몰취한 계약금을 관리하던 그는 직인을 도용해 출금하거나 관련 공사문서를 위조해 출금 결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2014년 8월부터 2020년 6월까지는 4회에 걸쳐 우리은행이 채권단을 대표해 관리 중이던 대우일렉 인천공장 매각 계약금 등 59억3000만원도 추가 횡령했다. 이 과정에서 계약금 및 각종 환급금 예치기관에 출금요청 허위공문을 발송해 돈을 지급받았다.

◇허술한 우리은행 내부통제 시스템···"은폐·위조 가능한 환경"

금감원은 장기간에 걸친 횡령 사고에도 이를 전혀 감지하지 못했던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해당 직원은 10년 동안 한 부서에서 동일 업체를 담당하고, 이 기간 중 명령휴가 대상에 한 번도 선정되지 않았다. 2019년 10월부터 2020년 11월 기간 중에는 파견 허위보고 후 무단결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은행의 대외 수‧발신공문에 대한 내부공람과 전산등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점은 사고자의 대외 수‧발신공문 은폐 또는 위조가 가능했던 원인으로 작용했다. 또 통장·직인 관리자가 분리돼 있지도 않았다. 이 때문에 직원이 통장과 직인을 모두 관리하면서 정식결재 없이 직인을 도용해 예금 횡령을 할 수 있다는 게 금감원 설명이다.

문서관리의 경우 해당 직원이 8차례 횡령 중 4번은 결재를 받았으나, 모두 전자결재가 아닌 수기결제문서여서 결재 전 사전확인이나 사후점검이 이뤄지지 못했다.

이밖에 우리은행은 대우일렉 매각 몰취계약금이 예치된 은행 자행 명의 통장 잔액 변동상황이나 은행 보유 출자전환주식 실재 여부에 대한 부서내 자점감사를 한번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관련자, 행장·회장까지 갈 수도"···제재 절차 착수

우리은행 내부통제에 큰 문제가 있었던 것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관련 임직원에 대한 엄중한 제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횡령사고의 관련자가 최종적으로 행장과 회장이 될 가능성도 언급됐다.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그간 금감원에서 우리은행 검사를 수차례 나갔지만, 금감원 검사는 전반적인 것을 보기 때문에 개별 건에 대한 적발에 한계가 있다"면서도 "이번 사고는 내부 통제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고경영자를 비롯해 횡령사고의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수 있냐는 질문에는 "이번 사고의 관련자는 임원, 행장, 회장까지 갈 수도 있다"며 "관련자 범위를 어디까지 확대할 수 있을지는 법적인 검토가 끝나야 한다"고 답했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에서 확인된 사실관계 등을 기초로 법률 검토를 거쳐 사고자 및 관련 임직원 등의 위법 및 부당행위에 대해 법규 및 절차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거액 금융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금융위·금감원 공동 TF를 구성 및 운영할 예정"이라며 "경영실태평가 시 사고예방 내부통제에 대한 평가비중을 확대하는 등 사고예방을 위한 금융감독이 보다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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