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투기자본 안돼"···서울보증보험 노조, 금융위 '민영화 방식' 반대
"재벌·투기자본 안돼"···서울보증보험 노조, 금융위 '민영화 방식'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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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블록세일 과정서 '금융 공공성' 해칠 가능성 농후"
과거 LIG손보 매각 방식 언급 "노하우·국부 유출 가능성"
금융위에 '보증보험시장 안정강화' 방식 지속 요구할 것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서울보증보험 노조가 '금융 공공성'을 해치는 민영화 방식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냈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기업공개(IPO)를 통한 공적자금 회수 계획은 인정하나, 그 이후 입찰이나 블록세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서울보증보험이 재벌·외국계 자본으로 넘어가면 금융 공공성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서울보증보험이 서민과 중소기업의 버팀목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선 공공성의 가치를 지킬 수 있는 곳에 매각이 필요하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이재진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정부청사 앞에서 열린 '서울보증보험 IPO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유은실 기자)
이재진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정부청사 앞에서 열린 '서울보증보험 IPO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유은실 기자)

사무금융노조는 26일 오전 서울 정부청사 앞에서 서울보증보험 IPO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위가 공적자금 회수에만 급급하지 말고, 보증보험 시장의 안정과 지속성장을 위해 고민해야 한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이재진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정부는 지난 21일 서울보증보험에 대한 회수 방안을 내놨다. 국민의 혈세가 들어간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방법이 중요하다"며 "IPO 등 공적자금 회수 계획과 함께 준비돼야 하는 보증보험시장 관련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는 보증보험시장의 불확실성을 가중하는 방식이 아니라 보증보험 시장의 안정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지난 21일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서울보증보험 지분(지분율 93.85%)을 단계적으로 매각하는 계획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우선 내년 상반기에 예보 보유주식의 약 10%를 IPO를 통해 증권시장에 상장하고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IPO 이후엔 2~3년간 단계적으로 예금보험공사 지분을 입찰 또는 블록세일로 매각한다.

서울보증보험은 국내 민간 전업 보증보험사이자 보증규모 기준으로 독일의 율러 허미스, 네덜란드 아트라디우스 등과 함께 세계 3대 보증보험사로 꼽히지만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정부는 파산 위기를 겪고 있던 대한보증보험과 한국보증보험에 총 10조2500억원의 공적자금을 지원했다. 서울보증보험은 양사를 합병해 출범한 회사다. 이후 정부는 상환우선주 상환·배당 등으로 4조3483억원을 회수했고, 현재 미회수 잔액은 정부가 회수해야 할 공적자금 중 가장 많은 5조9017억원이다. 

금융노조는 IPO 이후의 매각 방식에 대해 재벌이나 투기자본 등에 매각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보증보험이 국내 유일의 보증보험사였던 만큼 경영에 있어 가장 핵심적 가치로 둔 것이 바로 금융 공공성이었는데, 특정 재벌이나 외국계 자본, 사모펀드 등에 매각될 경우 계열사 내부보증 또는 지나친 이윤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서민과 중소기업 중심의 보증보험 시스템이 붕괴될 수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실제로 2021년말 기준 서울보증보험의 개인과 중소기업에 신용을 공급한 건수는 전체 건수의 97.6%에 달했다. 개인·중소기업 신용공급 금액 기준으로는 92.3%를 기록했다. 

김선우 사무금융노조 서울보증보험지부장은 "IPO 상장은 일반 개인을 대상으로 한 공개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공공성을 해칠 우려가 적지만, 그 이후에 입찰이나 블록세일 방식을 한다는 것은 국민들을 상대로 공모한다는 것이 아니라 특정 집단에게 팔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과거 LIG손해보험의 매각 방식을 언급하며 국부 유출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김 지부장은 "당시 정부는 큰 인수자금을 제안한 중국 기업인 푸싱그룹에 LIG손보를 팔려고 했는데, LIG 노조와 직원들의 집회를 여는 등 반발이 컸다"며 "결국 외국자본이 들어오는 것은 기업의 성장보다는 노하우를 가로채는 것에 주안점을 두는 경우가 많다. 세계 3위 보증보험사인 서울보증보험도 외국계나 사모펀드에 매각될 가능성이 있고 이런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금융 시스템 노하우·국부유출 등의 문제도 발생할 수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대기업인 푸싱그룹은 지난 2014년 LIG손해보험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강력한 잠재적 인수 후보로 떠오른 바 있다. 그러나 푸싱 그룹이 주요 인수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자 노조와 직원들의 반발이 거세졌고, 결국 정부는 매각 이후 남게 될 직원들의 사기 등을 고려해 외국계나 사모펀드보다는 국내 금융지주인 KB금융그룹에 LIG손보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바람직한 매각 방향을 묻는 질문에 대해 노조는 "당장 큰 돈을 제안하는 곳에 파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공공성 가치를 지킬 수 있는 단체나 그런 자본에 매각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서민과 중소기업을 위해 역할을 지속될 수 있는 곳에 매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금융위에 지속적으로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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