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이언트스텝'·한미 '금리역전'·파월 '속도조절'···한은의 선택은?
美 '자이언트스텝'·한미 '금리역전'·파월 '속도조절'···한은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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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 새 225bp 올린 연준···2년 반 만에 韓·美 금리 역전
일각 "빅스텝 가능성 낮아"···"상황 보고 움직여도 안 늦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사진= 플리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사진= 플리커)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연속 '자이언트스텝'(0.75%p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내달 25일 열릴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회의에서도 '빅스텝'(0.5%p 금리인상)이 단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학계·전문가들은 내달 빅스텝 가능성을 낮게 점치고 있다. 한·미 간 금리가 역전이 됐다고 해도 여전히 내외금리차는 약소한 수준이며, 단기적 자본유출 압력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가계부채 누증 문제에 따른 이자부담도 상당해 보다 신중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는 관측이다.

연준은 27일(현지시간) 7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연준은 지난 3월 첫 금리인상기에 돌입해 이달까지 4개월 만에 금리를 무려 225bp를 인상했다. 이번 결정으로 연준은 금리를 4회 연속 인상했으며, 41년 만에 처음으로 2회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미국 기준금리는 2.25~2.5%까지 치솟았다.

다만,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통화정책 스탠스가 더욱 긴축적인 방향으로 가면서 (향후) 어느 시점에 도달할 경우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는 게 적절해질 것 같다"는 비둘기적 발언을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내달 한은도 빅스텝을 단행하지 않겠냐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가파른 금리인상기 속 미국 기준금리는 이달 한국의 금리(2.25%)를 추월했다. 미국 금리가 한국 금리를 상회한 것은 코로나19 충격으로 모두가 '제로금리'를 외치기 직전인 2020년 2월 이후 2년 5개월 만이다.

금융시장 자본은 고(高)금리를 좇는다. 더욱이 미국의 금융시장은 세계의 자본을 움직이는 곳이기에 연준에서 금리를 올릴 때마다 미국을 제외한 세계 대부분의 국가는 자본유출 압력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자본유출 압력은 곧 외화유출로도 연결돼 강(强)달러 현상을 더욱 부추길 수 있으며, 이미 원·달러 환율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1300원대를 웃돌았다.

이런 글로벌 강달러 영향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지난달 14년 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으며, 4개월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여기에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사상 첫 4.7%를 기록해 금리상승압력을 더욱 높이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다만 업계에선 내달 한은의 빅스텝 가능성을 낮게 점치고 있다.

먼저 자본유출에 대한 압력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다. 한미 간 금리역전이 발생하기는 했으나, 내외금리차는 25bp 수준에 불과하다. 여기에 자본유출은 내외금리차 외에도 한 나라의 금융시장 내 불안 요인이 커지고 부실 위험이 확대될 때 발생하기 마련인데, 현재 국내 금융시장 내 급격한 혼란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또한 과거 금리가 역전됐던 시기인 △1996년 6월~2001년 3월 △2005년 8월~2007년 9월 △2018년 3월~2020년 2월 등을 보더라도, 당시 주식·채권 등 외국인 증권 투자자금은 모두 순유입됐다. 한은 역시 금리역전에 따른 단기적 자본유출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미 간 금리역전 현상은 달러 강세, 원화 약세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우리가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원·달러 환율을 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현재의 글로벌 강달러 현상은 인플레이션 충격 여파로 미국 금리가 빠르게 올라설 수 있다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미국에서 앞으로의 금리인상 기조에 대한 분위기를 바꿀 때 시장 분위기가 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25bp가 역전된 수준으로 자본유출이 급격하게 발생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미국에서 더욱 강력한 긴축 기조를 보이면서 내외금리차 역전이 75bp 이상 벌어지게 된다면 그땐 빠르게 추격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역전이 됐으니 미국 금리에 한국의 금리를 붙여야 한다는 주장은 섣부른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가계부채 누증 문제를 고려할 때 급격한 금리인상은 피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1859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중 변동금리 비중은 77.3%(잔액 기준)로, 금리가 0.5%p 인상할 때 연간 7조원의 이자 부담이 늘어난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6.6%로, 조사대상국(43개국) 평균인 65%를 훌쩍 뛰어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가계부채와 연결된 이자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면 금융시장에 직접적인 위험이 될 수 있고, 경기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부채로 대규모 부도가 발생할 수 있고, 부채는 곧 부실채권으로 이어져 금융시장 내 불안으로 직접 연결이 될 수 있다"면서 "성장도 중요하겠으나 당장 위험한 것은 가계부채 누증 수준이 2000조에 가깝고, 영끌·빚투로 대표되는 취약차주들이 부도를 겪는다면 부동산 가격 폭락 등의 충격이 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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