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란은행, 27년 만에 '빅스텝'···인플레 공포에 '울며겨자먹기'
영란은행, 27년 만에 '빅스텝'···인플레 공포에 '울며겨자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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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1.75%로 0.5%p 인상···경기침체 각오 '공격 긴축'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기준금리를 0.5%p 인상했다. 영란은행이 한꺼번에 금리를 0.5%p 올린 것은 1995년 2월 이후 27년여 만에 처음이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위해 경기 침체를 각오하고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빅스텝'을 밟은 것이다.

4일(현지시간) 외신보도에 따르면 BOE는 통화정책위원회(MPC)를 열고 기준금리를 1.25%에서 1.75%로 0.5%p 올리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BOE 정책위원 9명 중 8명이 찬성했고, 1명은 '25bp 인상' 소수의견을 냈다. 이로써 영국의 기준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2월 이후 가장 높아졌다.

BOE는 작년 12월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 중 가장 먼저 금리인상에 나서 이번까지 모두 여섯차례 연속으로 금리를 올렸다. 코로나19 사태 후 사상 최저수준인 0.1%에서 처음엔 0.15%p 올렸고 이후 0.25%p씩 인상했다.

BOE가 빅스텝을 밟은 것은 치솟는 물가 때문이다. 올해 4분기부터 내년 말까지 장기간 경기침체를 예고하면서도 당장 물가 상승세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영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9.4%에 달했다. 1982년 2월 이후 40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4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달 미국(9.1%)과 유로존(8.6%)보다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상태다.

향후 전망도 어둡다. BOE는 올해 4분기 물가 상승률 정점을 당초 11%에서 13.3%로 올려 잡았다. 내년에도 중반까지는 10%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초 목표치인 2%를 크게 이탈한 수준이다. 경기 침체가 사실상 현실화한 상황임에도 공격적인 긴축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긴축을 단행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최근 연이어 금리를 0.75%p씩 인상하며 '자이언트스텝'을 밟았고, 지난달 유럽중앙은행(ECB)도 11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올리면서 0.5%p 인상했다.

앤드루 베일리 BOE 총재는 이날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가계의 어려움을 알고 있다"면서도 "지금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상황은 더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BOE는 10여 년간 이어진 양적완화를 멈추고 주요국 중 처음으로 대차대조표 축소(양적 긴축·QT)에 나서기로 했다. BOE는 현재 보유자산 8천440억 파운드(1천347조 원) 중 400억 파운드어치를 1년간 처분하기로 했다. 이 경우 만기 도래분을 합하면 800억 파운드가 줄어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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