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노동자의 '일 할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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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최근 법원이 '사내하청 노동자들도 정규직'이라는 판단 아래 협력사 직원들이 포스코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파견법 위반을 회피하기 위해 협력업체의 규모를 키우고 마치 협력업체가 실질적인 권한이 있는 것처럼 위장하더라도 업무의 성질을 고려하면 근로자 파견이라는 점은 바뀌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판결 직후 산업계에서는 직고용에 따른 인건비를 걱정하며 불편함을 내색했다. 포스코 뿐 아니라 대부분 기업들도 이 같은 고용 체제를 유지하고 있어 추후 소송이 제기될 시 패소할 가능성이 높아 하청 노동자들을 직고용 해야 될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다.

반면, 직원들은 정당한 근로자로 인정 받기까지 약 11년이 걸렸다. 이 가운데 4명은 소송 기간이 길어지면서 정년을 넘겨 이 기쁨을 온전히 누리지도 못했다.

1987년부터 포스코 광양제철소 안에서 크레인을 이용한 코일 및 롤 운반, 정비지원 등 각종 업무를 수행해 온 이들은 "소속만 하청업체로 돼 있을 뿐 포스코가 우리를 실질적으로 지휘·명령하고 인사에도 관여하는 등 사실상 '근로자 파견계약'"이라고 주장했다.

소송에 참가한 협력사 직원 A씨는 "노동자로서의 노동권을 쟁취하는 과정은 매우 어렵고 힘들었다"며 "생계가 보장되지 않은 데다 빈번한 산업재해, 그리고 차별까지 난무하는 환경에서 일하는 것은 참 서럽고 아팠다"고 울먹였다.

그는 "소송이 길어지면서 정년이 지나버린 동지들을 생각하면 참 서럽고 미안해 눈물이 난다"며 "이번 판결이 기업의 하청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하는 첫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는 앞으로 수 많은 하청 노동자들을 직고용해야 하니 경영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정당히 일 할 권리'에 대해 조금이라도 생각해 본다면 마음이 무겁고 씁쓸해지는 게 사실이다.

정규직이 아니라는 위치 속에서 매년 사망사고가 잇따르는 열악한 노동환경과 눈에 띄는 차별 등은 노동자들을 늘 불안하게 했을 것이다.

그들이 노동자로서 정당히 일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은 사실 무리된 요구가 아닌 당연히 보장돼야 하는 권리다. 

오랜 '관행'처럼 내려 온 불법 파견. 이번 법원의 판결은 포스코를 너머 산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인력을 거느리는 것에 대한 불편과 부담감 보다는 정당한 권리를 이제야 보장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이 '좋은 기업'이 될 수 있는 기본적인 마음가짐이자 노동자에 대한 가장 첫 번째로 갖춰져야 할 예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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