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물가 외환위기 이후 첫 5%대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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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월 물가상승률 4.9%···사실상 5% 진입 "불가피"
10월께 물가 '피크아웃' 기대에도···여전한 대외변수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이용객이 물건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이용객이 물건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올해 7월까지 물가가 1년 전보다 4.9% 급등하면서 연간 물가상승률이 5%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물가상승률이 5%를 넘어선 경우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7.5%) 이후 전무했다.

8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물가상승률(전년동월대비 6.3%)을 포함한 올해 소비자물가 누계 상승률은 1년 전보다 4.9% 올랐다. 전년 누계비 변동률은 올해 1월과 2월 3.6%로 시작해 △3월 3.8% △4월 4.0% △5월 4.3% △6월 4.6% 등으로 점점 높아졌다. 전월대비 상승폭 역시 올해 상반기 내내 0.6~0.7%대를 기록했다.

올해 연말까지 매달 물가상승률이 전월과 같거나 하락하지 않는 이상, 연간 물가상승률은 5%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남은 5개월간 물가상승률이 매달 0%를 기록한다면 연간 물가상승률은 4.97%에서 마무리된다. 연 5%의 물가상승률은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물가상승률(4.7%)을 넘어, 24년 전인 외환위기 시절로 돌아가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물가상승률이 국제유가 등을 포함하는 에너지류 가격과 농산물 등의 식료품 가격에서 시작해 현재는 광범위하게 확대되면서 5%를 뛰어넘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달 경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16명이 예상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1%(중간값 기준)였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도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에 대해 "5%를 넘길 것 같다"고 전망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당분간 높은 물가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올해 10월께 물가가 '피크아웃'(정점을 찍고 하강)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외요인에 추가적인 돌발 변수가 없는 한 9~10월이 정점이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같은 날 회의에서 "지난 번 금융통화위원회 당시 예측한대로 해외 요인이 큰 변동이 없을 경우 물가가 앞으로 2~3개월 간 6%를 넘어선 후 조금씩 안정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 수장들의 이같은 평가 배경에는 인플레이션을 가늠할 수 있는 경제지표들의 변화가 최근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한때 배럴당 120달러를 웃돌았던 국제유가는 90달러를 하회하는 등 전쟁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한 전쟁 이후 천정부지 치솟았던 세계식량가격지수 역시 지난달 8.6%(전월대비) 하락해 2008년 10월 이후 전월 대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오는 10일 공개되는 미국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에서도 전월(9.1%)보다 소폭 하회한 8.7~8.9%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물가 정점론'의 기대는 점차 커지고 있다.

그러나 그간 글로벌 경제를 흔들었던 매크로(거시경제) 이슈들이 국제 정세에 따라 얼마든지 다시 충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국제유가 하락 움직임 속에서도 전쟁 영향을 가장 크게 받고 있는 천연가스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유럽 경제에 큰 파장을 주고 있다.

농산물 가격도 최근 농업기상여건이 악화되면서 시장 분위기가 반전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 미국 중서부 고온건조 기후 및 유럽의 폭염은 곡물 작황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6.3%를 찍었는데, 이는 근래 본적이 없는 숫자"라면서 "많은 부분들이 해외에서 시작된 에너지류 가격 급등세인데, 국내 경제 구조를 고려할 때 사실상 막아낼 수 없는 부분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통화당국에서 대응하고 있지만, 충분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며 "대외 요인으로 생겨난 충격으로부터 안정되는 모습을 한 번 봤으면 좋았을텐데 아직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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